하루 평균 자살자 40여 명, 10년이 넘도록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대한민국.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주변 사람들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을 살리는 말
박민 투고커뮤니케이션즈 대표

1976년생. 1995년 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2011년 컴팩트 대표.
2013년 투고커뮤니케이션즈 대표(현). 2014년 자살예방행동포럼
LIFE 언론캠페인 디렉터.




거침없는 개그 감각으로 큰 인기를 끌던 한 인기 개그맨이 최근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거침없는 발언이 발목을 잡아 어렵게 쌓아 온 인기에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설상가상으로 발언의 당사자에게 소송까지 당했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개그맨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사건은 더욱 아쉽다. 이는 이 개그맨만의 실수라고 하기엔 과정과 상황이 다를 뿐 누구나 한번쯤은 상대방에게 했을 법하고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실수’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말로 벌어지는 일들은 단순히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몇 해 전 한 권위 있는 의학지에서 ‘암’보다 무서운 ‘말’이라는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암에 걸린 두 환자 중 한 환자에게는 암이란 사실을 통보한 결과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의 자살 위험도가 다른 환자에 비해 12.6배나 증가했고 심장 문제로 인한 사망 위험도도 5.6배나 증가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를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그만큼 수많은 속담, 한자 성어, 명언 등 가르침 속에서 항상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말의 중요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서는 말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반대로 말로 상처를 치유하기도 한다.

작년 8월부터 필자는 한 비영리 민간단체에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재능 기부가 아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해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떤지’를 말하고 싶다.

필자 역시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말할 때 가끔 상대방의 기분과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뒤에는 어김없이 후회가 밀려온다.

필자가 재능 기부를 하는 곳은 대한민국이 10여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불명예스러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2013년에 출범한 단체다.

이 단체에서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캠페인 중 하나가 바로 ‘보이스 오브 라이프(voice of LIFE)’다. 이 캠페인의 주된 목적은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자는 것이다. 정해진 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여 보자는 의미다. 단체에서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한다고 판단된 일이 모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삶을 대하는 마음과 인식, 태도를 변화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말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작은 관심으로 시작해 자신의 감정을 타인에게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쉬운 수단인 말을 잘하는 것이다.

하루 평균 자살자 40여 명, 10년이 넘도록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대한민국.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주변 사람들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말 한마디로 작은 변화가 쉽게 일어나기는 어렵지만 오늘부터라도 곰곰이 생각하고 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