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B라이프스타일’ 각광…생활비 월 2만 엔

달관 세대의 움막살이 ‘은근슬쩍 확산’
요즘 일본에선 감속(減速) 생활이 붐이다. 시장 원리적인 속도 경쟁에서 비켜 선 이른바 ‘내려놓은 삶’의 추종이다. 지향은 저비용 라이프스타일의 실천이다. 주도 세력은 달관 세대로 불리는 청년 그룹이다. 살인적인 청년 실업과 불확실한 고용 공포 등이 시대 배경이다. 개별적인 동기는 다양하다. 자연 동경, 자력 건축, 생활 전환 등 많다. 다만 공통점은 절약 지향이다. 여기에 더해 조직 생활, 지역사회와의 결별 의욕과 에너지 자립 생활을 위한 자발적인 선택도 한몫했다. 대표적인 실천 화두는 ‘작은 집’이다.

불을 지핀 것은 도쿄대 졸업생(다카무라 도모야)의 움막살이 실천 사례다. 그가 내놓은 ‘작은 집을 권하다’란 책이 최근 재조명되면서 일약 화제로 떠올랐다. 여세를 몰아 최근엔 ‘B라이프’란 후속 저서까지 인기다. 저자는 집이란 게 원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인데 되레 모두가 집 하나에 얽매여 인생을 낭비한다는 점에 반발했다. 그렇다고 집이 없으면 곤란하니 선택은 작은 집으로 귀결됐다. 집이 작으니 돈도 적게 들고 그러니 덜 벌어도 되는 삶이다. 집을 내려놓고 삶을 얻었다는 자평이다.


압도적 저비용 자랑하는 ‘움막살이’
그는 이를 ‘B(Basic)라이프’라고 부른다. 필요한 만큼 벌고 쓰는 삶을 말한다. 실제로 그는 도쿄 도심에서 오토바이로 반나절 거리인 산속에 집을 지었다. 집이랄 것도 없는 말 그대로 움막 수준이다. 물론 9.9㎡(3평) 남짓이지만 있을 건 다 있다. 부엌·화장실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공간을 완비했다. 10㎡ 이상이 법적 건축물인 만큼 규제 대상도 아니다. 땅값까지 합해 모두 10만 엔으로 끝냈다. 전기(자가발전)·물(계곡물)·취사(드럼통) 등을 스스로 해결하니 고정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생활비는 월 2만 엔 수준이다. 단기 아르바이트만으로 충분히 먹고사는 금액이다. 저축까지 한다니 불문가지다.

넓게는 미국에서 확산 중인 ‘스몰 하우스 운동’과 일맥상통해 일본만의 특이 현상도 아니다. 초기 저항운동이었던 게 생활 이슈로 확산됐다. 저자도 세계를 다니며 비슷한 사람을 찾아가 물어본 후 자신의 선택을 확신했다. 고정비를 줄인 필요 최저한의 삶이 목표다. 즉 최대 메리트는 압도적인 저비용이다. 단순 생활 추구란 점에서 캠핑카나 컨테이너의 재활용 사례도 포함된다.

‘움막살이’는 속속 실천된다. 이와 관련된 실질적인 정보 교환과 조언 내용을 담은 가상공간의 활동 상황이 적극적이다. 양판점엔 건자재를 필두로 건축 세트를 모은 매장이 등장했고 마트엔 관련 식량 등을 한데 모은 묶음 상품까지 나왔다. 거주 후보지는 수도권 인근 농촌이 메인 타깃이다. 값이 싼 땅을 산 후 건축자재를 마련, 인터넷을 보며 스스로 집을 짓는 게 보편적이다. 워낙 소형이니 1개월이면 완성된다. 이주·건축 금액은 최대 100만 엔 안쪽이다. 생활비는 평균 3만~5만 엔대다. 일부는 인근에 함께 살며 생활비를 더 줄인다. 텃밭의 농산물을 교환하거나 생필품을 나눠 갖기도 한다.

최대 난관은 배수와 폐기물 처리 문제다. 지역 조례별로 다르지만 보통은 하수관·정화조가 필수인데 관련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 법적 규제를 받는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해석 여하에 따라 챙겨야 할 문제가 많다. 건축물 판정 여부도 사전에 면밀히 살펴봐야 패착이 없다. 즉 세금·법률·보험 등의 일상 이슈는 물론 토착 주민과의 관계 설정 등 제반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법률만 해도 이상과 현실은 천양지차다. 건축기준법·농지법·폐기물처리법·하천법 등 법률 장벽이 높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