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터닝포인트를 찾기 위한 소신 있는 선택이, 우연히 펼친 오빠의 교과서가 그들을 바다로 이끌었다. 그들에게 바다는 더 먼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다. 지치지 않고 새로운 여정을 모색하는 그들은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위한 출항지에 서있다.
[하이틴 잡앤조이 1618] “후진학은 ‘대학 졸업장’이 아닌 ‘업무효율 제고’를 위한 선택”
1618 마이스터고를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이승우 1학년 초까지 인문계(자양고)에 다녔어요. 그 당시 학업에 대한 열정이 크게 없었기 때문에 진학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터닝포인트를 찾고 싶어 전학을 결심한 거예요. 그중에서도 인천해사고를 선택한 이유는 막연하게나마 늘 바다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조유진 같은 학교에 1년 먼저 입학한 오빠의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무역 분야에 대한 동경심이 생겼어요. 국내 유통뿐만 아니라 외국과 접해 일을 하는 것이 매력적이었거든요. 입학 후 단 한 번의 후회 없이 즐겁게 공부했어요.


1618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요?
이승우 오히려 어머니가 적극 추천해주셨어요. 제가 소신껏 진로를 택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신 분이죠.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저의 가장 큰 조력자이세요.

조유진 제 선택을 존중해주셨죠. 부모님은 한 번도 ‘반드시 인문계에 들어가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거든요.


1618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조유진 울산항만공사 영업본부의 재무회계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물품을 구입하는 등 계약이 발생하는 부분을 주로 담당하고 있어요. 팀 특성상 타부서와의 접촉이 많아 회사 전반에 대한 파악을 할 수 있어 흥미로워요.

이승우 인천항만공사 ‘에코누리호’에서 1등 항해사로 일하고 있어요. 에코누리호는 아시아 최초로 LNG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항만안내선이에요. 중·고등학생을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인천항 곳곳을 구경시켜주는 홍보선 역할을 하죠.


1618 어떻게 이곳에서 일하게 됐나요?
조유진 관세 공무원이나 무역회사 등 다양한 취업처를 살펴보기는 했지만, 1순위는 늘 항만공사였어요. 그래서 채용공고가 나자마자 망설임 없이 지원했고, 지금은 가장 꿈꾸던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 셈이죠.

이승우 2009년 상반기 3등 항해사의 자격으로 동양시멘트에 첫 취업을 했어요. 23살 때 그곳에서 최연소로 1등 항해사도 됐고요.(웃음) 그러다 올해 1월, 내년으로 계획하고 있는 후진학을 위해 이직을 했어요. 공사는 출퇴근 시간과 휴무일이 확실한 편이니까요.


1618 1등 항해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요?

이승우 보통 1등 항해사가 되려면 3급 해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해요. 제 이직 조건도 3급 해기사 자격증과 1등 항해사 경력 1년 이상이었어요. 톤수마다 달라 더 큰 배들은 1등 항해사의 조건으로 2급 해기사 자격증을 필요로 하기도 해요. 여기에 정신력과 책임감은 기본이고요.


1618 가장 힘든 선박이 있다면요?
이승우 탱커선 중에서도 케미컬 선박이 가장 힘들다고들 해요. 케미컬 선박은 화학 약품을 싣는 배인데, 멀리 나가다 보니 여가시간도 적고 멀미도 많이 하거든요. 하지만 높은 봉급이라는 보상이 따르죠.


1618 힘든 시기는 없었나요?
이승우 배는 수직사회의 성격이 강해요. 처음 들어갔을 때 사관인 제가 나이가 훨씬 많은 부원들을 대하는 것이 불편할 때가 많았어요. 유교사상이 강한 어른들에게 업무적 지시를 내릴 때는 정말 조심스러웠죠.

조유진 3개월의 인턴 생활 후 정직원이 됐는데, 그때 바로 슬럼프가 찾아왔어요. 인턴 때는 없었던 ‘나만의 업무’가 생겼고 책임감이 엄청났거든요. 선배들보다 일의 융통성이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은 흐르는데 업무적 노하우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었어요.
[하이틴 잡앤조이 1618] “후진학은 ‘대학 졸업장’이 아닌 ‘업무효율 제고’를 위한 선택”
1618 그런 상황은 어떻게 극복하나요?
이승우 직급에 무관하게 어른들과 소통할 때는 특별히 예의를 갖추려고 노력해요.

조유진 전 업무적인 슬럼프는 업무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일하다 보면 일의 효율이 잡히는 지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1618 일을 하면서 즐거웠을 때는 언제예요?
조유진 소위 ‘일머리’가 생겼다고 느낄 때요. 시간을 더해가면서 회사의 전반적인 업무가 파악이 되고 상황을 판단하는 안목이 생겼다는 걸 가끔 느끼는데, 그럴 때는 일에 대한 의지나 애착이 생겨서 좋아요.

이승우 보통 사람들에 비해 조금은 희소하고 남다른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에요. 그래서 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요.


1618 퇴근 후나 쉬는 날에는 뭐 해요?

이승우 퇴근 후 일주일에 세 번 영어학원에 다녀요. 대학에 다니거나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요.

조유진 근교로 사진을 찍으러 가거나 서울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해요. 동기부여를 받고 생각도 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1618 공기업에서 일하는 장점이 있다면요?
이승우 맡는 업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야근이나 특근이 없어요. 말 그대로 ‘칼퇴근’이 가능하죠. 근무환경이나 복지도 좋고요.

조유진 공기업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만큼 오직 나 자신만이 아닌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마음가짐을 품을 수 있어 좋아요.


1618 대학 생활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이승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성취감이 있었기에 진학이 아닌 취업을 후회한 적은 없어요. 다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겨 내년에 후진학을 계획하고 있어요. 일도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조유진 올해 상반기에 사이버대학에 입학했어요. 현장에서 듣는 교수님의 강의나 캠퍼스의 낭만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대학 졸업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직무 분야에 더 깊이 접근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시작한 것이기에 만족하고 있어요.


1618 연봉은요?
이승우 4000만원대 중반이에요.

조유진 2000만원대 중반이요.


1618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조유진 말이나 행동에 있어 한 번 더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세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상사분은 선생님이 아니라는 마음가짐도 하고요. 또 자격증 취득도 좋지만 그보다는 본인이 취업할 곳에서 필요로 하는 기초적인 능력을 키우길 바라요.

이승우 어리다고 해서 기죽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본인의 업무에 사명감을 갖고 임한다면 어려울 게 없을 거예요.


1618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요?
이승우
‘쓰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어요. 19살에 정확하게 30살까지 10단계로 나눠 인생의 장·단기 플랜을 세웠는데, 6단계인 현재까지 하나도 틀림이 없이 이루어왔거든요. ‘죽기 전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자’는 큰 목표가 있는데, 이를 이루기 위해 더 나아가야죠. 항해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조유진 사이버대학을 졸업한 뒤 해양대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에요. 무역에 대한 관심은 우연히 펼친 교과서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그게 제 분야가 된 이상 진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 일도 학업도 열심히 한다면 또 다른 길이 펼쳐질 거라 믿어요.


글 박미래 인턴기자ㅣ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