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규모·건수 사상 최고치…‘일대일로’ 영향 투자 지역 넓어져

주가 오른 기업들, 해외 M&A ‘앞으로’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 가속화되고 있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36% 늘어난 20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건수도 77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3% 증가했다. 지난 3월 중국화공은 85억4700만 달러를 투자해 이탈리아의 타이어 업체 피렐리를 인수하기로 했다. 2014년 이후 최대 규모의 해외 M&A다. 2014년 한 해 동안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도 246건, 550억 달러로 2012년(579억 달러)에 이어 역대 둘째로 많았다.

중국 기업의 해외 M&A는 3가지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민영기업이 해외 M&A를 주도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지난 1분기 해외 M&A 77건 가운데 민영기업이 52건, 국유 기업은 16건, 재무적 투자자는 9건의 해외 M&A를 단행했다. 민영기업은 주로 첨단기술·통신·소매유통 등의 업종을 주 타깃으로 삼아 기술과 지식재산권 브랜드 매입을 위한 M&A를 단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M&A에 변화 가져 온 ‘일대일로’
둘째 트렌드는 증시 상승이 중국 기업에 해외 M&A를 위한 실탄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장사가 중국의 해외 M&A의 주력군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의 해외 M&A 가운데 55%는 상장사가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트렌드는 육·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중국 기업의 해외 M&A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PwC는 일대일로가 중국의 해외 M&A에 4가지 변화를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투자 대상 기업이 주로 북미와 서유럽 등 선진국에 몰려 있었지만 중앙아시아·동유럽·동남아·북아프리카 등 개도국으로 투자 대상 지역이 옮겨 가고 있다. 또한 투자 대상 업종은 원래 광산과 같은 자원이나 정보기술 및 기계설비 제조업에서 기초 시설 건설과 관련된 업종으로 바뀌고 있다. 자금원도 중국이 주도하는 실크로드기금·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가 추진 중인 신개발은행(NDB) 등으로 다원화되고 있다. 아울러 국유 기업과 민영기업이 서로 보완적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에 강한 국유 기업이 선두에 서고 제조업에 강한 민영기업이 그 뒤를 따른다.

물론 일대일로가 기업의 해외 진출에 새로운 리스크와 도전을 제공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중국 건설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한다면 현지 노동자들과의 마찰을 키워 오히려 중국 위협론에 대한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운명체론으로 중국 위협론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 중인 일대일로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일대일로에 걸쳐 있는 나라들 가운데 중국과 이중과세 방지 협정을 맺지 않은 나라도 적지 않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현지 세수 규정을 충분히 살피고 대응책을 마련해 현지 기업을 M&A 하는 게 세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전문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