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신흥국 주식 더 늘릴 때…신흥국 중엔 아시아가 ‘으뜸’

신흥국의 봄이 또다시 찾아왔다. 3월 13일 달러가 고점을 형성한 이후 신흥국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은 각각 9.7%, 1.6%로 선진국의 3.3%, 0.7%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신흥국의 통화가치도 달러 대비 2.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30.3% 급등했고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8.8%와 8.9% 상승하며 오랜만에 박스권을 벗어났다.

2014년에도 신흥국 주식(+2.5%)의 수익률은 선진국(+7.7%)에 크게 뒤졌지만 3월 중순부터 5개월간 신흥국이 더 좋은 성적을 내며 화려한 봄을 만끽했던 기억이 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까.

주가·금리·환율 등 금융시장의 가격 지표들이 장기적인 박스권을 강하게 상향 돌파할 때는 일시적인 조정을 거쳐 그 추세가 당분간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 2013년 2분기에 미국 주가, 2015년 1분기에 유로존과 일본 주가가 그랬고 올해 2분기에는 그 바통을 이어 받아 신흥국과 국내 주식이 수년째 갇혀 있던 전고점을 강하게 상향 돌파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흥국 주가가 박스권을 상향 돌파한 배경은 첫째,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컨센서스가 6월에서 9월로 지연되면서 달러 강세 속도 조절과 유가 반등이 신흥국의 위험을 낮췄다.

둘째, 펀더멘털 개선 조짐은 미약하지만 달러 강세 완화로 숨통이 트인 신흥국들이 재정지출과 인프라 투자, 나아가 금리 인하 등을 통해 정책 대응에 나서게 하고 있다. 그동안 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등 경기 부양책은 선진국의 전유물이었다. 자금 이탈 우려가 있는 신흥국들은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실탄을 아낄 수밖에 없었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을 미루고 달러 강세가 멈칫하면서 신흥국들의 정책 여지가 생겼다. 한국과 중국 중앙은행은 3월 기준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며 통화 완화를 재개했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신흥국의 봄
셋째, 선진국 주식의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신흥국의 상대적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며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신흥국 주식과 채권은 원자재 가격 반등과 신흥국 통화가치 안정 등에 힘입어 당분간 유입될 전망이다.


아껴둔 ‘정책의 힘’쓰기 시작한 신흥국
글로벌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매크로 환경도 이미 달라졌다. 첫째, 환율 전쟁의 영향으로 국가별로 정책 대응이 달라지고 있다. 환율 전쟁이 시작된 2013년 5월 버냉키 쇼크 이후 2년이 지났다. 2년 동안 실효 환율이 크게 절상된 국가들과 절하된 국가들의 명암이 2014년 4분기 이후 J커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엇갈리기 시작했다. 통화 약세로 경기가 턴어라운드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유로존과 일본은 추가 대응에 소극적인 반면 압도적 통화 강세로 경제지표가 빠르게 둔화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5개국(스위스·미국·영국·한국·중국)은 정책 대응 속도가 빨라졌다. 미국과 영국은 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고 한국과 중국은 통화 완화를 재개했다.

둘째, 정책 대응에 나서는 나라들이 신흥국들로 확장되고 있다. 선진국은 통화 완화를 지속하고 상대적으로 나은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자금 이탈 우려로 재정지출에 소극적이었던 신흥국은 국제통화기금(IMF)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재정지출과 인프라 투자, 나아가 금리 인하를 통한 수요 창출을 요구받고 있다.

셋째, 정책 수단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방적인 통화정책은 모든 자산 가격을 상승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부진하다. 과잉 부채로 풀린 유동성이 실물 부문으로 파급되는 효과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정부 부채 때문에 재정정책을 펴기가 어려웠다. 2011년 이후의 흐름이다. 그러나 재정 긴축 이후 4년여가 지나면서 각국은 재정 긴축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유로존·일본 경제의 턴어라운드와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 재정정책 등 성장 지원 정책이 병행되면 기대 인플레이션과 함께 장기금리가 반등한다. 전 세계 채권 금리의 장·단기 스프레드(10년-2년)가 확대되고 있다.

달러 강세의 부정적인 영향이 반영된 1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2분기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 유가가 반등하고 있지만 전년 대비 40% 정도 낮은 ‘저유가 환경’이며 유로존과 일본은 통화가치가 전년 대비 20% 정도 하락한 ‘통화 약세 환경’이다. 긍정적인 환경이 선진국 주식시장의 기업 이익 반등세를 이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선진국 주식에 대한 기대는 한 단계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 연초 이후 18%가 급등한 유로존 주식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며 자금 유입 둔화와 기간 조정이 예상된다.

달러 강세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으로 북미 주식에서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중앙은행(BOJ)의 양적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일본과 유럽 주식 펀드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 주식 펀드는 향후 달러 강세 속도 조절과 유럽 대비 상대 밸류에이션 부담 축소로 유출 규모가 감소할 전망이다. 양적 완화 지속으로 일본과 유럽 주식 펀드에도 유입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규모는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신흥국의 봄
신흥국 주식의 투자 선호도를 한 단계 상향 조정할 것을 권고한다. 신흥 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다소 감소했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지만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우려가 약해지면서 단기적으로는 남미와 EMEA(신흥유럽·중동·아프리카)의 상승세가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길게 보면 대만 등 신흥 아시아가 더 매력적이다. 선진국 주식에서는 일본이, 신흥국에서는 아시아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다.


국내 채권은 투자 매력 줄어들어
한국 경제는 건설투자 호조로 1분기 성장률이 양호했지만 대외 부문과 소비 등 전반적인 경기 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하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그렉시트(Grexit) 우려로 경제활동이 정체된 2012년 하반기 이후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2월 말 이후 정부와 한국은행의 빨라진 정책 대응으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뚜렷한 심리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도 반응 중이다. 선진국의 양적 완화와 동일한 형태의 정책 기대 효과다. 심리와 금융시장의 변화는 시차를 두고 경제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호적인 상황에서 단행되는 추가 기준 금리 인하와 국내총생산(GDP) 대비 1% 규모(세수 부족분 감안 시 20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및 민간투자 사업 활성화 방안을 통한 유효수요 창출은 하반기 한국 경제의 개선을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식의 1차 목표치는 코스피지수 2220이 예상된다.

그동안 투자 비중을 유지했던 국내 채권 투자는 이제 줄여야 할 때다. 한국의 국채 10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지 2주 만에 0.31% 포인트 급등했다. 2014년 이후 금리 반등 때마다 세 차례(2014년 8월과 2012월, 2015년 2월)나 지지됐던 60일선도 상향 돌파되며 2.37%까지 상승했다.

표면적으로는 첫째, 안심 전환 대출 34조 원과 주택저당증권(MBS) 미매각이 금리 반등을 촉발했다. 둘째, 1분기 국내 GDP 성장률이 한국은행의 전망치에 부합하며 기준 금리 인하 기대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글로벌 자산시장을 움직이는 매크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3분기 중반까지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장기금리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에 대비한 2년 이하 단기물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신흥국과 위험 자산을 상향 조정하는 흐름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와 신흥국 채권, 하이일드의 투자 의견은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 국제 유가의 재고 부담이 완화됐지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유가가 최근 1개월간 20.1%나 급등한 데다 가격 상승 시 셰일 업체들과 산유국의 공급탄력성이 높아 추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과 달리 신흥국 채권은 유동성 이슈로 턴어라운드를 확인하고 진입해도 늦지 않다. 주식이 강할 때 성과가 나는 하이일드는 미국 경제에 대한 컨센서스의 하향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신동준 하나대투증권 자산분석실장 djshin@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