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듀폰과 합의…‘꿈의 소재’ 아라미드 영업 탄력

‘6년 전쟁’ 끝낸 이웅열 회장
업계에선 이번 벌금 납세 결정을 막대한 기회비용을 청산하려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유죄 인정과 벌금 납부는 법적 절차일 뿐이라는 해석이다.



6년을 끌어오던 코오롱과 듀폰의 소송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4월 29일 “아라미드 섬유 브랜드인 ‘케블라’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코오롱이 유죄를 인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코오롱이 물어야 할 벌금이 3억6000만 달러(3845억 원)라고 덧붙였다.

코오롱과 듀폰의 소송전은 2009년부터 시작됐다. ‘꿈의 소재’로 불리는 아라미드 섬유 개발과 판매를 둘러싸고 듀폰이 영업 비밀을 침해당했다며 고소한 것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열과 화학약품에 강한 초강력 합성섬유다. 불에 타거나 녹지 않고 섭씨 영상 500도가 넘어야 검게 탄화한다. 강도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5배나 세 방탄복, 헬멧,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밧줄과 케이블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세계 아라미드 섬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듀폰(상품명 케블라)과 일본의 데이진(테크노라) 등이다. 코오롱은 2005년 ‘헤라크론’이라는 브랜드로 뒤늦게 뛰어들었다.


유죄 인정은 법적 절차일 뿐
코오롱은 2009년 듀폰에서 퇴임한 직원인 마이클 미첼을 컨설턴트로 채용했다. 듀폰이 영업 비밀 침해를 주장하는 이유다. 2011년 11월 미국 버지니아 주 동부지방법원은 코오롱이 듀폰에 9억199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코오롱에 불리하게 돌아가던 판세가 역전된 것은 2014년 4월 들어서다. 버지니아 주 연방항소법원은 2001년 내려진 판결을 무효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장장 6년을 끌어온 공방 끝에 소송비용 등 기회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업계에선 이번 벌금 납세 결정을 막대한 기회비용을 청산하려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선 유죄 인정과 벌금 납부는 법적 절차일 뿐이고 중요한 것은 코오롱과 듀폰의 합의라고 보는 해석이다.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 코오롱은 합법적으로 아라미드 섬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회장은 평소에도 헤라크론을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코오롱이 헤라크론 영업을 본격화한다면 영업이익을 통해 벌금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장도 코오롱의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벌금 규모가 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되겠지만 사업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호재라는 평가다. 실제로 4월 30일 주식시장에서 코오롱의 주가는 가격 제한 폭까지 오른 4만56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오롱의 상한가는 2014년 4월 이후 1년 만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9.42% 오른 6만7400원에 마감했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