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론 머스크, 자율 운항 바지선 띄워 로켓 회수 실험…발사 비용 획기적 절감

이날 발사체 재활용 실험에서 주목을 덜 받은 대상이 있다. ‘드론 선박’이다. 스페이스 X가 쏘아 올린 화물용 무인 우주선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발사체를 온전한 상태로 회수해야 한다. 머스크 CEO는 발사체를 재활용해 운영비용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겠다는 구상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를 위해 머스크 CEO는 대서양에 착륙 전용 바지선을 띄우는 경로를 선택했다.
발사체를 회수하는 스페이스 X의 바지선엔 사람이 타지 않는다. 스페이스 X는 그래서 드론 선박이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은 ‘자율 운항 우주기지 드론 선박(autonomous spaceport drone ship)’이다. 선원 없는 선박, 이른바 무인선이다. 이 드론 선박은 무인 우주선의 빛에 가려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
무인 선박, 조선업 판도 바꾼다
스페이스 X의 무인 드론 선박이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2014년 11월이다. 길이 91m, 폭 51m, 높이 6m의 거대한 몸집에는 우주에서 하강한 발사체가 정확한 지점에 착륙할 수 있도록 착륙 플랫폼에 X선이 그어져 있다. 수십 톤에 달하는 발사체의 강력한 역추진 동력에도 끄떡하지 않고 수평을 유지한다. 웬만한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발사체를 세운 채 목적지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기술도 녹아 있다.
무엇보다 무인선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무인선은 미국 남캘리포니아 찰스턴 남동쪽 266km 지점까지 인간 선원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 자율 운항했다. 물론 보조 선박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선박의 상태를 모니터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 X의 무인 드론 선박은 폭풍이 부는 날씨에도 3m의 오차만 허용할 정도로 정밀한 위치 제어 시스템이 탑재돼 있다. 또한 디젤엔진으로 작동하는 전방위 추진기(아지무스 트러스터)가 강력한 조류에도 현재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 같은 복합적인 기술력이 응축돼 로켓 발사체의 안전한 착륙을 지원하고 있다. 스페이스 X의 발사체 재활용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드론 선박과 발사체 간의 물리적 도킹이 완벽하게 이뤄져야만 한다. 그만큼 드론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무인선은 선박 제조 기술과 정보기술(IT)이 접목되는 영역이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로봇 제작 기술과도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집약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머스크 CEO와 같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 사업가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술 분야이기도 하다.
아직 완전체의 무인 선박 제조 기술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무인선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롤스로이스의 10년 뒤 비전도 원격제어로 작동하는 무인 선박이다. 무인 자동차와는 또 다른 성격의 기술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무인 자동차, 무인 우주선 등 운송 기기를 무인화하는 데 사실상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가 무인 선박의 미래를 꿈꾸고 있다면 조선 산업의 판도가 어떻게 뒤바뀔지 예측하기 어렵다. 시속 1300km의 고속철도 ‘하이퍼루프’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머스크 CEO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매거진팀장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