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에서 사회적 투자로…해외선 ‘기부 산업’ 자리 잡아

슈퍼리치들의 ‘통 큰 기부’가 화제다. 지난 3월 26일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열 살짜리 조카의 대학 지원을 마치면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그의 전 재산은 약 8억 달러(약 8800억 원) 정도다. 같은 날 국내에서는 또 다른 슈퍼리치가 화제였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그의 ‘재산 절반’인 4400억 원을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를 만들기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은 슈퍼리치들의 기부 경제학에 대해 살펴봤다.
슈퍼리치의 ‘기부 경제학’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세계를 뒤흔든 혁신으로 어마어마한 ‘부(富)’를 일군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기부왕’이라는 것이다. 더 많은 부를 쌓을수록 더 많이 베풀기를 주저하지 않는 덕에 그들은 존경과 신뢰를 얻는다. 빈부 격차나 환경문제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얻는 경제적 효과는 덤이다. 2년 연속 세계 최고 부자에 등극한 빌 게이츠가 세계인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1위에 꼽힌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굳이 셈법을 따져가며 기부를 결정할 것까지야 없지만 존경받는 리더로서 사회적 신뢰 자본을 쌓아가는 데 기부만큼 ‘효과적인 투자처’는 없는 셈이다.


빌 게이츠 vs 마윈, 선의의 기부 경쟁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 어렵다. 더 나은 자선 활동을 위해 누가 돈을 더 효과적으로 쓰는지 빌 게이츠와 경쟁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빌 게이츠를 라이벌로 지목해 화제를 모았다. 기부도 효율적이어야 한다며 빌 게이츠 재단을 롤 모델로 언급한 것이다. 현재 그의 총자산은 약 1500억 위안(약 26조5000억 원)이다. 실제로도 마 회장은 2014년 169억 위안(약 3조 원)을 기부하며 ‘2014 중국 100대 기부자 명단’ 1위에 올랐다. 알리바바 주식의 주식매입선택권(스톡옵션)을 바탕으로 공익신탁을 설립했는데, 이 공익신탁 기금은 환경보호·교육·의료·위생 등의 분야에 사용할 예정이다.

마 회장이 라이벌(?)로 점찍은 빌 게이츠의 기부 성적 또한 이에 뒤질 리 없다. 지난 2월 8일 미국의 자선 관련 전문지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기부왕 1위는 빌 게이츠 부부가 차지했다. 이들은 15억 달러(약 1조6000억 원)의 가치를 지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그들이 운영하고 있는 ‘빌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자산신탁에 기부했다. 이 재단은 기부금을 통해 빈곤을 없애고 저소득층에게 교육 기회를 부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빌 게이츠를 ‘기부의 아이콘’으로 칭송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단지 기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슈퍼리치들의 기부를 독려하는 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과 함께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를 설립하고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최소 50%를 기부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 중이다. 이를 통해 워런 버핏은 전 재산의 99%, 빌 게이츠도 전 재산의 95%를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현재 빌 게이츠의 총자산은 약 792억 달러(약 87조2200억 원)이며 워런 버핏은 약 727억 달러(79조8000억 원) 정도다.

두 사람의 적극적인 독려 활동으로 현재 이 클럽에 가입한 억만장자는 128명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총자산 약 331억 달러), 마이클 블룸버그 블룸버그통신 창업자(총자산 약 355억 달러), 존 D 록펠러 전 체이스맨해튼은행 회장(총자산 약 30억 달러)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아시아의 부호들도 이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 정보기술(IT) 업계의 거물인 아짐 프렘지 위프로테크놀로지 회장(총자산 약 157억 달러)은 인도의 교육 시스템 개선을 위해 기부했으며 비노드 코슬라(자산 17억 달러) 코슬라벤처스 대표도 인도와 아프리카 등 빈곤 국가에 태양광 패널을 공급하는 사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중국·일본에선 ‘더 기빙 플레지’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부호는 아직까지 없다.


국내에도 ‘기부 바람’불까
‘더 기빙 플레지’로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슈퍼리치들의 기부 열풍은 한국에서도 이제 막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분위기다. 한국판 ‘더 기빙 플레지’라고도 일컬어지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가 대표적이다. 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실 더 기빙 플레지보다 먼저인 2007년 결성됐다.

2010년까지 회원 수는 100여 명에 그쳤지만 이후 빠르게 늘어 현재는 791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이 407명으로 가장 많고 배우 수애, 축구선수 박지성, 가수 수지 등 유명인도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바로 아너 소사이어티 기부 1위는 29억 원을 기부한 익명의 재일 동포이며 2위는 최신원 SKC 회장 25억 원, 3위는 정몽준 전 국회의원 20억 원 등이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샘디자인그룹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4한중창조문화대전 ‘동방지혜(東方智慧)’ 시동의식(발대식)에 참석한 조창걸 한샘그룹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14한중창조문화대전은 코리아CEO 서밋과 중국성시문화산업발전연맹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진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됐으며 오는 11월 5일부터 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다. 2014.03.27.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샘디자인그룹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2014한중창조문화대전 ‘동방지혜(東方智慧)’ 시동의식(발대식)에 참석한 조창걸 한샘그룹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14한중창조문화대전은 코리아CEO 서밋과 중국성시문화산업발전연맹이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국내 중소기업의 중국진출에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됐으며 오는 11월 5일부터 9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다. 2014.03.27. suncho21@newsis.com
지난 3월 26일에는 세계적인 슈퍼리치들과 마찬가지로 ‘전 재산의 절반’을 내놓기로 약속한 기업 오너가 국내에 등장했다. 국가 미래 전략 싱크탱크를 세우기 위해 약 4400억 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힌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한샘 지분 60만 주(약 1000억 원)를 시작으로 모두 260만 주(약 4400억 원)를 자신이 3년 전 설립한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출연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특히 한샘을 창업하던 30대 무렵부터 ‘한국판 브루킹스연구소’ 설립을 꿈꿨다고 알려져 그의 기부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국제공인모금전문가(CFRE) 자격을 보유한 한국기부문화연구소 김현수 씨는 “국내 슈퍼리치들의 기부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로 해외와 비교해 여전히 대기업 총수들의 기부가 인색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예전과 비교해 고액 기부의 방식이나 목적이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기존 ‘회장님’들의 고액 기부는 그저 목돈을 자선단체에 건네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이와 비교해 최근에는 자신이 기부한 ‘돈의 경제적 효율성’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기부를 결정하는 슈퍼리치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아 아름다운재단 모금국 국장은 “대부분의 슈퍼리치들이 기업 최고경영자(CEO)이기 때문에 이런 성향이 기부에 나타날 때도 많다”며 “사회적인 투자를 위해 내 돈이 어떤 목적으로 얼마나 효율성 있게 쓰이는지 개입하길 원하는 것은 세계적인 슈퍼리치들의 기부 경향과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YONHAP PHOTO-0883> Apple CEO Tim Cook speaks at the WSJD Live conference in Laguna Beach, California October 27, 2014.  REUTERS/Lucy Nicholson (UNITED STATES - Tags: BUSINESS SCIENCE TECHNOLOGY)/2014-10-28 15: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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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CEO Tim Cook speaks at the WSJD Live conference in Laguna Beach, California October 27, 2014. REUTERS/Lucy Nicholson (UNITED STATES - Tags: BUSINESS SCIENCE TECHNOLOGY)/2014-10-28 15:12:45/
그 대표적인 예가 2014년 11월 국내 대표적인 벤처 1세대 5인이 설립한 벤처 자선 기업 ‘C 프로그램’이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주식 자산 약 1조6000억 원), 김정주 NXC 대표(주식 자산 약 1조7000억 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주식 자산 약 1조2000억 원), 이재웅 다음 전 대표(주식 자산 약 2000억 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주식 자산 약 1조2000억 원)이 그 주인공으로, 이들의 자산은 모두 합해 약 6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C 프로그램의 목적은 분명하다. 벤처 자선 기금을 마련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기업과 단체 등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벤처 자선’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설립된 것은 처음이어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국내 대기업 총수 중 개인 기부에 적극적인 이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다. 서 회장은 2003년 서성환 창업주 별세 당시 서 회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의 유산으로 남겨진 아모레퍼시픽 지분(당시 평가액 약 50억 원 정도)을 모두 모아 가족 공동 명의로 ‘희망가게’에 기부했다.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운영 중인 희망가게는 저소득 한 부모 여성 가장의 창업을 돕는 사회 공헌 사업이다. 창업 자금 최대 4000만 원을 저금리로 지원하며 창업 컨설팅을 함께 제공한다.


자선단체 찾아가는 은행 PB들
그러면 ‘돈’에 누구보다 예민한 슈퍼리치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기부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국장은 “소액 기부와 달리 고액 기부자일수록 여러 가지 동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남을 돕고 싶다’는 선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자신이 평생 일군 재산을 내놓기로 결심하는 이는 드물다. 특히 슈퍼리치의 기부에 ‘경제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기부를 단순한 ‘자선 행위’가 아니라 ‘투자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YONHAP PHOTO-0234> Facebook CEO Mark Zuckerberg smiles during an announcement in San Francisco, Monday, Nov. 15, 2010. AP Photo/Paul Sakuma)/2010-11-16 03:29:2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Facebook CEO Mark Zuckerberg smiles during an announcement in San Francisco, Monday, Nov. 15, 2010. AP Photo/Paul Sakuma)/2010-11-16 03:29:2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김 국장은 “부호들의 기부금은 어떤 특정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때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이 밖에 절세와 같은 자산 관리를 위해서도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기부를 고려하는 부호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은 “한국에서는 절세를 위해 기부한다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경향이 강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절세를 위한 다양한 방법 중 하나로 기부를 고려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기업 총수들 중에서도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프라이빗 뱅커(PB)들이 먼저 자선단체를 찾을 때가 많다. 국내 부의 역사로 봤을 때 현재는 1~2세대 부호들이 2~3세대에게 자산을 상속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김 국장은 “실제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상속 시기와 맞물리며 5년 전부터 재단 설립 등과 관련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며 “자산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기부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씨는 “특히 자수성가한 기업 총수들은 합리적인 이들이 많기 때문에 예전처럼 ‘무조건 자식에게 자산을 모두 물려준다’는 생각이 줄어들고 있다”며 “교육이나 싱크탱크 설립 등 사회 환원을 위한 재단에 관심을 갖는 이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거나 자산을 그대로 상속할 생각은 없지만 재단을 통해 최소한의 경제적 수익(재단의 이사 월급)을 마련해 주고자 하는 의사가 반영된 것이다.
<YONHAP PHOTO-0186> Jack Ma, billionaire and chairman of Alibaba Group Holding Ltd., speaks during an event in Hong Kong, China, on Monday, Feb. 2, 2015. Ma regained his spot as Asia's richest person with a higher valuation for the company's finance affiliate ahead of a stock sale that also created a dozen new billionaires. Photographer: Lam Yik Fei/Bloomberg *** Local Caption *** Jack Ma/2015-02-03 08: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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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Ma, billionaire and chairman of Alibaba Group Holding Ltd., speaks during an event in Hong Kong, China, on Monday, Feb. 2, 2015. Ma regained his spot as Asia's richest person with a higher valuation for the company's finance affiliate ahead of a stock sale that also created a dozen new billionaires. Photographer: Lam Yik Fei/Bloomberg *** Local Caption *** Jack Ma/2015-02-03 08:04:33/
다만 이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김영림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는 “슈퍼리치가 재단 설립에 사재를 출연하면 여전히 재단 기금을 자신의 자산처럼 운용할 수 있다는 오해가 있다”며 “재단의 운영자금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재단 운영을 포기한다면 재단 운영 기금이 기부자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라 국가에 귀속되는 것이다.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에서 기부를 위한 자선단체에 손을 뻗는 이 같은 흐름은 미국 기부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부에 관심이 높은 슈퍼리치들의 욕구에 따라 다양한 기부 금융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부라는 본래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절세 효과나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구성한 상품들이다. 그야말로 ‘기부 문화’를 넘어 ‘기부 산업’으로 발달하고 있는 단계다. 비케이 안 소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은 부호들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이미 기부가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상황”이라며 “미국에 비해 우리는 기부의 역사가 짧은 만큼 향후에는 이와 같은 기부 산업이 발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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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기부 순위가 없는 이유

미국의 기부 전문 잡지 ‘크로니클 오브 필랜트로피’는 해마다 자선가들의 기부액을 집계해 순위를 공개한다. 중국 부자연구소인 후룬연구원도 ‘2014년 중국 자선가 순위’를 발표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엔 이와 같은 기부 부자의 순위를 집계하는 기관이 없다. 김성빈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기부 시장의 규모가 작고 체계적이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국내의 개인 기부 규모, 기부 액수와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들이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통계청·국세청 등으로 산재해 있다. 그는 “기본적인 데이터가 제대로 축적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신뢰 높은 자료를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내 슈퍼리치들의 기부를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미국 기부 순위
1위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 15억970만 달러
2위 프로풋볼팀 버펄로빌스 구단주 랠프 윌슨 주니어(2014년 사망) 10억 달러
3위 통신 상거래 업체 MBI 창업자 시어도어 스탠리 부부 6억5239만 달러

중국 기부 순위
1위 마윈 알리바바 회장 145억 위안
2위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회장 62억 위안
3위 로니 챈 헝룽그룹 회장 형제 3억5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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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 기부, 10년 뒤 ‘106억 원 가치’
슈퍼리치의 ‘기부 경제학’
지구촌에 부는 슈퍼리치들의 ‘기부 열풍’엔 심화되는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실제로 슈퍼리치들의 기부가 ‘빈부 격차 해결’과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13년 아름다운재단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50억 원 기부금’을 종잣돈으로 운영 중인 희망가게 10주년을 맞아 사회적 성과를 측정했다. 희망가게는 62억 원의 대출금으로 가처분소득 증가분 56억6000만 원, 금융 접근성 개선으로 49억8000만 원 등 2013년을 기준으로 총 106억 원의 사회적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창업 전 정부의 생계비 지원을 받는 일반 수급자 비율이 22.6%에서 11.8%로 절반 가까이 줄었고 조건부 수급권자도 13.1%에서 9.4%로 줄었다. 연구를 진행한 임은의 극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소득 자체보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꿈을 갖게 됐다는 것과 사업을 통해 개인의 역량이 향상됐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무형의 가치까지 따졌을 때 경제적 효과는 더욱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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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세금’ 없나

‘좋은 일’도 하고 ‘혜택’도 받는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실제로 고액 기부를 고려 중인 슈퍼리치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절세 효과’다. 일단 정답부터 말하면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세금이 없다’가 맞다. 김영림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세무사는 “세법에서는 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해 개인이 재산을 기부하면 세금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부자가 생전에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증여세가 면제되며 사후에 상속인들이 기부하면 상속세 신고 기한까지 기부해야 상속세가 면제된다. 김 세무사는 “예를 들어 50억 원의 자산가가 재단 설립에 자신의 전 재산을 출연했다면 상속 금액의 50%인 상속세가 면제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25억 원 정도의 절세 혜택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이 있다. 국내 재단 운영은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먼저 공익법인은 기부 받은 재산을 3년 이내에 공익사업(장학 사업 등)에 사용해야 한다. 둘째, 공익법인의 이사 등재 시 기부자 및 친인척 등은 5분의 1을 넘으면 안 된다. 셋째, 국내 부호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기부가 적지 않은데, 이를 기부자의 친인척이 임대차하거나 무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넷째, 공익법인이 기부 받은 재산을 금융회사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1년 이내에 이 수익의 7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다섯째, 공익법인이 재산을 매각하면 1년 이내 30%, 2년 이내 60%, 3년 이내 9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여섯째, 공익법인은 특수 관계 법인의 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특정 상품을 광고·홍보해서는 안 된다. 일곱째, 공익법인의 총자산 중 주식 비중은 30%를 초과할 수 없다.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여세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