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경영인 전면에 나서,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졸업하며 ‘전운’

국내 타이어 3사(한국타이어·금호타이어·넥센타이어)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됐다.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가 5년 만에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졸업하고 독자 경영에 나서 국내 타이어 시장에 다시 한 번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잃어버린 시장 회복을 벼르고 있고 부동의 1위인 한국타이어는 매출 규모를 키우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3위인 넥센타이어도 추격의 고삐를 당기며 앞선 업체들과의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2~3세 경영인들이 주도한다. 특히 3사의 경영인 모두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이끄는 형제 CEO
한국타이어는 조양래 회장의 2세들이 역할을 분담하며 콤비를 이루고 있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영역 확대를 꾀하고 차남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타이어 부문의 ‘글로벌화’에 주력한다.

한국타이어의 영업을 총괄하는 조현범 사장은 특히 아시아·태평양과 중남미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미국·중국·인도네시아·헝가리 등 4곳에서 해외 공장 신·증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간 타이어 2400만 개 생산 규모다. 조 사장은 공장의 기획부터 착공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글로벌화에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조 사장의 주도로 8558억 원을 투자하는 미국 테네시 공장을 착공했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한국타이어의 연간 총생산 역량이 1억1000만 개까지 늘어나는 만큼 이후에는 증설보다 효율화를 통해 생산과 판매를 늘릴 계획이다. 중국·인도네시아·헝가리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는 벤츠·BMW·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에 판매한다.

반면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워드와이드의 조현식 사장은 타이어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외연 확장에 나섰다. 2014년 12월 한국타이어는 조현식 사장의 주도 아래 사모 펀드사인 한앤컴퍼니와 세계 2위 자동차 공조 업체인 한라비스테온을 인수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지분 인수에 약 1조1000억 원(19.49%)을 투입했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의 지분(50.5%) 매각 시 우선 매수권도 확보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한국타이어는 올 상반기 KT렌탈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이 역시 조현식 사장이 참여를 강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한국타이어가 한 단계 도약할지, 아니면 정체의 늪에 빠질지 가늠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라비스테온 인수로 캐시플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순위에서 세컨드티어인(7위)에 들지만 톱 티어와의 갭이 커 이 부분을 좁힐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재기에 나선 금호타이어 역시 해외시장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만들고 있다. 그 중심에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있다. 박 부사장은 북미와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이를 위해 올해 해외투자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약 7000억 원을 투입해 중단됐던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2016년 1월엔 미국 조지아 신공장이 가동된다. 4억1300만 달러를 들인 이 공장은 한 해 4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규모다. 또한 기존 공장의 노후 설비도 교체할 계획이다. 해외 수출용 타이어를 만드는 중국 난징 공장은 3000억 원 정도를 투자해 확대 이전할 예정이다. 내년 말까지 이전을 완료하면 연간 5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다.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글로벌 8위 업체인 요코하마 타이어와 기술제휴를 하기로 결정한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하반기에 두 회사가 협력해 개발한 타이어가 출시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는 물론 유럽의 푸조·르노·피아트·폭스바겐 등 주요 업체에 납품한다. 벤츠·BMW에도 타이어를 공급한다. 국내 타이어 업체 중 처음으로 포뮬러원(F1) 타이어 실차 테스트를 실시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리스크도 남아 있다. 채권단이 가진 금호타이어의 지분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금호타이어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지분은 채권단이 42.1%, 박삼구 회장이 2.7%, 박세창 부사장이 2.8% 보유하고 있다. 현재 박 부사장은 금호산업 인수전도 이끌고 있다.
젊어진 ‘타이어 3사’…해외서 격돌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금호타이어를 턱밑까지 추격해 온 넥센타이어에는 강호찬 사장이 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의 장남인 강 사장 역시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이미 전 세계 130여 국에 250여 곳의 딜러를 보유하고 있다. 강 사장은 미국·유럽 등 해외 신차용 타이어 시장에 공급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2~3년 새 피아트·폭스바겐·크라이슬러 등 주요 자동차 업체로부터 잇달아 신차용 타이어를 수주했다. 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체코에 연간 1200만 개 이상의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서울 마곡 산업단지에 1656억 원을 들여 만든 중앙연구소는 넥센타이어의 최첨단 친환경 타이어 개발을 주도할 헤드쿼터다.

업계 관계자는 “넥센타이어가 친환경 타이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며 “품질 측면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호타이어가 5년간 워크아웃에 들어간 사이에 시장을 치고 들어가 단기간에 성장했다”며 “하지만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재정비에 나선 것이 넥센타이어엔 위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타이어 3사가 풀어야 할 공통 과제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글로벌 순위는 7~20위권에 포진돼 있다. 한국타이어 7위, 금호타이어 13위, 넥센타이어 24위다. 글로벌 톱 티어 대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제품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필수다.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스포츠 마케팅에 열중하는 이유다.


해외서 스포츠 마케팅 활발
한국타이어의 스포츠 마케팅은 모터스포츠에 집중돼 있다. 2011년 벤츠·아우디·BMW가 겨루는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의 공식 타이어 공급 회사로 선정된 이후 2016년까지 독점 공급 기간을 연장했다. 또 이탈리아 슈퍼스타즈, GT 스프린트, FIA 포뮬러3 등 유럽 각국을 대표하는 레이싱 대회에 타이어를 독점 공급했다. 2014년 1월에는 F1·나스카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인 세계자동차경주대회(WRC) 공식 타이어 공급 업체로도 선정됐다.

금호타이어는 대중 스포츠에 주력한다. 최근 2014·2015 시즌 중반부터 2016·2017 시즌까지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팀인 함부르크 SV, 헤르타 BSC 베를린과 광고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부터는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프리메라리가의 광고 스폰서십을 통해 17개의 팀 구장에 골넷 광고와 A-보드 광고 등을 실시한다. F1 바로 아래 단계 포뮬러 대회인 ‘AUTO GP 시리즈’ 공식 타이어 업체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에서는 농구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국내시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덕을 톡톡히 본 업체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 사명 ‘넥센’을 구단 명에 붙이는 조건으로 히어로즈와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까지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부터 유럽에서 스포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유럽 프로축구 빅 리그 구장에서 광고를 집행하는 한편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체코 아이스하키팀 믈라다볼레슬라프에 대한 팀 후원도 진행한다. 2014년부터는 류현진·추신수 선수가 뛰고 있는 LA 다저스, 텍사스 레인저스와 미국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홈구장 등 메이저리그에도 광고를 진행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