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시청 단속에도 피해 속출…용의자 20%가 미성년자

작년 여름 열도 시골의 81세 할머니가 사기를 당했다. 전화 한 통이 사기의 시작이었다. 증권사 직원을 사칭한 남자가 “유명 제약사의 주식 매수권을 양도하는데 굉장한 수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긴가민가했다. 며칠 후 이번엔 해당 제약사 직원이라는 남자가 “명의를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은 범죄”라고 경고했다. 범죄 피의자가 될 것이란 협박이었다. 이를 벗어나려면 급히 돈을 보내야 하며 해결되면 전액 돌려준다고 말했다. 그래도 버텼다. 다음에는 금융청 관계자란 인물이 재산 조사를 하겠다고 전화했다. 할머니는 이후 3회에 걸쳐 모두 3300만 엔을 지정 주소로 보냈다. 택배 상자로 보내는 게 송금 조건이었다.

전형적인 노인 대상 특수 사기다. 고령 대국 일본의 골칫거리 사회 범죄 중 하나다. 반복된 계도·경고에도 불구하고 피해액과 피해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월 말에는 가공 주식거래 사기 혐의로 식당 주인이 체포되기도 했다. 2014년 3월에는 60대 남성이 2억2000만 엔을 사기로 빼앗기기도 했다. 경매 예측 사기였다. 미공개 주식과 사채권 유도 금융 사기의 단골 메뉴다. 2014년 특수 사기 피해 총액은 약 560억 엔이다. 전년(489억 엔)보다 14% 늘었다. 경시청이 뽑은 3대 특수 사기는 전화금융(아들처럼 위장해 긴급 자금 입금을 요청), 환급금, 금융 상품 관련 사건이다.
노인 대상 사기로 몰리는 청년들
통계 조사가 있은 2004년 이후 피해 금액이 증가 추세다. 2009년 96억 엔까지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5년 연속 최고 기록이다. 피해자는 주로 고령자다. 노인(65세 이상) 피해는 전년 대비 13.4% 증가한 1만540건으로 전체의 79%다.


진화하는 노인 사기
사기 유형도 진화되고 있다. 은행 계좌로 불입·출금하는 과거 수법에서 최근에는 직접적인 현금 전달까지 다양하다. 현금 인출·전달 역할로 고용된 단순 가담자의 적발이 늘어나자 아예 택배 경유 현금 전달까지 횡행한다. 현금 전달은 작년 2872건으로 전년 대비 58% 급증했다. 피해액도 212억 엔에 달한다. 수도권에 피해가 집중됐던 것에서 최근엔 지방·농촌 지역으로 피해가 확산되는 추세다.

피해 금액이 커지면서 적발인 수는 2010년부터 4년 내리 증가했다. 2014년 모두 1990명이 적발됐다. 특히 “리스크는 좀 있지만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는 청년들의 가담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 현금 전달만 해도 10만~20만 엔의 목돈이 주어지니 아르바이트 감각으로 넘어간다. 실제 불입 사기 용의자 중 20%가 미성년자다. 직접 강도짓을 하라는 것도 아니고 단지 전달 역할이니 괜찮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경시청의 수사와 예방 조치는 일상적이다. 전국 경찰에 이 같은 사기를 중점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말단 가담자에서 사기 주도자로 수사 방향을 바꾸는 근본 방지책도 나왔다. 고령 인구가 잘 찾는 병원·미용실 등에 예방 전단지까지 붙인다. 사서함 단속 강화 대책도 내놓았다. 금융회사와의 연대 강화도 있다. 다만 효과는 미지수다. 금융회사만 해도 협조가 쉽지 않다. 고령 고객이 거액의 현금을 인출하겠다는 데 이를 막을 방책이 없다. 직원이 사기 판단을 내리기도 어렵다. 고령 대국의 어두운 그림자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