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건전성만 보면 결국 실패…임원부터 조정 나서야

회사의 경영 상황이 몇 년째 좋지 않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세계적으로 업황 자체가 좋지 않아 경영 개선 노력이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랜 고민과 많은 논의 끝에 결국 구조조정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전체 직원의 20%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직원을 정리하는 작업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한편으로 우리 회사처럼 서비스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에서 직원이 가장 큰 자산인데 이들을 내보내면 이후 사업을 어떻게 전개할지 걱정도 됩니다. 상황이 개선되면 직원들을 다시 뽑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숙련된 직원을 뽑는 게 쉽지 않아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데 어떤 원칙에 따라 누구를 정리해야 할까요.
구조조정은 ‘인력 감축’ 아닌 ‘핵심 인재’ 확보
회사가 구조조정하는 궁극적 목적은 비용 절감이 아닙니다. 비용 절감을 통해 회사의 체력을 회복하고 경영 환경을 개선한 뒤 재도약을 준비하려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재도약에 필요한 조건을 만들어 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가 생각하는 것처럼 임직원을 줄이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귀하의 말대로 서비스업은 직원이 회사의 핵심 자산입니다. 기계장치로 제품을 만드는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은 직원이 서비스 제공의 주체이기 때문에 서비스 기업에서는 직원이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고객을 잘 파악하고 있고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숙련된 직원, 회사의 기업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직원을 줄이는 것은 제조업으로 치면 생산 공장을 없애는 것과 같습니다. 공장이 없으면 제품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서비스 회사에서 직원을 내보내는 것은 핵심 자산을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업을 오래 해 온 경영자들은 숙련된 직원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잘 압니다. 물론 경영 사정이 나아질 때 직원을 다시 뽑으면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좋은 인력을 채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직원을 뽑아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 만들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한 명의 직원을 뽑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회사가 투입하는 교육·훈련비용은 상당합니다.


서비스업의 핵심 자산은 직원
특히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는 것을 넘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나 최고경영자의 경영 철학, 기업 문화에 맞는 직원을 만들려면 참 많은 공을 들여야 합니다. 기업은 이런 직원들이 모여 있어야 조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조직은 직원들이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 상태로 이행돼 있습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 요건으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와 해고 회피 노력 등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이 규정의 취지를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해석이 맞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경영 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기업과 사업의 핵심 역량을 마지막까지 보존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직원을 잃으면 기업과 사업까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죠.

인력 감축은 구조조정의 한 방편이기는 하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경영 개선을 위해 모든 조치를 다 해도 안 될 때 마지막 방법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경영 상황은 종종 인력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듭니다. 최근 국내 대기업들을 보면 상당수가 인력 구조조정 없이 회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인력 감축을 결정하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면 경영자는 유용한 카드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에 필요한 핵심 인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구조조정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재도약에 필요한 여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조조정해야 한다면 재도약에 꼭 필요한 직원들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수한 직원은 떠나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지는 직원들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능한 직원은 회사를 떠나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반면 평범하거나 그 이하의 능력을 가진 직원은 다른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조조정을 잘못 하면 핵심 인재들이 대거 이탈해 회사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회사의 재도약은커녕 유지조차 어려워집니다.


핵심 인재 유출 막는 게 급선무
이 때문에 경영진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핵심 인재의 이탈을 막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들에게 구조조정 이후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 구조조정에 따른 상실감을 줄이고 밝은 미래를 보여주려고 애씁니다. 필요하다면 핵심 인력들을 만나 개인적 신뢰감을 표시하면서 잔류를 강하게 권유하기도 합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이 범하는 실수 중 하나는 능력과 무관하게 경영진과 가까운 직원들이 남는 겁니다.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유대 관계가 강하게 형성돼 있는 임원이나 간부급 직원들이 남고 경영진과 관계가 깊지 않은 직원들이 떠나는 것이죠.

그러나 구조조정 효과를 따지면 사원급 직원 수십 명을 정리하는 것보다 임원 몇 명을 내보내는 게 훨씬 효과가 큽니다. 임원 한 명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직원 몇 명의 비용보다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임원부터 정리하는 게 맞습니다. 일반 직원을 정리하는 것은 힘들기만 할 뿐 비용 절감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물론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원들은 최고경영자와 오랫동안 동고동락해 온 경우가 많습니다. 최고경영자가 이들 임원들을 정리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임원들은 업무 지식과 경험이 많습니다. 조직 충성도도 높습니다. 여러모로 회사의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존재들입니다. 하지만 임원들의 대부분이 남아 있는 상태로 구조조정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임원들은 남고 직원들만 정리한다면 인력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최근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소리가 많이 들립니다. 기업은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 비용과 원가절감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생산 규모를 줄입니다. 제조원가가 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합니다. 귀하의 회사처럼 감원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이런 구조조정이 성공하면 재무적 건전성이 좋아집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이 정리돼 수익성도 개선됩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재무 건전성이 회복되고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해서 구조조정이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생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위기는 금방 다시 찾아오게 됩니다. 이런 생존 가능 시스템의 핵심은 직원입니다. 우수한 직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구조조정은 기업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목적은 인력을 줄이는 게 아니라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미래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수한 인력을 잃는다면 재무 건전성은 확보했을지 몰라도 재도약을 위한 준비라는 구조조정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