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들의 간절한 바람이 아니더라도 여기서 유가 추가 낙폭은 제한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생산 비용이나 앞서 언급한 중동 국가들의 전망치가 근거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원유 시추공 수(rig count)도 하나의 근거다.
돈이 될 법한 일에는 돈이 몰린다. 돈 냄새는 돈이 가장 잘 맡는다. 기름 장사가 잘 될 때는 너도나도 땅 파서 기름이라도 나오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진다. 그 기대를 현실화할 수 있고 없고는 자금력 차이에 의해 결정된다. 돈 많은 원유 개발사는 기름이 있을 만한 곳을 여기저기 찔러 보고 다닌다. 이러한 들이댐의 결과는 원유 시추공 숫자로 나타난다.
미국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미국 내 원유 시추공 수를 매주 발표한다. 이 수치가 최근 급감하고 있다. 시추공 수는 1월 16일 주간 1366개로, 15주간 고점 대비 243개 줄었다. 같은 기간 감소 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다. 유가 급락 때문이다. 유가는 같은 기간 37달러 하락(-43%)했다.
이쯤에서 지지선이 궁금해진다. 현재 유가의 고점 대비(최근 2년 이내) 하락률(로그 기준)은 83%다. 1990년 이후 셋째로 큰 하락률이다. 조정 기간은 1월 9일까지 490일로 둘째로 길다. 50% 이상 주요 하락 국면(평균 96% 및 373일간 하락)과 비교해 하락률은 13% 포인트 모자라고 조정 기간은 117일 길다. 과거에 비춰 볼 때 조정 마무리를 예상할 수 있다.
시추공 수로 봐도 그렇다. 1990년 이후 시추공 수가 고점 대비 200개 이상 줄어들면 유가는 항상 반등했다. 현재 200개 이상 감소했다. 이 수치는 유가 하락에 공급이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 경계선일지도 모른다. 유가 하락률과 시추공 수로만 보면 유가 급락이 멈출 때가 됐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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