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저유가·저금리로 자동차 산업 호황…“미 경제 부활은 현실”

새해 벽두 디트로이트 찾은 오바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새해 첫 백악관 외부 일정은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 방문이었다. 올해 국정 핵심 어젠다를 ‘경제’로 삼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월 7일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에 있는 포드자동차의 웨인 공장을 찾았다. 750여 명의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부활은 현실”이라며 “미국이 되살아났다는 확신을 갖고 올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좋은 카드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해 첫 경제 행보로 디트로이트를 찾은 것은 금융 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동차 업체에 구제금융을 지원한 지 6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 산업의 부활로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고 강조했다.


미 자동차 업체 신규 고용만 5만여 명
실제로 미국 자동차 산업은 완전히 살아났다. 미 자동차 조사 전문 업체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의 신차 판매량은 150만 대였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8% 증가했다. 2014년 전체로는 5.9% 증가한 1650만 대를 기록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다. 신차 판매를 금액으로 따지면 52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존 크라프칙 트루카닷컴 사장은 “픽업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럭셔리 카 등 수익성 높은 차량이 더 많이 팔려 자동차 업체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수요 확대에 맞춰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고용을 늘리고 있다. 미 자동차 업체의 지난해 신규 고용 인원은 4만7700명으로 전년보다 7% 증가했다. 자동차 회사의 총고용은 73만3800명으로 2008년 금융 위기 이전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 호황은 ‘리콜 대란’이란 악재를 감안하면 ‘블록버스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너럴모터스(GM)의 시동 점화장치 결함, 도요타의 에어백 결함 등으로 상당수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해 대량 리콜을 실시했다. 고객 신뢰가 크게 무너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리콜된 차량은 약 6000만 대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경기 회복과 주가 상승 등으로 지갑이 두둑해진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열기를 꺾지는 못했다. 게다가 무이자 할부,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유가 급락세는 신차 수요에 불을 질렀다. 경기 회복·저유가·저금리 등 ‘3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자동차 산업의 호황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붐이 올해에도 지속돼 17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밀리 모리스 포드자동차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하반기의 모멘텀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저유가와 일자리 증가 등으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연초 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갤런(3.78리터)당 2.23달러다. 이는 1년 전에 비해 33% 낮다. 휘발유 가격 하락으로 미 가계의 연간 실질소득이 500~700달러 이상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 중앙은행(Fed)이 올해 상반기 이후 금리를 인상한다면 할부 금리 상승 등으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은 있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