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사회 영향으로 사회복지·의료·보건 분야 싱크탱크 약진

보건사회硏 1위…국책 연구소 강세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00대 싱크탱크 정치·사회 부문 조사에서 4년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본격적인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보건·의료와 사회보장의 중요성이 부각된 결과다. 2위는 2014년과 마찬가지로 한국교육개발원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지켰다. 교육정책은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특히 사교육비 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문이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4년 4위였던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올해는 3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3위였던 한국행정연구소는 올해 4위로 자리바꿈했다. 지난해 14위에 머물렀던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소는 올해 아홉 계단이나 뛰어올라 5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올해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이어 지난해 26위에 머물렀던 국립보건연구원이 6위를 기록하며 복지와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무조정실 산하의 국책 연구 기관으로, 국민의 보건의료·국민연금·건강보험·사회복지·사회정책 부문의 연구와 발전 계획을 세운다. 1971년 가족계획연구원으로 발족돼 1976년 한국보건개발연구원으로, 다시 1989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칭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두각은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가 고령화 단계로 접어들면서 필연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인을 위한 기초 연금’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부터 이미 복지가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지는 오래다. 최근에는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다양한 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정교한 복지 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4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11월 세종특별자치시로 자리를 옮기고 본격적인 ‘세종 시대’를 개막한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향후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가까이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해 단순한 정책 연구에 그치지 않고 정부 부처와의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특히 2014년 2월부터 9월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진행된 ‘인구 포럼’을 비롯해 ‘한국 사회의 저출산, 해법을 찾는다’, ‘21세기 인구 변동과 사회 변화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 등 고령화·저출산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출산율 하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인구고령화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저해하는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낮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이와 관련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하고 포럼 등을 통해 관련 학계 및 단체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 2014년 4월 ‘제1회 사회 통합 포럼:한국 사회, 통합의 좌표’, 11월 ‘국민건강증진기금 활용 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비롯해 학술 세미나, 정책 개발 등 다양한 정책 이슈를 정부에 제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외적 영향력(139점), 연구 보고서의 질(138점), 연구 인력의 역량(139점) 등 모든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총점 416점을 받았다.


‘박근혜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10위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2위에 오른 한국교육개발원은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 싱크탱크다. 1972년 설립 이후 한국의 전통과 현실에 맞는 새로운 교육체계를 만들어 내고 교육제도와 복지, 교육 시설과 환경, 교육력 향상과 학교 선진화 등에 주력해 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교육정책 리더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2014년 ‘행복한 교육 실현’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는 물론 행사를 열었다. ‘행복 교육 실현을 위한 공교육의 새로운 프레임’, ‘원도심(구도심) 지역의 행복한 교육 실현을 위한 방향과 과제’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고 ‘행복 교육 실현과 창의 인재 육성’ 주제로 ‘한국·세계은행 교육 혁신 심포지엄’을 열었다. 대외적 영향력 77점, 연구 보고서의 질 96점, 연구 인력의 역량 109점을 받아 총점 282점을 기록했다.

3위에 오른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한국 문화의 심층 연구와 교육 등을 통해 한국학을 진흥하기 위해 1978년에 설립된 정부 출연 연구 기관이다. 연구와 함께 국내외 한국학 부문의 연구 요원을 양성하고 고전 자료의 수집·연구·번역·출판을 담당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특히 인재 배출에 주력해 왔다. 1980년 한국학대학원을 설립,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키웠고 특히 외국인 석·박사 학위 수여자를 200여 명 이상 배출하며 한국학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4위에 오른 한국행정연구원은 한국 유일의 공공 행정 부문 국책 연구 기관으로, 21세기 급변하는 국내외 행정환경 변화에 정부가 적시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2013년에는 새 정부 ‘140대 국정 과제’의 성공적인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 경제,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 시대의 기반 구축, 신뢰받는 정부 등을 위한 정책 지원에 집중했다.


진보 연구소 순위 소폭 하락
5위와 6위는 지난해에 비해 순위가 상당히 뛰어올랐다.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지난해 14위에서 올해 5위를 기록했고 국립보건연구원은 지난해 26위에서 올해 스무 계단을 뛰어오른 6위를 기록했다. 대학 연구 기관으로는 유일하게 10위권 내 이름을 올린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은 한국 사회가 당면한 현실 문제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고취하고 연구를 이끌어 가기 위해 1997년 3월 1일 출범했다. 최근에는 ‘통합적 학문 연구’를 강조하며 사회과학을 넘어 인문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학문 연구의 이론과 방법론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 사업과 학술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6위에 오른 국립보건연구원은 보건·의료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 연구 기관이다. 질병 극복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보건·의료 연구를 중심으로 하는 만큼 국립보건연구원의 약진 역시 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연관성이 깊다. 특히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 등 신종 감염병의 출현, 기후변화 등 환경 요인의 변화와 고령화사회에 따른 만성질환 보건·의료 분야 연구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1위부터 4위까지 최상위 그룹은 물론 10위권 안팎까지 국책 연구 기관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입법·교육·형사정책·행정·미래 등 그 분야 또한 다양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9위로 순위가 뛰어올랐고 국가미래연구원 10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12위, 한국법제연구원이 15위를 차지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잘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해 13위에 이어 올해는 10위를 기록하며 그 존재감을 더했다. 매분기 민생지수·국민행복지수·안전지수 등을 펴내고 있다. 진보 성향 민간 연구소들은 순위가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6위였던 희망제작소는 올해 8위로 어렵게 10위권 내 자리를 지켰고 5위였던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는 11위로 밀려났다.
보건사회硏 1위…국책 연구소 강세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