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제정책연구원 2위 ‘이변’, 1점차로 삼성경제연구소 제쳐

KDI 3년째 ‘톱’…국책·기업硏 골고루 활약
한경비즈니스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국내 90여 곳에 달하는 경제·산업 부문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번 조사에서 이 부분의 두드러진 특징은 ‘국책 연구소 강세, 기업 연구소 약세’이던 지난 조사와 달리 국책·기업·민간 연구소가 골고루 활약했다는 점이다. 톱 10을 보면 국책 5곳, 기업 4곳, 민간 1곳이다. 톱 30까지 넓혀 보면 오히려 기업이 11곳으로 국책 10곳보다 더 많고 민간은 9곳이 올랐다.

1위는 지난 조사와 마찬가지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차지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08년 처음 시작된 100대 싱크탱크 조사에서 2012년 처음 1위에 오른 뒤 3년째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한국개발연구원은 영향력, 연구의 질, 연구 역량 등 전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에 관한 연구’를 포함하는 대표 공동 과제를 통해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 개혁 방안을 제시했고 최근에는 일본의 경제 위기를 세밀히 살펴보며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며 한국개발연구원의 목표와 과제를 설명했다. 이어 “국내외 연구진과의 공동 연구를 강화했고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의 공동 집필권은 물론 출판물의 추가 연구와 해외 저널 기고권을 확보함으로써 실질적인 국제 연구 협력의 초석을 놓았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2, 3위 경쟁은 치열했다. 불과 1점 차이로 희비가 갈렸다. 2위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3위는 삼성경제연구소다. 3년째 2위를 지켜 오던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2위 자리를 내웠다. 지난 조사보다 두 계단 상승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삼성경제연구소보다 영향력 부문에서 69점 뒤졌지만 연구의 질과 연구 역량 두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4위에 오른 한국금융연구원은 톱 10 중 유일한 민간 연구소다. 1990년 12월 당시 32개 은행장들이 참여해 설립한 한국 최초의 금융 전문 연구 기관이다. 금융 전문 연구원 중 한국 최대의 연구 인력을 보유해 금융 경제와 산업 전반에 관해 폭넓게 연구·분석한다.


벤처기업연구원 순위 약진 ‘눈길’
이번 조사에서 순위 상승이 가장 두드러진 기관은 32위 농협경제연구소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 조사에 비해 무려 55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이 연구소는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2006년 10월 기존 조사부 업무를 확충해 초대 조연환 소장에 이어 김석동·이수화·김유태 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제외하고 국내 민간 농업 전문 연구소는 농협경제연구소가 유일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농협경제연구소는 올 초 폐지된다. 출범 8년 만이다.

39위에 오른 벤처기업연구원의 약진도 눈에 띈다. 2014년 다시 한 번 날아든 ‘제2의 벤처 열풍’과 함께 벤처기업연구원도 큰 성장을 거뒀다. 지난 조사 대비 39계단이나 상승했다. 벤처기업협회 부설 기관인 이 연구원은 벤처 관련 법규와 정부 정책을 비롯해 국내외 벤처기업 정책 비교, 고용 창출과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벤처 산업 정책, 벤처 관련 기관의 상호 협력 방안 연구를 맡는다. 이외 벤처기업 간 인수·합병(M&A)과 지방 벤처기업 등의 벤처 클러스터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방안을 고민한다. 벤처기업의 산·학·연 협동 시스템 수립 정책 지원 방안을 찾는 것 또한 이들의 역할이다.

이번 조사에서 신규 진입한 싱크탱크는 총 세 곳이다. 전력 산업을 연구하는 한국전력 경제경영연구원(28위), 기업 지배 구조와 투명 경영을 연구하는 연세대 힐스거버넌스연구센터(64위), 국내 에너지 연구·개발(R&D) 사업을 연구하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76위) 등이다.
KDI 3년째 ‘톱’…국책·기업硏 골고루 활약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