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적자 감수하며 대규모 지원…기업 실적 좋아져 세수 50% 증가

제조업 살린 ‘오바마의 뚝심’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4년 2분기 4.6%, 3분기 5.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증시는 2009년 3월 저점에서 3배 정도 올랐다. 이런 성적표는 유럽·일본·중국·러시아·브라질 등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것과 극명히 대비된다.

미국의 ‘부활’을 이끈 원동력은 뭘까. 셰일 혁명에 따른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중앙은행(Fed)의 양적 완화 효과, 기업들의 신속한 구조조정, 제조업 부활, 위기에도 시들지 않는 기업가 정신…. 그중에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제조업 살리기 정책은 미국의 뚝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야당인 공화당과 업계로부터 ‘규제 정부’라는 비난을 자주 듣는다. 발전소의 온실가스 규제, 자동차 연비 기준 강화, 대형 금융회사 투자 기준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를 ‘규제 공화국’으로 낙인 찍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다. 여느 정권 못지않게 친(親)기업·친성장 정책을 펴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위기가 진정될 무렵인 2009년 초부터 제조업 육성 정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8~9%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선 제조업 육성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금융과 제조업의 비대칭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회복을 기치로 내건 ‘오바마노믹스’의 핵심이 바로 제조업 부활이다. 이차전지·전기차·발광다이오드(LED)·태양광 소재 부품 등 차세대 유망 업종의 관련 투자의 30%를 세액공제해 주는 정책을 내놓은 게 바로 그때였다. 제조업 연구·개발(R&D)에 대한 대규모 세제 지원책도 발표했다.


150개 기업 미국으로 유턴
2012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첫 경기 부양책은 250억 달러의 중소기업 고용장려금이었다. 신규 채용 또는 기존 직원의 임금 인상에 따른 급여 지출 증가분의 10%를 재정에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해외로 빠져나간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면 공장 이전 비용을 20% 지원하고 세금을 깎아 주는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리쇼링(reshoring)’ 정책이었다. 셰일 혁명에 따른 에너지 비용 하락과 맞물려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유턴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제조업의 유턴 사례는 150개에 이른다.

재정 적자 확대를 이유로 공화당은 오바마 정권 출범 직후부터 재정지출 확대를 반대해 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회복이 우선”이라며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 제조업 지원에 돈을 쏟아부었다. 결과는 오바마의 판정승이었다. 경기 회복으로 기업 실적이 호전돼 세금이 더 걷히고 재정 적자도 줄어든 것이다. 미 연방정부의 2014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세수는 3조2000억 달러였다. 경기 불황이었던 2009 회계연도(2조1000억 달러)보다 50% 이상 늘었다. 2009년부터 4년 연속 1조 달러를 웃돌던 연간 재정 적자도 2013년에 6800억 달러, 2014년에 3800억 달러로 감소했다. 제조업을 살려 놓겠다는 오바마의 ‘뚝심’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 = 장진모 한국경제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