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경기 회복세 다시 주춤, 침체와 회복의 갈림길 서다
2015년 세계경제 흐름에서 가장 주목할 곳은 미국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인지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 현안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 회복 정도에 따라 제로 금리 수준인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기금 금리 인상 시기가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 시기와 함께 금리 정상화 속도와 인상 방법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신흥 시장국에 미치는 파장이 달라질 정도로 2015년 미국의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은 글로벌 경제의 주요 현안이다.미국 경제는 잠재 성장 수준을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1분기 중 예상 밖의 극심한 한파로 성장률이 마이너스 2.1%로 추락했던 충격을 딛고 2분기에는 4.6%로 반등했는데 이 성장 동력이 2014년 하반기와 2015년 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의 68.1%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지출의 증가세 지속이 가장 큰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개인 소비지출 증가율이 2014년의 2.4%에 이어 2015년에는 2.8%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기업 투자 부문도 미국 경제성장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의 GDP 중 비주택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7%로 개인 소비지출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이처럼 비중이 높은 기업 투자가 개인 소비의 증가를 배경으로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의 회복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 2003~2007년 연평균 성장률은 3.2%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2011~2015년 연평균 성장률은 2.3%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중심의 이머징 경기 개선 미흡
유럽 경제는 최근 들어 다시 회복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정 축소에 비해 민간의 경기 주도력 회복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경기 안정 기대가 낮아졌다. 올해 독일조차 재정수지가 흑자로 돌아서자 경기 지표 둔화가 확연해졌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정치적으로 재정 확대를 요구하며 유럽 경제에 대한 혼란이 확산됐다. 유럽연합(EU) 주요국 중 독일과 이탈리아가 각각 전기 대비 마이너스 0.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프랑스도 0.0% 성장에 그쳤다.
디플레이션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HICP)은 최근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4년 9월 0.3%를 기록했다. 이철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유럽팀 전문연구원은 선행지표의 둔화세, 지정학적 불안 요인 지속, 유럽 은행들에 대한 포괄적 평가 등으로 2015년에도 EU 경제의 확실한 경기 회복 모멘텀이 시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경제는 바닥을 찍고 회복 궤도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년 벽두면 ‘700일 프로젝트(아베노믹스)’가 끝난다. 아베 정권의 시위를 떠난 금융 완화, 재정 투입, 성장 전략의 3개 화살이 잘 꽂혔는지 평가는 엇갈린다. 수출·기업은 확실히 정책 효과를 봤지만 내수·가계는 희생양이 됐다는 의견이 많다. 2015년이 그 승부수와 자충수의 확인 무대로 전망된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일본학과 특임교수는 “연구기관의 시나리오는 대체적으로 2014년 2분기 바닥을 찍은 후 완만한 상승세라는 데 동의한다”며 “물가와 성장 모두 2% 달성 목표에 총력을 기울이면 20년 불황 터널에서의 탈출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2분기 증세 악재로 급격히 침체됐지만 3분기부터 회복 궤도를 탔다고 내다봤다. 2015년은 특히 대미 수출 회복세 덕분에 성장 복귀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2015년 일본 경제의 거론 악재는 ▷실질소득 정체·하락 ▷중국 시장 둔화 추세 ▷원유 가격 급등 반전 ▷세계적인 주가 하락 ▷미국의 출구전략(신흥국 시장 동요) 등으로 전망됐다.
2015년 중국 경제에서 화두는 경제 개혁 방안의 이행 여부다. 세계적 경제 예측 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글로벌인사이트(Global Insight)의 2015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산술평균하면 7.1%, 2016년에는 6.9%로 전망됐다. 중국이 이 같은 전망대로 경제성장을 실현할지는 2013년 3중전회에서 발표된 경제 개혁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장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실 중국팀 선임연구위원은 “2014년 들어오면서 경제성장률이 7% 중반 수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중국의 정책 당국은 과거처럼 4조 위안 규모의 대형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이미 버블 붕괴가 사실상 시작되고 있다는 견해도 있는 반면 조정이 시작됐지만 경착륙까지는 출현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중국 경제가 6% 이하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여타 신흥국과 마찬가지로 고성장 시기에 성장 방식을 전환하지 못했고 이는 중·저성장률 시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중국 경제 개혁 방안 이행 여부가 관건
2015년 러시아 경제 전망은 ‘흐림’으로 전망됐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2014년 성장률을 0.5%로 낮춰 전망하고 있고 2015년에는 1%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2015년 러시아 경제성장 전망은 더 나쁘다. IMF는 0.5%, 세계은행은 0.3%,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0.2%, JP모건은 0.8%, 이코노미스트는 0.5%로 전망하고 있고 모건스탠리는 심지어 마이너스 0.5%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전망치들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이 해소된다는 것을 전제로 산정된 것이다. 이상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2015년 러시아는 미국 및 EU의 경제제재, 유가 하락, 신용 강등 등의 제약 속에서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찾는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경제 또한 전반적으로 밝지 않은 것으로 전망됐다. 저조한 성장의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과 함께 그래도 안정적 국면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각종 대중 매체 그리고 유엔라틴아메리카경제위원회(ECLAC)·미주개발은행(IDB)·IMF 등 다양한 국제기구들과 중남미 지역 경제 전문가들의 동일한 분석이다. 하상섭 한국외국어대 중남미연구소 연구교수에 따르면 대륙 전체적으로 2014년보다는 다소 성장하겠지만 평균 2.5% 아래의 저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15년 국제 통상 환경은 자유무역협정(FTA) 중심의 양자주의에서 메가 FTA로 특징되는 지역주의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가 FTA는 거대 경제권 간의 FTA나 여러 국가들이 참여하는 FTA다. 대표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한중일 FTA나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는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TPP)을 들 수 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지역무역협정팀장에 따르면 한국으로선 이미 참여하고 있는 동아시아 지역 경제 통합 논의와 참여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TPP가 가장 큰 관심 대상이다.
국제 원자재와 유가는 달러 강세 기조로 유가 하방 압력 가운데 원자재 시장도 전반적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 곡물은 대풍작, 교역량 감소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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