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변신’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전 대표

[포커스] “산학 협력의 효율적 모델 제시할 것”
정유신 한국벤처투자 전 대표가 대학교수로 변신했다. 자본시장에서 30여 년의 경험을 살려 10월부터 서강대 강단에 선 것. 가을이 무르익은 10월 말, 서강대 마태오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그만둔 지 한 달이 됐습니다. 3년의 임기를 돌아보면 소회가 깊을 듯합니다.
“벤처캐피털은 기업에 대해 보다 디테일하게 알아야 합니다. 벤처기업들은 단지 재무적인 수치보다 산업의 특성과 기업이 가진 기술의 사업성이 더 중요합니다. 벤처캐피털은 자금 지원을 넘어 전반적인 멘토링 어드바이저가 필요합니다. 산업과 기술에 대한 이해, 나아가 그걸 어떻게 키울지 전략이 필요한 거죠. 그런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증권사에서 벤처캐피털 업계로, 이번에는 다시 교수로 변신했습니다. 겸임이 아니라 정교수라고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한 지는 오래됩니다. 서강대·동국대·건국대·중앙대 등에서 강의했는데, 서강대 경영학부에서 가장 오래 했습니다. 한 4~5년 했으니까요.”


정확한 직함은 신학 협력 중점 교수인데요.
“신학 협력의 효율적인 모델을 찾는 게 제 역할입니다. 기업과 함께 협력하다 보면 기업이 필요한 인재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그렇게 길러진 인재를 배출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교육부·한국연구재단·학교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대학 내에 산학 협력에 대한 인식도 많이 높아지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증가하는 등 산학 협력이 많이 활성화된 듯합니다.”


학교에 와 보니까 그렇다는 말씀이시죠.
“학교에 와 보니 산학 협력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무척 활성화돼 있는 듯해요. 교수를 평가할 때 산학 협력 기여도를 감안하는 등 친기업적인 정서가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향후에도 산업과 학교를 연결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산업에서 느꼈던 부분들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산학 협력에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창조 경제를 말할 때 기술적인 융합도 필요하지만 기술과 마케팅 등 이종 간의 융합이 더 절실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산학 협력이 원활해지면 창조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도 업그레이드될 것이고요.”


금융에서는 어떤 식의 융합이 있을까요.
“최근에 핀테크(FinTech:Financial과 Technique의 합성어)에 관심이 많습니다. 금융 정보기술(IT)이라고 할 수 있는 핀테크는 국내에서는 아직 초보적인 단계지만 해외에서는 변화가 가장 큰 분야입니다. 핀테크에서도 자본시장과 모바일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해야 서로 윈-윈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중입니다. 일부에서는 핀테크를 서로 파이를 나누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래서는 시너지를 내기 어렵습니다. 국내 금융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저성장·저금리·엔저, 최근에는 후강퉁까지 한국 금융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 IT는 이 같은 위기에 대안일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안 모색이 시급해 보입니다.
“그렇죠. 금융과 IT 양쪽 분야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죠. 지금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잘못 보내면 외국 기업에 한국 금융시장이 먹힐 수 있어요.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거죠.”


신규섭 기자 wo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