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그간 풀린 달러를 회수하려고 하고 엔화가 계속해 미친 듯이 풀리는 상황에서 엔화의 약세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또 하나의 뉴 노멀(New Normal)로 보인다.
정지홍 RHT 대표

1973년생. 2000년 미 웨스트버지니아주립대 수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 2006년 시카고대 대학원 금융수학 석사. 2001년 미 필립스 그룹 메드퀴스트 근무. 2006년부터 KB국민은행 트레이딩·금융공학부· 액센츄어 등에서 근무. 2011년 리스크헷지테크놀러지(RHT) 대표(현).


엔저로 일본과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그러면 엔저에 맞서는 무엇인가를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현 상황에서 그럴 여지는 거의 없다. 미국은 기준 금리 인상으로 그간 풀린 달러를 회수하려고 하고 엔화가 계속해 미친 듯이 풀리는 상황에서 엔화의 약세는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또 하나의 뉴 노멀(New Normal)로 보인다.

환율의 자율적인 경기 조절 능력 외에 인위적으로 엔저 대세의 방향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본만큼의 대규모 통화정책을 펴 엔화의 대달러 가치 인하 폭과 속도보다 원화의 대달러 가치 인하 폭과 속도를 더 크게 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이 매달 7조5000억 엔(약 74조 원)의 돈을 방출하는 상황에서 여기에 맞서는 통화정책은 한국의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또 다른 방법은 대규모 자본 유출을 조장하거나 방임해 원화를 약세로 돌리는 것인데 이 역시 고려의 가치도 없는 방안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인위적인 고환율이 가능했던 것도 말하자면 ‘그때는 그럴 수 있었기 때문’이지 지금같이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상황에서는 펀더멘털로부터 불안한 괴리만 가져올 뿐 인위적인 특정 환율대로의 조작이나 유지는 더 이상 가능한 선택이 아니다.

더군다나 경제는 여러 요소들이 상호 영향을 미치지만 편미분처럼 환율에 초점을 둬 그간의 고환율이 한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되돌아보면 고환율이 한국 경제에 바람직하기만 한지 역시 재고해 볼 때가 됐다. 고환율이 주는 우호적인 환경에서 수출 대기업들에 대한 한국 경제의 의존도는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고 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 문제 역시 심화됐다. 일단 수출 기업들을 살려 고용과 소비력을 키우겠다는 고환율 정책의 목표도 이미 한계점에 와 있다.

고환율의 대표적 수혜자인 자동차 산업의 고용 인구가 전체 고용 인구의 7.3%를 넘어서고 현대차의 평균 연봉이 8900만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고용 창출과 소비력 증대가 자동차 산업에서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자 산업 역시 가장 큰돈을 벌어들였던 모바일 시장이 포화기에 접어들었고 모바일 제품들의 생산 기지가 베트남 등으로 옮겨 가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고용 증대는 어려워 보인다.

이제는 그 대신 그동안 고환율의 상대적 피해를 본 다른 산업들도 우호적인 환율 환경의 혜택을 받아 새로운 고용과 소비력 증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10대 그룹의 유보금이 477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간 혜택을 받아 온 쪽과 물가 상승과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어 온 서민층과 자영업자들 어느 쪽에 혜택이 가는 정책을 택할 때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특정 환율 유지의 가능성과 당위성을 모두 따져볼 때 엔저는 이미 적어도 향후 몇 년간 지속될,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경제 상황이 된 것처럼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주체인 금융 당국이 급격한 쏠림만은 방지하겠다는 수준에서 엔저를 기회로 삼자거나 환율 전망을 거부하고 환율 전망을 하면 더 큰 문제라고 보는 접근만은 인위적인 고환율을 목적으로 스스로 변동성을 확대한 지난 정부와 비교해 큰 다행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