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점검·M&A 제동 막강 파워…선물 보따리로 달래기

[GLOBAL_중국] 날 세운 경제 검찰에 글로벌 기업 ‘벌벌’
중국의 공정거래를 책임지는 경제 검찰이 다국적기업들의 위협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에서 경제 검찰이 등장한 건 반독점법이 시행된 2008년이다. 중국 공상행정관리총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상무부 등 반독점 규제 당국의 행보는 이미 다국적기업들의 가격 정책과 인수·합병(M&A)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중국 공상행정관리총국 관리들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청두 등 중국 내 4곳에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사를 예고 없이 방문했다. 중국 언론들은 MS의 독점 행위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퀄컴의 베이징과 상하이 지사는 작년 11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예고 없는 방문을 받았다. 역시 퀄컴의 독점 행위를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올 3월 퀄컴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스티브 몰렌코프가 반년도 안 돼 세 차례 중국을 찾은 배경이다.

다국적 자동차 회사들도 수입차와 고급 자동차에 대해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니콘·바슈롬·존슨앤드존슨 등이 안경 렌즈 판매가를 조작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1900여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작년 8월엔 중국 당국이 다농 등 외국계 분유 업체를 포함한 6곳에 가격 담합 혐의로 6억6900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했다. 앞서 작년 초엔 삼성과 LG 등 해외 액정표시장치(LCD) 제조사들에 3억5300만 위안의 가격 담합 벌금을 매겼다.


“시장 경쟁 촉진은 명분뿐” 비판도
다국적기업들은 중국에 선물 보따리를 푸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퀄컴이 중국 기업에 일부 칩의 생산을 맡기기로 한 것이나 일부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관련 라이선스 비용을 감면해 주고 1억5000만 달러의 중국 투자 계획을 공개한 게 대표적이다. 아우디·재규어랜드로버·다임러 등이 완성차 및 부품 가격을 대폭 내린다고 최근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MS 역시 조만간 선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경제 검찰의 위력은 M&A 시장에서 두드러진다. 반독점법 시행 1년 만인 2009년 코카콜라의 중국 음료 업체 후이위안 인수(24억 달러 규모)를 무산시킨 게 신호탄이었다. 외국 기업 간 M&A도 규제 대상이다. 외국 기업 간 합병이라도 자국 시장의 경쟁 환경에 영향을 준다면 규제를 가하는 것은 다른 나라의 반독점법에도 대부분 있는 조항으로 이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내세우는 시장 경쟁 촉진이라는 명분을 한 꺼풀 벗겨 보면 자국 기업 보호주의가 드러난다는 데 있다.

최근 중국 상무부는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그룹의 머스크 라인과 프랑스 CMA CGM그룹, 스위스 지중해해운(MSC) 등 세계 최대 해운 3사의 동맹(P3 동맹)이 이뤄지면 아시아·유럽 간 컨테이너 수송 시장의 47%를 장악하게 된다며 이들 기업이 자신들의 결합이 단점보다 장점이 많고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미국과 유럽 당국이 승인한 P3 동맹에 제동을 건 것을 두고 자국 해운사를 보호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에도 중국 정부는 글렌코어가 페루 구리 광산을 중국 컨소시엄에 58억 달러에 매각한다는 조건하에 62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원자재 거래 업체 글렌코어와 엑스트라타의 합병을 승인했다.

특히 최근 중국 경제 검찰의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때리기 배경엔 미국과 중국 간 사이버 전쟁이라는 정치적 분쟁이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