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지스틱스 사모 펀드에 인수돼, 업계 1위 CJ대한통운‘강추’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하이투자증권 하준영 애널리스트가 펴낸 ‘육상 운송:택배 시장 구조 변화 감지’를 선정했다. 하 애널리스트는 세 가지 요인에 의해 택배 회사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 펀드인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면서 택배 시장 경쟁 강도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택배 시장점유율 2위인 현대로지스틱스가 사모 펀드에 인수되면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지속돼 왔던 택배 업계의 물량 경쟁이 마무리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가시화될 전망이다.현대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방안의 하나로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88.8%)을 일본계 금융회사인 오릭스에 매각한다고 지난 7월 17일 공시했다. 현대그룹과 오릭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SPC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전량을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대금은 약 6000억 원이다. 현대상선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대금 3220억 원 중 1000억 원을 SPC에 출자하기로 했다. 그 결과 신설 SPC의 지분율은 오릭스 70.6%, 현대상선 29.4%가 된다.
현대로지스틱스가 사모 펀드에 매각되면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 펀드는 특성상 외형 성장보다 기업 가치 향상에 우선순위를 둔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13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3040억 원, 부채비율은 421.9%를 기록했다. 경쟁 택배사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택배 사업이 속한 국내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기준 1.8%로 경쟁사 대비 뒤처지는 모습이다. 외형 성장을 위한 대규모 설비투자보다 차입금 상환과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 5위인 로젠택배는 2010년 11월 사모 펀드에 인수된 이후 외형 확장보다 부채비율 감축과 영업이익률 개선에 집중해 왔다. 로젠택배는 모기업인 유진그룹이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에 나서면서 2010년 미래에셋-나이스 PEF에 매각됐다. 이후 로젠택배는 외형 성장보다 실적 개선에 집중하면서 영업이익률이 상승하고 부채비율이 감소했다. 특히 로젠택배의 매출액 대비 설비투자비(CAPEX) 비중은 미래에셋-나이스 PEF에 인수된 이후 급격히 감소했다가 실적 개선이 이뤄진 2013년에 이르러서야 과거(2006~2010년) 평균 수준인 3.1%를 회복했다.
우체국 토요 배달 휴무제 여파는
우체국택배의 토요 배달 휴무제 시행도 택배 사업의 경쟁 강도 완화를 예상하게 하는 요인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근로 여건 개선과 주 5일제 정착을 위해 통상우편에 적용되던 집배원 토요 배달 휴무제를 지난 7월 12일부터 우체국택배까지 확대 실시했다. 지금까지 총 1만5553명의 집배원 중 매주 6000명의 집배원이 월 1.6회 택배 토요 배달을 위해 근무해 왔다. 토요 배달 휴무제 시행 후 우체국택배는 가급적 목요일 화물 접수를 유도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대형 기업 고객의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 빠른 배송이 생명인 신선식품류를 판매하는 회사들의 이탈도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우체국택배를 이탈한 화물주들이 민간 택배 사업자로 이동하면서 민간 택배 사업자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우체국택배의 토요 배달 휴무제로 화물주들이 이탈하면 CJ대한통운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와 달리 택배 처리 능력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2013년 말 군포 택배터미널(택배 처리 능력 하루 30만 박스)을 완공했으며 2017년 대형 택배 터미널인 곤지암 택배터미널(택배 처리 능력 하루 100만 박스)을 가동할 예정이다.
우체국택배의 토요 배달 매출만 보면 345억 원으로 큰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대형 화주 이탈로 인해 우체국택배의 전체 매출(2013년 기준 3882억 원)이 감소하면서 민간 사업자의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꾸준히 성장하는 온라인 쇼핑 시장도 택배업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요소다. 온라인 쇼핑으로 구입한 물품의 약 89.5%가 택배로 배달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되면서 한국 소매 판매액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분기 기준 12.0%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 증가로 온라인 쇼핑 거래액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스마트폰 보급으로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급증하는 것도 택배 회사들에 희소식이다. 한국의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2013년 4조7000억 원으로 급성장했고 2014년에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10조 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택배 시장 구조 변화의 최대 수혜주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다. 이유는 첫째, 업계 2위인 현대로지스틱스가 사모 펀드에 인수되면서 물량 공세를 자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 택배 업체들의 택배 터미널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택배 물량 확보보다 수익성 확보로 경영전략을 전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셋째, 우체국택배의 토요 휴무제로 발생하는 대형 화물주들의 거래처 변경을 택배 처리 능력에 여유가 있는 CJ대한통운이 흡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쇼핑의 증가는 택배업 전체에 대한 평가에 가산점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미국 택배 업체들의 주가는 2013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4년 1분기 기준 약 711억 달러 규모로 매년 10% 중반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2%로 추가 성장의 여지가 커 당분간 10% 중반대의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도 택배업 주가 상승 지속돼
온라인 쇼핑의 고성장 전망은 택배 업체들의 주식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들었다. 2014년 7월 기준 페덱스와 UPS의 주가순자산배율(PBR) 상승률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PBR 상승률 대비 각각 38.4%, 4.3% 초과 상승했다. 페덱스와 UPS는 모두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택배 사업 부문이 속해 있는 그라운드(Ground)사업부와 국내사업부가 벌어들이고 있다. 택배 사업의 빠른 성장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미국 택배 회사들의 주가 멀티플을 상승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은 CJ대한통운에 대한 목표 주가를 16만 원으로 상향하고 투자 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목표 주가 16만 원은 2014년 주당순자산가치(BPS)와 2015년 BPS의 평균값에 PBR 1.2배를 적용해 산출했다. PBR 1.2배는 기존에 적용한 PBR 1.1배에 온라인 쇼핑 성장에 따른 해외 택배 회사들의 가치 평가 상승을 반영한 값이다.
택배 시장의 구조적 변화로 그간 이뤄졌던 택배 회사들 간의 치킨게임이 종료 시점을 앞당겼다. 여기에 CJ대한통운 경영진의 수익성 개선 의지가 확고하고 실적 개선의 가시성이 높기 때문에 PBR 1.2배는 별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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