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기술 수준 구글·페이스북 ‘만지작’…도달률 좌지우지

This May 11, 2012, photo shows workers at the Facebook office in Menlo Park, Calif.  The company Mark Zuckerberg created as a Harvard student eight years ago is preparing for what looks to be the biggest Internet IPO ever. (AP Photo/Jeff Chiu)
This May 11, 2012, photo shows workers at the Facebook office in Menlo Park, Calif. The company Mark Zuckerberg created as a Harvard student eight years ago is preparing for what looks to be the biggest Internet IPO ever. (AP Photo/Jeff Chiu)
지난 7월 9일 독일이 브라질을 7-1로 누르고 4회 연속 월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짓던 그 순간 브라질 팬들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구글 검색창에 ‘부끄럽다(shame)’, ‘치욕(humiliate)’이라는 표현을 끊임없이 입력했다. 예전 월드컵 4강전 기록들을 모두 갈 아치울 만큼 이례적인 결과였기에 반응 또한 거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미국 구글 ‘트렌드 뉴스룸’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구글 뉴스룸 담당자들은 ‘부끄럽다’, ‘치욕’ 등 부정적 단어가 월드컵 특별 페이지에 올라오지 않도록 데이터를 손보기에 바빴다. 객관적 데이터 분석을 금과옥조처럼 받들던 예전의 구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비슷한 시기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한 편의 논문이 공개됐다. 제목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대규모 감정전이 실험적 증거’였다. 페이스북 데이터 과학자인 아담 크라머 등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 논문은 페이스북 이용자 68만9003명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논문이 공개되자 수많은 언론들이 의미 있는 실험 결과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칭찬은 며칠 가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이 논문으로 이용자의 감정을 조작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68만여 명에 달하는 피실험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감정전이 실험을 수행했다는 이유에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상적인 실험”이라고 해명했다가 비판의 강도가 강해지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알고리즘과 그것의 조작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알고리즘 기술력에 의존한다. 구글은 페이지 랭크 알고리즘으로 일약 전 세계 최대 규모의 IT 기업으로 성장했고 페이스북은 에지 랭크 알고리즘으로 10억 명이 넘는 이용자를 끌어모았다. 차별적인 알고리즘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 IT 거인, 알고리즘에 손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알고리즘 기술을 뽐내던 두 IT 거인이 어처구니없게도 알고리즘에 손을 댔다. 구글은 월드컵 특별 페이지가 더 많이 공유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이탈을 막겠다는 목적이었다. 긍정적인 콘텐츠가, 행복한 메시지가 더 많이 공유되고 확산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다. 기업 마케터들에게 도달률을 높이고 검색에 잘 잡히도록 노하우를 전파했던 기업들이다. 바로 그런 기업이 자사의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매만진 것이 들통 났으니 배신감을 사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알고리즘은 이처럼 조작의 유혹에 항상 노출돼 있다. 특허나 영업 기밀이라는 명분으로 일반에 전혀 공개되지 않는 속성 때문이다. 그래서 ‘블랙박스’라고 불린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면 알고리즘의 변화를 눈치 채기 어렵다. 눈치 챘더라도 도통 따져 묻기도 어렵다.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구글 검색 마케팅, 페이스북 마케팅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자사에 긍정적인 콘텐츠가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기법도 배운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변경되면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 최근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조정하자 페이스북 마케터들이 볼멘소리를 터뜨렸던 적이 있다. 멀쩡하던 도달률(일종의 노출도)이 20% 이상 급감하면서 페이스북에 광고 집행을 늘리는 기업이 속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IT 거인들은 알고리즘이라는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이익을 확장한다. 알고리즘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기업과 이용자들에겐 이에 맞설 만한 뾰족한 대안이 없다. 두 서비스의 이용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알고리즘의 명령대로 순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당신이 상품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곧 상품이 된다’는 격언이 거짓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매거진팀장 dangun76@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