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경제 벨트’ 구축으로 중앙아시아 영향력 강화 나서

<YONHAP PHOTO-0028> ITAR-TASS 130: ALMATY REGION, KAZAKHSTAN. JULY 9. At the unveiling ceremony of the construction of Kazakhstan-China gas pipeline in the area of 42d kilometer of Almaty- Kapchagay motorway. (Photo ITAR-TASS /Anatoly Ustinenko)/2008-07-10 00:47:56/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ITAR-TASS 130: ALMATY REGION, KAZAKHSTAN. JULY 9. At the unveiling ceremony of the construction of Kazakhstan-China gas pipeline in the area of 42d kilometer of Almaty- Kapchagay motorway. (Photo ITAR-TASS /Anatoly Ustinenko)/2008-07-10 00:47:56/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경제 벨트’ 구축 프로젝트가 시험대에 올랐다. 2013년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 연설에서 협력 방식의 혁신을 강조하며 제안한 실크로드 경제 벨트 구축은 실크로드의 주요 통로인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의 최근 잇단 테러 사건 발생으로 중대한 도전을 맞고 있다. 실크로드 경제 벨트는 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신장의 테러리스트 은신처로 지목받고 있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치·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의 화약고 신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적극적인 사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중국이 2012년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의를 통해 중앙아시아에 100억 달러의 대출을 약속한 배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최근 신장 지역의 불안정과 이에 대응한 중국 당국의 공안 정국 조성은 실크로드 경제 벨트의 전제인 개방·확대의 흐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위안화 국제화도 가속페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 구축 움직임이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5월 말 간쑤성의 란저우와 산시성의 시안에서 관련 포럼과 박람회가 잇달아 열렸다. 박람회에서는 베이다칭냐오그룹이 신장 지역과 문화·관광산업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또 5월말 국무원 신문판공실(한국의 옛 국정홍보처)의 ‘중국 매체 실크로드행’이란 프로그램에 따라 중국 기자들이 둔황 등을 찾아가 실크로드 경제 벨트 구축 추진 현황 등을 들었다.

중국이 실크로드 경제 벨트 구축에 공을 들이는 것은 비단 무역 길이 흥성했던 중국의 전성기인 당나라 시절로 되돌아가겠다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모토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발전 잠재력이 큰 경제 벨트 구축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의 새로운 무역 질서에 대응하는 한편 중앙아시아는 물론 동유럽 등지를 놓고 미국·러시아·유럽연합(EU)과의 주도권 싸움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실크로드가 과거엔 비단을 주로 실어 나르는 통로였지만 이젠 에너지의 통로가 주가 될 만큼 실크로드 경제 벨트엔 에너지 공급국이 몰려 있는 것도 중국이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에선 이들 에너지 공급 국가와 위안화로 결제할 때 달러 중심의 석유 결제 질서에 도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단길 경제 벨트 구축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하겠다는 포석도 있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역외 위안화센터 건립 논의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낙후한 이들 지역의 도로·철도·통신 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도와주는 차관으로 위안화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유럽의 부흥을 위해 마셜 플랜을 통해 미 달러를 국제화한 전략과도 맥이 통한다.

중국은 카자흐스탄과 이미 2006년 2800km 길이의 송유관을 깔아 막대한 석유를 들여오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과 중국의 무역액은 2012년 460억 달러로, 이들 국가와 수교를 맺은 1992년에 비해 100배 늘었다. 중국은 비단길 경제 벨트를 통해 5가지가 통하는 길을 닦는다는 전략이다. 도로가 통하고 화폐가 통하고 무역이 통하고 정책이 통하고 민심이 통하는 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