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악재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서…1000만 대 판매 눈앞

--FILE--A Toyota Prius plug-in hybrid car is displayed during the 12th Beijing International Automotive Exhibition, known as Auto China 2012, in Beijing, China, 24 April 2012.

Toyota has recalled 1.9 million of its most advanced Prius cars, almost half of the models total production, due to a computer glitch in the hybrid power system. The recall is a blow for both Toyota, the worlds largest carmaker by sales which has been hit with reputation-sapping recalls in the past, and the Prius, the worlds biggest-selling hybrid car and the low-emission technologys standard-bearer. Toyota said no accidents have been caused by the defect, which affects the software that controls a part of the hybrid engine system that gives a boost to power when accelerating.
--FILE--A Toyota Prius plug-in hybrid car is displayed during the 12th Beijing International Automotive Exhibition, known as Auto China 2012, in Beijing, China, 24 April 2012. Toyota has recalled 1.9 million of its most advanced Prius cars, almost half of the models total production, due to a computer glitch in the hybrid power system. The recall is a blow for both Toyota, the worlds largest carmaker by sales which has been hit with reputation-sapping recalls in the past, and the Prius, the worlds biggest-selling hybrid car and the low-emission technologys standard-bearer. Toyota said no accidents have been caused by the defect, which affects the software that controls a part of the hybrid engine system that gives a boost to power when accelerating.
1997년 10월, 일본 도쿄 모터쇼에 참석한 언론인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낯선 차 한 대를 보고 놀랐다. 기존의 가솔린엔진과 함께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카’였다. 친환경차를 표방하는 이 차는 당시 연비가 동급 차종의 2배인 리터당 25.5km(일본 기준)에 달했다. 세계 첫 양산형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다. 참석자들은 놀라면서도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을 뿐만 아니라 프리우스의 외관도 볼품없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동급 휘발유차의 2배에 가까운 비싼 가격(250만 엔)이었다. 도요타의 준중형 세단 코롤라보다 작은 프리우스가 중형 세단 캠리와 맞먹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친환경차의 글로벌 리더가 되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 7월, 뉴욕타임스가 ‘프리우스의 수수께끼’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프리우스가 미국에서 누적 판매 40만 대를 넘어서고 글로벌 판매가 100만 대에 육박한 비결에 대한 분석이었다(글로벌 100만 대는 2008년 4월에 돌파했다). 다른 하이브리드카들이 고전하는 사이 프리우스만 승승장구한 이유는 ‘프리우스=하이브리드카’라는 높은 인지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퍼스트 펭귄(선구자)’인 프리우스에 대한 더할 나위 없는 극찬이었다. ‘품질 좋고 값싼 차’인 도요타는 렉서스로 고급차 시장을 점령한 데 이어 프리우스로 첨단 기술이 집약된 친환경차 부문에서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았다.
[역사를 바꾼 자동차 M&A 명장면] 100년 기술의 저력 ‘프리우스 미라클’
도요타는 같은 해인 2007년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제조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규모 리콜과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 기업의 뿌리를 흔들 만한 위기를 연이어 맞았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발전의 디딤돌로 삼아 올해 세계 첫 1000만 대 판매 고지 점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이브리카를 선보인 것은 도요타가 처음이 아니다. 포르쉐의 설립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개발해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출품한 ‘로너 포르쉐’가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한 최초의 하이브리드카였다. 도요타는 이를 처음으로 상용화한 것이다.

프리우스 출시의 배경에는 도요다 에이지 회장이 버티고 있었다. 그는 ‘기존 자동차보다 연비를 2배 늘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또한 “21세기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 향후 100년은 통하는 기술을 개발하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G(Globe) 21 프로젝트’다. 이렇게 등장한 프리우스는 지난해 7월 누적 판매량 300만 대를 넘어섰다. 1세대는 12만3000대로 부진했지만 2세대(2003년) 199만2000대, 3세대(2009년) 168만8000대로 승승장구했다.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 명가’ 입지를 굳힌 도요타는 지난해 누적 600만 대의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을 기록했다.

좁은 의미의 인수·합병(M&A)은 단지 기업 간의 M&A를 뜻한다. 하지만 좀 더 넓은 범위까지 확장하면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도 M&A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전략적 제휴를 선호한 도요타는 금융 위기 전까지 유독 GM과만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두 회사 간의 역사적인 첫 전략적 제휴는 NUMMI(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Incorporation)를 통해 이뤄졌다. 공장 이름은 GM의 알프레드 슬론 전 회장이 일했던 유나이티드모터스의 이름을 땄다. 유나이티드모터스는 슬론 전 회장이 사장까지 지냈던 하얏트 롤러 베어링컴퍼니를 인수했고 후에 다시 GM 울타리로 편입됐다.

1970년 후반부터 일본 자동차의 선전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는 경영이 악화됐다. 동시에 일본 업체들에 미국 현지 공장 진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도요타는 무역마찰을 줄이기 위해 제휴를 통한 현지 생산을 모색했다. 처음엔 포드와 교섭을 시도했지만 생산 차종이 겹쳐 결국 GM과 합작하기로 결정했다. 장소는 1962년 세웠다가 1982년 문을 닫은 GM의 프리몬트 공장을 활용했다. 누미는 재가동된 지 7년 만에 미국 내 GM의 생산 시설 중에서 최고의 품질과 생산성을 기록하는 공장이 됐다. GM 시절인 1978년 43시간 걸렸던 대당 조립 시간은 누미에서 21시간으로 줄어들 정도였다.

하지만 GM은 금융 위기를 겪으며 2009년 6월 누미에서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도요타도 누미가 켄터키 등 타 공장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고 단독으로 생산을 계속하기도 어려워 결국 폐쇄를 결정했다. 2010년 4월의 일이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과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캘리포니아 주의 테슬라 본사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누미를 테슬라에 매각(부지·건물·설비를 포함해 5700만 달러)한다고 발표했다. 누미는 컨베이어 벨트가 없는 테슬라의 최첨단 공장에서 다시 태어났다.

도요타와 GM이 연관된 제휴는 또 있다. 바로 스바루를 보유한 후지중공업이다. GM은 후지중공업 지분을 20.1%까지 보유했지만 시너지도 나지 않았고 경영난까지 겹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2005년 10월 도요타는 후지중공업 지분 8.7%(6800만 주)를 GM으로부터 인수(3억1500만 달러)했고 GM은 나머지 지분 11.4%를 장내 매도했다. 사실상 도요타가 GM을 측면 지원한 셈이었다. 이후 2008년 도요타는 후지중공업 자사주(6100만 주)를 매입해 지분 16.66%로 늘렸다. 스바루는 도요타 계열사 다이하쓰로부터 경차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으로 공급받고 도요타와 하이브리드카를 공동 개발하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 도요타는 2006년 GM이 매각한 일본 트럭 회사 이스즈 지분 일부(5.9%)도 매수했다. GM은 디젤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이 회사 지분을 보유(7.9%)했지만 경영난 타개를 위해 도요타와 미쓰비시상사 등에 매각했다. 그 덕분에 도요타는 부족했던 디젤 기술을 보강했다. 전체적으로는 GM이 곤란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도요타가 지갑을 들고 나타나는 형국이다. 이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우회적인 압력이 있을 수 있지만 추측일 뿐이다.


정점에서의 추락…가속페달 결함 초대형 리콜
“죄송합니다.”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고개를 숙였다. 2010년 2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였다. 당시 도요타는 가속페달 결함으로 무려 1000만 대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했다. 세 시간 동안 의원들의 집중 추궁을 받은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워싱턴 D.C.에 있는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현지 직원들과 만났고 끝내 눈물을 흘렸다. 도요타자동차의 창업자인 할아버지 도요다 기이치로 회장이 1950년 부도 위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며 흘린 눈물과 겹쳐졌다.

도요타는 1929년부터 2006년까지 77년간 세계 판매 1등 자리를 지켜오던 GM을 밀어내고 2007년 세계 1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2007년 도요타그룹의 매출은 26조518억 엔, 영업이익은 24조 엔(영업이익률 9.4%)이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매출 기준) 순위는 월마트와 석유회사(엑슨모빌·로열더치쉘·BP)들에 이어 역대 가장 높은 5위까지 올랐다. 그 누구도 도요타의 질주를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YONHAP PHOTO-0268> Toyota Motor Corp President Akio Toyoda speaks during an unveiling of the company's remodeled Crown luxury sedan in Tokyo in this December 25, 2012 file photo. Toyota executives have sometimes seemed to share the personality of the automaker's best-selling cars - dependable and efficient, but also a bit boring and bland. That's changing. In recent months, Toyota founding family scion and President Toyoda has emerged from the bureaucratic shadows to present himself as the company's car-loving, fashion-forward salesman-in-chief. Picture taken December 25, 2012.  REUTERS/Yuriko Nakao/Files (JAPAN - Tags: TRANSPORT BUSINESS)/2013-07-01 06: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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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듬해부터 연이은 악재가 도요타를 뿌리째 흔들었다. 2009년 도요타는 미국발 금융 위기(리먼브러더스 쇼크)의 직격탄은 맞으며 전년보다 21%나 급감한 667만 대를 판매하며 8조6000억 원(6303억 엔, 일본 회계연도 2008년 4월~2009년 3월 기준으로 4610억 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71년 만에 첫 적자였다. 그리고 이듬해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리콜은 ‘품질의 대명사’, ‘모노즈쿠리(물건 잘 만드는 장인 정신)’로 대변되던 도요타에 치명상을 입혔다.

이는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3의 몰락으로 흉흉해진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음해 시나리오라는 음모 이론도 있었다. 실제로 도요타는 ‘제2의 내수 시장’으로 집중 공략한 미국 시장에서 1990년부터 2008년까지 누적 영업이익 중 절반 이상을 거둬들였다. 질투와 경계의 표적이 될 만했다.

리콜은 시작에 불과했다. 2011년 3월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인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발생했고 쓰나미(지진해일)가 일본 동남부 지역을 폐허로 만들었다. 도요타의 협력 업체 공장들도 삼켰다. 이 때문에 충분한 재고를 갖고 있지 않았던 도요타 일본 공장은 같은 해 4~9월까지 6개월 동안 전년의 70%를 밑도는 생산량을 기록했다. 도요타 특유의 ‘JIT(Just In Time)’ 생산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태국 전역에서 발생한 홍수로 다시 한 번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도요타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웠다.

리먼브러더스 쇼크, 전대미문의 리콜, 엔고, 동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 등 오재(五災)를 겪은 도요타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없는 담금질로 단련된 무쇠처럼 더 강해졌다. ‘회복하는 데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업계의 비관적인 전망을 비웃듯이 2012년에 세계 1위 타이틀을 다시 가져왔다. 창업주의 친손자인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리먼 쇼크에 휘청거리던 2009년 사장에 취임한 뒤 조직을 재정비한 덕분이다. 그는 리콜을 6개월 만에 완료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았다. 이와 함께 부품 조달망을 현지화해 수급의 안정성을 도모했으며 디자인 혁신과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를 내놓으면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그 덕분에 도요타는 지난해 1000만 대에 2만 대 모자란 998만 대를 판매했다. 올해 1000만 대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달라진 기업 문화…공격적인 합종연횡
위기의 터널을 지나면서 보수적인 조직의 문화도 변했다. M&A에 소극적이고 필요하다면 새 브랜드를 설립했던 도요타가 다른 업체들과 연이어 제휴를 맺은 것이다. 도요타는 테슬라 기업공개(IPO) 때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3.2%를 취득했다. 두 회사는 2012년 5월 라브4 전기차를 공동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이어 2011년 8월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적용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포드와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독일 BMW와 디젤엔진 조달 및 하이브리드 기술도 제휴하기로 했다. 특히 도요타와 BMW의 협력 관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차세대 연료전지를 비롯한 친환경 자동차 기술을 함께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2020년까지 연료전지 차량 개발을 완료한다는 것이다. 연료전지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차를 말한다. 위기를 통해 다시 태어난 도요타는 폭스바겐과 GM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 1위 자리를 당분간 놓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활발한 제휴와 협력을 통해 자사의 친환경 지도를 넓히고 있다. 프리우스는 내년에 4세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층 강한 ‘프리우스 이펙트’는 이제 다시 출발점에 섰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최진석 한국경제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