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에 담긴 뉴발란스 이야기
[Book] 100년 기업의 ‘인격’을 논하다
박진영 지음┃빠른거북이┃284쪽┃1만5000원

뉴발란스(New Balance)는 우리에게 ‘스티브 잡스가 신었던 신발’, ‘N’이라는 로고가 들어간 신발로 유명하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N 시리즈와 다양한 제품 모델로 인기인 스포츠 전문 기업 뉴발란스는 108년이라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역사만으로는 경쟁 기업인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멀찌감치 따돌린다. 짐 콜린스(Jim Collins)의 말처럼 위대한 기업도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는 시대에 전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며 성장하고 있는 이런 기업이 흔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108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유지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뉴발란스의 경영을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시도다. 저자는 뉴발란스만의 독특하면서도 철저히 원칙에 기반한 성공 요인을 다룬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문은 뉴발란스가 기업의 가치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미션과 비전 창조에 고군분투한 역사다.

뉴발란스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처럼 ‘빅 모델’을 쓰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제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자기 성장을 담은 이야기로 소비자들에게 영감을 준다. 뉴발란스의 지역 경제 원칙도 흥미롭다. 의류와 스포츠 업종의 세계적 브랜드들이 지난 수십 년간 대부분의 생산 기반을 저임금 개발도상국으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뉴발란스는 ‘메이드 인(Made in) USA’라는 약속을 여전히 지키고 있다. 지금도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는 5개의 뉴발란스 공장이 운영 중이다. 이들이 지역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업으로선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책에서 저자는 뉴발란스가 오랜 전통을 유지하며 글로벌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을 ‘사람이라는 핵심 가치’를 위해 ‘사람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삼은 경영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것은 1906년 창업자 윌리엄 라일리(Willam J. Riley)가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사람들과 발에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균형’을 잡아주는 신발을 고안해 낸 이후 계속 발전해 왔다.

뉴발란스는 글로벌 시대인 오늘날에도 전 세계 공급 업체들과 ‘건강한 노동 환경’을 위해 ‘공급 업체 행동 규범’을 맺고 지속적인 사회 환원과 환경 기준을 선도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행하고 점검하는 활동으로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책에 펼쳐지는 뉴발란스의 이야기는 비단 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한 매력적인 기업의 ‘인격’에 관한 것이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Book] 100년 기업의 ‘인격’을 논하다
‘나이팅게일의 죽음’

80년을 넘나든 역사의 생채기

레네 코베르벨·아그네테 프리스 지음 | 이원열 옮김┃문학수첩┃416쪽┃1만3500원

우크라이나는 축복받은 땅이다. 국토의 대부분이 지평선이 보일 만큼 평평하다. 비료를 주지 않아도 곡식이 잘 자랄 정도로 땅이 비옥하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조차 우리 돈으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비극의 땅이다. 스탈린이 점령한 후 모든 종교 시설을 파괴해 버렸다. 나치 침공 때에는 수도 키예프 인구가 93만 명에서 17만 명으로 줄었다.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독일을 이긴 후 운동장에서 총살된 이야기의 배경이기도 하다.

소설 ‘나이팅게일의 죽음’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작된다. 스탈린 집권기인 1934년 올가와 옥사나 두 남매가 살고 있던 우크라이나에 기근이 덮쳤다. 수백만 명이 죽어가는 가운데에서도 소련은 점령을 합법화하기 위한 사상 교육을 강화했다. 교육의 효과는 즉각 나타나 옥사나가 자기 아버지와 쿨라크(부농 계급 농부)를 식량을 숨겨 놓은 혐의로 고발해 죽음으로 몰아넣는 지경이 된다. 80년 후 비극이 다시 재현됐다. 약혼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나타샤는 딸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빠져 나와 덴마크로 도망친다. 그런 그녀를 덴마크 경찰과 우크라이나 특수 경찰,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쫓는다. 나타샤의 약혼자가 가지고 있던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사진을 손에 넣기 위해서다.

소설은 잔잔한 호흡으로 진행된다. 사건과 사건을 이어가면서 긴장감을 높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경찰에서 탈출한 나타샤가 딸을 찾아 나선다는 기본 구도 위에 좁은 공간과 짧은 시간을 이용해 작품을 전개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소설의 흐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유사하다. 작가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얻으려고 시도하고 있다. 기쁨이든 공포든 인간이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건이 벌어질 경우, 이에 대한 기록은 과장과 중구난방투성이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상황이 너무 벅차 작가 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이팅게일의 죽음’은 그런 함정을 잘 피해갔다. 1934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일은 필요한 부분만 절제된 톤으로 적어 나갔고 현재는 심리적 묘사를 통해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절했다.

오늘도 우크라이나에서는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크림반도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강대국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사람들은 민족에 따라 갈라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작가는 80년을 넘나드는 시간 여행을 통해 역사가 간직하고 있는 생채기를 독자에게 드러냈다.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ee@imvestib.com



호암자전
[Book] 100년 기업의 ‘인격’을 논하다
마산의 협동정미소에서 시작해 삼성상회를 창립한 후 제일제당·제일모직을 거치며 중공업과 첨단산업까지 사세를 확장해 한국 최대 기업을 넘어 세계적 브랜드로 자리 매김한 삼성. 그 신화의 서장에는 남다를 것 없는 청년의 머뭇거림이 적혀 있다.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이야기다. 삼성의 뿌리와 창업자의 인간적인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그의 자서전 ‘호암자전’을 펼쳐보면 된다. 1986년 세로쓰기와 한자 표기를 현대적으로 전면 개정해 28년 만에 새롭게 재출간됐다.

이병철 지음┃나남┃440쪽┃2만5000원



기업의 시대
[Book] 100년 기업의 ‘인격’을 논하다
기업의 탄생과 발전의 역사를 조망한 중국 CCTV의 10부작 다큐멘터리를 한 권에 담았다.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켰던 ‘대국굴기’의 제작팀이 기획에서 제작까지 2년여에 걸쳐 만든 대규모 프로젝트로, 중국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도 EBS를 통해 방영됐다. 제작팀은 유럽·아시아·아메리카 세 대륙을 돌며 기업에 관한 귀중한 역사 자료와 유적을 카메라에 담았다. 역사·경제·정치·사회 등 세계 유수의 석학들과도 만나 기업이라는 주제를 통해 세계사를 회고해 냈다.

CCTV 다큐제작팀 지음┃허유영 옮김┃다산북스┃476쪽┃1만8000원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


[Book] 100년 기업의 ‘인격’을 논하다
2012년 3월 14일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레그 스미스가 뉴욕타임스에 쓴 폭탄 선언을 읽었다.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라는 칼럼이었다. 칼럼은 즉시 입소문을 타며 트위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폴 볼커, 잭 웰치, 마이클 블룸버그 등도 열렬한 반응을 보냈다. 무엇보다 세계경제를 무릎 꿇게 했던 자본지상주의에 의문을 품었던 대중을 자극했다. 칼럼을 쓴 스미스가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폭로서다. 금융 기업들이 어떻게 돈을 벌고 고객을 농락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레그 스미스 지음┃이새누리 옮김┃문학동네┃400쪽┃1만8000원
[Book] 100년 기업의 ‘인격’을 논하다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