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브랜드 가치 3000억 원” 분석…소비 시장도 덩달아 ‘들썩’

[스타노믹스의 탄생_‘미다스 손’ 천송이 경제 효과] 립스틱·코트·치킨까지 ‘완판’ 행진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 명동의 아리따움(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전문 매장)에 한 중국인 관광객 무리가 들어온다. 한 여성이 주머니에서 프린트된 종이를 꺼내 보이며 해당 립스틱을 달라고 한다. 거기엔 최근 종영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 속 톱스타 천송이(전지현이 맡은 배역 이름)의 극중 캡처 사진이 있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드라마가 끝났는 데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천송이가 사용한 화장품을 달라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정말 많고 일부 제품은 품절 사태까지 벌어지기도 했다”고 했다. 한 유명 중고 명품 사이트에선 품절된 ‘천송이 망토’, ‘천송이 신발’, ‘천송이 청바지’, ‘천송이 선글라스’ 등을 구입하겠다는 문의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천송이노믹스’ 신조어도
천송이 역을 맡은 배우 전지현이 2014년 유통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립스틱·코트·반지·가방 등 전지현이 썼다 하면 연일 ‘완판’을 기록하고 해외 팬들의 반응도 뜨거워 ‘전지현이 내수 경제를 살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유통 업계에선 ‘천송이노믹스(천송이+이코노믹스의 합성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고 한다.

대표 분야는 뷰티와 패션 시장이다. 전지현은 ‘별그대’에서 자신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 한율의 제품을 자주 노출시켰는데 이에 따라 판매량도 급증했다. 특히 중국인이 즐겨 찾는 명동과 인사동 일대 아리따움 매장에서 한율 자운단 보습 진정밤의 2월 매출은 1월 일평균 대비 5배 이상 늘었고 ‘천송이 립스틱’으로 통하는 아이오페 립스틱인 ‘컬러 핏 립스틱’ 23호 바이올렛 핑크의 하루 판매량도 4배 급증했다. 회사 측은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들이 ‘싹쓸이’ 해 갔다”고 했다. 공식 협찬사는 아니지만 ‘천송이 틴트’로 소문 난 입생로랑 립스틱도 강남 소재 백화점 등에선 ‘없어서 못 파는 제품’으로 통한다.

전지현이 ‘별그대’에서 입은 대부분의 옷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13회 방송의 와이어 액션 장면에서 천송이가 입고 나온 국내 브랜드 ‘쉬즈미스’ 트렌치코트다. 방송을 타자마자 1차 생산 분인 2500벌이 모두 동났다. 이에 따라 봄 트렌치코트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40% 늘었다. 이하영 쉬즈미스 마케팅 팀장은 “2월 중순은 트렌치코트를 입기엔 다소 추운 계절임에도 불구하고 ‘전지현 효과’로 품귀 현상이 빚어졌다”고 했다.

톱스타들에게도 협찬하지 않기로 유명한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와 샤넬도 전지현 효과를 실감하는 중이다. 각종 블로그를 뜨겁게 장식한 ‘천송이 망토’는 에르메스 2013 FW 제품으로 900만 원을 호가한다. 고가임에도 드라마의 영향으로 이를 찾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지만 쇼피스(파리 컬렉션에 나왔던 옷)로 국내엔 단 세 벌만 들어왔고 드라마 방영 전에 이미 판매가 끝났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에르메스 관계자는 “전지현 씨가 평소 우리 브랜드의 고객이라 협찬이 가능했다”며 “이미 판매가 끝난 제품이라 직접적인 매출 향상은 없지만 드라마에 나온 스카프나 컵 등 브랜드 내 다른 제품군을 젊은 고객들에게 소개하며 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도 영향권…치맥 열풍
옷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액세서리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루즈앤라운지 지갑과 가방(10화), 디디에두보 반지(10화), 해피삭스 양말(11화), 발망바이디케이 선글라스(13화) 등도 대부분이 품절됐다.

전지현의 소속사 관계자는 “방송 전부터 스타일 전문가인 정윤기 인트렌드 대표에게 전지현의 스타일링을 모두 맡겼다”며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천송이 제품’ 대부분이 완판을 기록하자 1초라도 좋으니 전지현이 입거나 들어달라고 제안한 브랜드가 셀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스타노믹스의 탄생_‘미다스 손’ 천송이 경제 효과] 립스틱·코트·치킨까지 ‘완판’ 행진
‘천송이노믹스’는 정보기술(IT) 업계에도 불어 닥쳤다. 네이버의 라인은 ‘별그대’에서 천송이와 도민준(김수현 역)을 이어주는 모바일 메신저로 자주 노출됐다. 간접광고(PPL)에 따른 인지도 상승 덕에 하루 평균 60만~70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면서 지난 2월 6일에는 국내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드라마 마지막 회 방송일인 2월 27일 라인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국내 인기 무료 애플리케이션 순위 14위를 차지했다. 방송 전보다 67위나 껑충 뛰었다.

전지현 신드롬은 국경도 뛰어넘는다. 드라마 속 “눈 오는 날엔 치킨과 맥주인데…”라는 천송이의 단 한마디 대사 때문에 ‘치맥’ 문화가 없는 중국에선 요즘 ‘치맥’ 열풍이 불고 있다. 중국 내 치맥 인기가 신드롬에 가깝다 보니 해외 언론도 이를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월 26일(현지 시간) 중국 현지에서 ‘별그대’의 인기를 타고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치맥’이 인기라고 보도했다. 중국에 155개 매장을 운영하는 BBQ는 이를 호재로 여겨 ‘치맥’ 메뉴를 발 빠르게 내놓았다. BBQ 본사의 곽성권 부장은 “드라마의 영향으로 치맥은 젊은 층에게 꼭 따라해 보고 싶은 트렌드가 됐다”며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전지현처럼 치맥을 먹었다는 인증 샷도 많이 올라온다”고 했다. 그는 “오픈 시간인 오전 11시 전부터 매장 앞에 손님들이 기다리고 저녁엔 30, 40m씩 줄을 선다”며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현지 신문은 “전지현이 조류 인플루엔자로 타격을 받은 중국 가금류 업계를 살려냈다”고 극찬했다.

농심도 ‘별 그대’에서 라면을 먹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중국 법인인 농심차이나의 1~2월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농심차이나는 1~2월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3000만 달러(약 318억3600만 원)의 매출을 달성해 독자 법인 설립 이후 사상 최고 기록을 깼다. 간판 제품인 신라면은 900만 달러(약 95억5080만 원)어치나 팔렸다. 농심 측은 “2월 20일 도민준과 천송이가 여행지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 장면이 방송된 직후 농심 타오바오 쇼핑몰의 주간 매출이 전주 대비 60%나 오르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며 “한국 음식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도가 상상 이상으로 뜨겁다”고 했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과거 배용준 등 다른 사례를 모두 감안할 때 현재 전지현의 브랜드 가치는 광고 출연료, 기업 주가 상승,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을 따졌을 때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