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열풍 주도한 엘론 머스크, 그다음은 우주선과 태양광?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유진투자증권 윤혁진·박종선·오소민 애널리스트가 펴낸 ‘엘론 머스크가 꿈꾸는 세상’을 선정했다. 엘론 머스크는 현재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사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이다.


엘론 머스크는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천재로 평가받고 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스티브 잡스보다 더 뛰어나다는 분석도 많다. 잡스의 목표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머스크의 목표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비전 자체가 잡스의 그것보다 원대하다. 물론 두 사람 모두 특별하다. 하지만 잡스가 남긴 것은 지금 느낄 수 있는 것이고 머스크가 만들어 가는 것은 우리 세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다.

머스크는 세 곳의 기업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 우주선 기업 ‘스페이스X’가 그것이다.


태양광 새 수익 모델 만든 ‘솔라시티’
테슬라는 현재 머스크를 대표하는 회사다. 전 세계 전기차 열풍을 주도하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혁신적 전기차인 모델S의 판매량 증가에 따라 2013년 초 34달러였던 주가는 2014년 2월 말 기준 200달러를 넘어섰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2003년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과 설립한 회사다. 현재 머스크가 회장·최고경영자(CEO)·설립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으며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테슬라의 대표적인 제품은 ‘로드스터’와 모델S다. 그리고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모델X와 젠3 등이 있다. 초기 로드스터는 가격이 비싸고 소량생산했지만 후속 모델이 나올수록 가격은 내려가고 대량생산 체제로 바뀌고 있다.

테슬라의 히트작은 모델S다. 모델S는 단순한 친환경 전기차 이상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했다. 먼저 기존 전기차는 일반 차에 비해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모델S는 벤츠 E클래스보다 비싼 럭셔리 차량이다. 특히 배터리를 차체 아래에 깔아 놓은 독특한 공법으로 무게중심이 낮아져 주행 안정감이 극대화됐다. 또 엔진이 없어 앞쪽과 뒤쪽의 무게가 균형을 이뤄 후륜 구동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눈길·빗길 주행 성능이 더 낫다. 물론 전기차이기 때문에 6년 이상 모델S를 타면 유지비와 유류비 절감으로 벤츠 E클래스보다 더 저렴한 선택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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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훨씬 더 길다.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 닛산의 리프는 주행거리가 61km, 135km이지만 모델S는 426km를 주행할 수 있다. 특히 테슬라는 독창적 충전소인 슈퍼차저를 세우고 있다. 슈퍼차저에서 충전하면 80%를 충전하는 데 40분이면 된다. 테슬라는 슈퍼차저의 개수를 늘려 1025년까지 미국 전역의 98%를 커버할 계획이다.

모델S는 2013년 2만2450대가 팔렸다. 2014년에는 4만4200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델S는 특히 이차전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델S에 쓰이는 배터리는 노트북에 쓰이는 것과 같다. 즉 이차전지 업체에서 보면 2013년 모델S가 2만2450대 판매됐다면 이는 노트북 2250만 대가 팔린 것과 같은 효과다. 이차전지 기업에 거대한 새 시장이 열린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모델S의 판매가 다른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아이폰 때문에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한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실제로 BMW는 테슬라와 비슷한 콘셉트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을 출시했다.

2006년 7월 설립된 솔라시티는 태양광 에너지 시스템을 개인 및 법인 고객에 맞게 디자인하고 설치해 주는 업체다. 머스크는 이 회사의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14개 주에 8만 곳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고객들은 개인 고객을 비롯해 국방부와 국토안보국을 포함한 정부 기관들, 그리고 이베이·인텔·월마트 등의 대기업들이 있다.

솔라시티의 수익 모델은 독특하다. 태양광 에너지를 이용하고 싶은 고객이 솔라시티에 신청하면 태양광 패널을 일단 무료로 설치해 준다. 그 대신 소비자는 이 패널에 대해 리스 형태로 솔라시티에 20년간 일정액을 지불한다. 당연히 20년간 소비자는 태양광으로 발전한 양 만큼의 전기료 부담을 덜게 된다. 즉 소비자는 전기료를 절감해 이익을 얻고 솔라시티는 주 수입원인 리스료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한 정부의 지원(세제 혜택)을 받아 이익을 내는 구조다.

물론 솔라시티가 초기 투자비용을 전부 들이는 것이므로 설립 초기에는 설비투자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실제로 2015년 1조 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솔라시티는 이를 채권 발행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즉 태양광 패널 설치 고객들로부터 나오는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구상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솔라시티는 2013년 11월 5400만 달러 규모의 ABS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YONHAP PHOTO-0953> CEO of Tesla Motors Elon Musk poses during a television interview after his company's initial public offering at the NASDAQ market in New York, June 29, 2010. Musk said his company could be profitable if it continued to make pricey sports cars, but is instead forgoing income to build a car aimed at mass-market commuters. REUTERS/Brendan McDermid (UNITED STATES - Tags: TRANSPORT BUSINESS)/2010-06-30 07:55:3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CEO of Tesla Motors Elon Musk poses during a television interview after his company's initial public offering at the NASDAQ market in New York, June 29, 2010. Musk said his company could be profitable if it continued to make pricey sports cars, but is instead forgoing income to build a car aimed at mass-market commuters. REUTERS/Brendan McDermid (UNITED STATES - Tags: TRANSPORT BUSINESS)/2010-06-30 07:55:34/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앞으로 솔라시티의 수익 모델은 추가될 계획이다. 솔라시티는 현재 고객이 사용하지 않는 전기는 그리드 판매(남는 전기를 파는 것)를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2015년부터 테슬라가 만드는 8kWh 용량의 배터리를 공급받아 태양광 패널과 함께 설치하는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즉 에너지 저장 장치(ESS) 사업에까지 자연스럽게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판 솔라시티 1순위’ 에스원 주목
마지막으로 스페이스X는 머스크가 2002년 페이팔 매각 자금 1억6500만 달러를 바탕으로 설립한 민간 자본의 우주항공 업체다. 스페이스X는 설립 초기 자체 개발 우주선인 팰콘 1호의 실패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표적 우주개발 기관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계속된 예산 삭감으로 아웃소싱을 통한 비용 절감이 필요했다. NASA는 국제 우주정거장으로의 인력 및 화물 운송을 민간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상업 궤도 운송 서비스(COTS)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2006년 스페이스X는 이 프로그램의 사업자로 선정됐다.

현재 스페이스X는 우주 화물 운송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낸다. 스페이스X는 인공위성 1회 발사 시 약 1000억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1회 발사비용은 약 570억 원으로 약 50%의 영업이익이 발생한다. 다른 국가 기관을 통해 인공위성을 1회 발사하면 약 5000억 원의 비용이 드니 이의 5분 1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이다. 머스크는 궁극적으로 유인 우주선을 만들어 우주여행뿐만 아니라 다른 행성에 인류가 터전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머스크는 이 밖에 스페이스X 내에서 ‘하이퍼루프’라는 열차를 개발 중이다. 공기 마찰이 없는 초대형 진공 튜브를 역 사이에 설치하고 이 안에 자기부상열차를 다니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열차는 최고 시속 6500km까지 달릴 수 있다. 머스크는 진공 튜브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동력을 조달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그럼 향후 ‘머스크가 꿈꾸는 세상’이 현실이 된다면 어떤 기업들이 수혜를 볼까. 가장 먼저 삼성SDI와 같은 전기 배터리 생산 기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차전지 검사 장비 업체(피앤이솔루션)나 이차전지 소재 기업(솔브레인)도 주목해야 한다.

에스원은 한국판 솔라시티 1순위 후보자다. 에스원은 에버랜드의 건물 관리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 내에서 유일한 에너지 서비스 회사(ESCO)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통합 건물 운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건물 관리 사업이나 에너지 관리 사업은 기존의 보안 서비스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