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계열사서 첫 CEO 등장… 임원 비율은 여전히 미미

[그들은 어떻게 별을 땄나_직급별 분석] 178명 중 상무급 114명…38%가 공채
‘1%만 살아남는’ 치열한 임원 경쟁 속에서 별을 단 임원들에게 가장 큰 방패막이가 돼 준 것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한경비즈니스는 178명의 여성 임원을 직급별로 심층 분석했다.

분석은 각 그룹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전무·상무(상무보·상무대우 포함)·이사(이사대우·전문위원·부행장보·본부장) 등 7개의 직급을 나눠 나이·학교·전공과 최초 임원 시기, 내부 승진, 외부 영입 등을 살펴봤다. 비공개 정보는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먼저 직급별 분포를 보면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상무급이 114명으로 집계됐다. 각 부서의 핵심 위치에 여성 임원이 점점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능력 있는 인재들이 몰려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직급에 오른 여성 임원 수는 현격히 낮은 수치를 보인다. 그나마 전무·이사급이 각 17명으로 상무 다음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이 분포된 모습을 보였다. 해가 지나도 변함없는 고위 관리직은 여전히 그 수가 적었다. 부사장 6명, 사장 3명, 부회장 1명, 회장이 4명이다. 이 중 9명은 오너 일가다. 이런 직급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간 관리자를 고위 관리자로 키워 내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분석 결과는 이사-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회장순으로 정리한다.


이사
17명이 포진된 이사급의 평균 나이는 50.5세다. 이 그룹에는 다양한 인물이 모였다. 먼저 올해 롯데쇼핑 신임 인사 중 4명이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72세로 업계 최고령 여성 임원인 신영자 롯데쇼핑 이사도 이에 속한다. 금융권의 본부장·부행장보와 같은 직급도 포함했다.

출신 학교를 살펴보니 이사급에서 고졸 출신은 5명이었다. 롯데쇼핑에서 1명, 나머지 4명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발탁됐다. 고졸 출신으로 단순 노무직을 거쳐 임원을 다는 케이스가 드물기는 하지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올해 승진한 김희경 롯데마트 이사대우는 고졸 출신(신경여자상업고)으로 1980년 판매 사원으로 시작해 서울 핵심 점포의 고객부문 점장을 거쳐 현재 충청도 지역 점포를 맡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에서 임원에 오르기가 가장 힘들다는 롯데쇼핑에서의 고졸 출신 인사는 많은 관심을 끈다.

은행권의 고졸 출신들도 당당히 임원 자리에 올랐다. 신보금·황영숙 신한은행 본부장은 1960년생 동갑내기로 서울여상을 졸업한 후 1982년 함께 입사했다. 당시 은행은 고졸 남성이 응시하는 ‘초급행원’과 구분해 고졸 여성을 ‘여행원’으로 채용했다. 임금이 적고 승진에서도 차별을 당했다. 여행원제가 사라진 것은 1993년 들어서다. 여행원으로 입사한 상고 출신 여성 임원들은 남직원과 같은 호봉을 받기 위해 ‘전환고시’라는 까다로운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다. 상고 출신 여성 은행원은 그렇게 남성들과 실력을 겨루며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이들 외에도 10명이 공채 출신인 것으로 파악됐다.

출신 대학교를 살펴보면 서울대·이화여대는 각 2명씩 4명이, 고려대·연세대·중앙대·홍익대·제주대·충북대는 각 1명씩 6명이 졸업한 것으로 집계된다. 전공 학과 중 상경·사회·의약계열을 선택한 사람은 각 2명씩 6명, 교육·어문·예체능·자연과학·생활과학이 각 1명씩 5명이다.
[그들은 어떻게 별을 땄나_직급별 분석] 178명 중 상무급 114명…38%가 공채
상무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이 포진된 상무급을 살펴보자. 상무진은 여성 임원 178명 중 114명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4명은 내부 승진(공채 43명), 19명은 임원으로 영입된 케이스다. 상무급은 삼성그룹에 특히 많다. 114명 중 42명으로 약 40%에 달한다. 특히 올해 삼성그룹 여성 승진 임원 15명 전체가 상무로 신임 승진하는 기록을 세웠다. 새로운 여성 임원을 늘려 의사결정에 대한 성비 균형을 최대한 맞추고 성별을 불문하고 성과와 능력에 따른 전략적 승진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9명은 최근 부장으로 승진한 지 1~2년 만에 상무로 발탁됐다.

LG그룹의 14명인 여성 임원 가운데 13명도 모두 상무다. 그중 2013년 공채 출신인 김영은 상무와 최연희 상무가 승진했다. ‘금녀의 벽’을 깨고 10대 건설사 최초, GS그룹 공채 출신 최초로 여성 임원을 단 이경숙 GS건설 상무도 2013년 승진하며 이름을 떨쳤다. 포스코는 지난해 ‘0’명이었던 여성 임원이 2013년 인사 이후 3명으로 늘어나며 유선희·최은주·오인경 상무 역시 다른 임원들과 함께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처럼 재계에서 가장 활발한 성장세를 보이는 상무급의 평균 연령은 어떨까. 평균 여성 임원 나이인 48.3세보다 젊은 46.8세다. 출신 학교(고졸 1명 제외)와 관련해서는 국내 학교 100명, 해외 학교 9명이다. 그중 서울대 출신이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연세대·이화여대 출신이 나란히 16명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전북대·전남대·부산대·경원대 등 8개의 지역 대학 출신은 각 1명씩 있었다. 지역 대학이지만 카이스트와 포항공대는 눈여겨볼 만하다. 이들 학교는 이공계 대학으로, 포항공대 출신 6명 중 4명은 삼성전자, 나머지는 SK케미칼과 효성에 각 1명씩 있다. 카이스트 출신자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30대 그룹에만 5명이 포진됐다. 일반적으로 고위 임원 중에는 전통적으로 공과대가 강세를 보이는데, 여성 임원 역시 그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는 듯하다. 전공 분야도 공학 계열을 선택한 임원이 24명이었다. 이 밖에 어문계열이 23명, 상경계열이 19명이었다. 여성 임원 중 상당수가 마케팅 전문가인 점을 감안할 때 어문과 상경계열 전공자가 많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전무
중견 임원급인 전무는 총 17명이다. 사실 한 해 인사에서 상무 승진은 자주 볼 수 있지만 특히 여성 임원의 경우 전무 승진 인사는 한 명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여성 임원 중 올해 전무 승진자는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와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 등 두 명이다. 조 전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로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상무에 임명된 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는 2011년 하나은행 최초 여성 임원으로 발탁된 이후 올 초 하나은행 최초의 여성 전무 자리를 꿰차며 하나은행 최고의 여성 인재로 활약하고 있다.

여성 전무들은 대개 2000년 중반부터 해마다 한두 명씩 전무로 승진하기 시작했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그룹에는 윤심 삼성SDS 전무, 김유미 삼성SDI 전무 둘 뿐이다. 이 가운데 7명은 공채 출신이며 5명은 임원으로 영입됐다.

이들 전무급 17명의 평균 연령은 53세다. 출신 학교는 고졸 2명을 제외하고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충남대가 각 2명씩 8명, 성균관대·성신여대·중앙대·충남대가 각 1명씩 4명, 보스턴대·서던캘리포니아대·하버드대가 각 1명씩 3명으로 조사됐다. 전공은 상경계열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어문 3명, 공학 2명, 생활과학·예체능·의약·인문·자연과학은 각 1명이 선택했다.


부사장
부사장은 총 6명, 이들의 평균 나이는 48.3세다. 이는 178명 여성 임원들의 평균 연령이다. 예년 평균 나이 49.5세에서 올해 48.3세로 낮아졌다. 부사장 평균 연령이 50대를 밑돌게 한 역할은 조현아(40) 대한항공 부사장과 정유경(42) 신세계 부사장이 톡톡히 했다. 부사장 가운데 이들만 오너 일가이고 다른 임원들은 내부 승진한 케이스다.

삼성의 ‘여임원’ 아이콘이었던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과 2013년 부사장 자리에 오른 이영희 삼성전자 부사장은 차세대 사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특히 이들은 삼성그룹 내 유일한 여성 부사장이면서 공채 출신이 아닌 외부 영입된 인재들이다. 심수옥 부사장과 이영희 부사장은 각각 P&G와 로레알 시절 화장품 브랜드 SK-Ⅱ와 비쉬의 성공을 이끌었던 주역들로, 2006년과 2007년 마케팅 전문가로 삼성전자에 영입됐다.

부사장들의 학력은 저마다 다르다. 6명 각각 서울대·연세대·이화여대·웨슬리대·코넬대·로드아일랜드디자인학교를 졸업했다. 전공 분야는 어문·상경·예체능이 골고루 분포됐다.


사장
총 3명인 사장의 평균 나이는 47.3세다. 부사장보다 더 젊은 사장단은 삼성가의 이부진·이서현 자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부진 사장과 달리 사장 승진이 더뎠던 이서현 사장은 2011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2년 만에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겸 제일기획 경영전략부문장으로 승진했다.

나머지 1인은 ‘KT그룹 계열사의 최초 여성 CEO’인 조화준 KT캐피탈 사장이다. 새로 부임한 황창규 KT 회장이 자신의 색깔을 내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며 펼치고 있는 인적 쇄신과 조직 개편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연세대 아동학과와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조화준 사장은 블루밍턴대와 인디애나대에서 회계학을 공부했다.


부회장
178명 중 부회장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뿐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부재 속에 최근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동안 좀처럼 공식적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던 터라 이 부회장의 왕성한 대외 행보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6세인 그녀는 서울대 가정관리학과를 마쳤다.


회장
총 4명인 회장의 면면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해운업계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의 공통점은 ‘남편과 사별한 후 경영에 뛰어든 여성 최고경영자’라는 점이다.

최 회장은 ‘한국 해운 업계의 별’로 불리는 고 조수호 회장과 사별한 뒤 2007년부터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이어룡 회장은 2004년에 양회문 대신증권 회장이 지병으로 사망하자 세 아이의 엄마에서 증권사 회장으로 변신했다. 현정은 회장은 2003년 남편인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세상을 떠나면서 그룹 지분을 상속받아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전문 경영인으로서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어룡 회장과 현정은 회장은 2006년 서울종합과학대학원에서 진행하는 경영자 수업을 함께 들으며 쌓은 친분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그리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들은 이화여대(2명)·세이신대(1명)·상명여대(1명)를 졸업했다. 이들의 평균 나이는 60.8세다.


돋보기 | 오너 일가 여성 임원은?
‘금 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오너 일가는 따로 분석해 볼 만하다. 오너가의 여성 임원은 회장 4명, 부회장 1명, 사장 2명, 부사장 2명, 전무 3명, 이사 1명으로 총 13명이다. 재벌 2세와 3세가 한데 모인 이들의 평균 나이는 50.53세, 각자의 그룹에 입사해 임원이 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16년이다.

입사와 함께 임원을 단 경우는 신영자 이사(1973년 롯데호텔 이사), 이명희 회장(19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 이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2003년 현대그룹 회장), 최은영 회장(2007년 부회장), 이어룡 회장(2004년 회장)이다. 이들 2세와 나란히 정유경 부사장도 1996년 그룹에 입사하며 조선호텔 마케팅담당 상무보를 맡았다. 이와 달리 이미경 부회장은 1995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후 1998년 제일제당 멀티미디어사업부 이사를 맡으며 신임 임원에 올랐다.

대개 3세 딸들은 임원 이하부터 시작해 경영 수업을 받고 내부 승진하는 케이스가 많다. 이부진 사장은 1995년 입사해 호텔신라 상무보를 지내며 2004년, 9년 만에 별을 달았다. 오너 일가 여성 임원 중 승진이 가장 느린 인물이기도 하다. 반면 빨리 임원을 단 케이스는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다. 그녀는 2004년 현대상선에 입사한 후 현대유엔아이 기획실장으로 지내다 2006년,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임원을 달기까지가 다소 시간이 걸릴 뿐 한번 달고 난 이후에는 가속이 붙어 초고속 승진 행렬이 이어진다. 삼성그룹의 이서현 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은 제일모직 전무직 1년 만에 부사장 자리를 차지했고 다시 3년 만에 사장이 됐다. 조현민 한진그룹 전무도 1년 만에 승진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