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우 팬택 사장, 경영 악화에 워크아웃 재신청…‘선제적 대응’ 분석도

이준우 팬텍사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31014..
이준우 팬텍사장 /김병언 기자 misaeon@20131014..
“그동안 한 번도 어렵지 않은 때가 없었다. 지금의 위기 또한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다.”

이준우 팬택 사장은 지난 1월 2일 신년사로 ‘위기 극복’을 목표로 내걸었다. 국내 3위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전 부회장의 사퇴로 홀로 회사를 이끌며 팬택 정상화라는 숙제를 안게 된 후 첫 신년사였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난 2월 25일 팬택은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을 신청했다. 지난 워크아웃 졸업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팬택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 없이는 중·장기적으로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을 통해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신규 투자자를 유치해 회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겠다는 것이 이 사장과 경영진의 복안이다. 팬택은 이번 워크아웃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팬택 고위 관계자는 “이번 워크아웃은 팬택과 채권단이 강구한 선제적 대응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팬택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적자가 2500억 원에 달했다. 4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갔다. 6분기 연속 적자다. 창업주인 박병엽 전 부회장이 지난해 퀄컴으로부터 약 245억 원, 삼성전자로부터 53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채권단으로부터 1565억 원의 자금을 수혈 받았지만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박 전 부회장이 지난해 9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준우 사장 비상경영 체제로 들어갔다. 지난해 3분기 190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팬택은 4분기 적자 폭을 300억 원 안팎으로 크게 줄였다.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지만 선방했다. 특히 ‘베가시크릿노트’와 ‘베가시크릿업’ 등 신제품의 호조에 힘입어 “스마트폰을 월 20만 대씩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부터 이 사장은 워크아웃을 구상하고 있었던 듯한 말을 남겼었다. “올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영속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내실을 다지는 한 해로 만들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이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각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철저히 준비해 어떤 변화와 위기가 발생해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경영 체제를 반드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DB산업은행은 조만간 채권단 회의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워크아웃이 수용되면 채권단은 4월까지 회계법인 실사를 거쳐 5월 중 경영 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