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리 푸조 FFP 회장, 경영 악화에 지분율 낮춰

[이 주의 인물 업 앤드 다운] 나치를 이긴 그들, 中 자본에 무릎 꿇다
유럽 2위 자동차 업체이자 프랑스 국민 기업 푸조-시트로엥(이하 푸조)을 200여 년간 경영해 온 푸조 가문이 최대 주주 자리를 내놓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에 따르면 푸조 이사회는 2월 18일(현지 시간) 중국 둥펑자동차와 프랑스 정부에 회사 지분 14%씩을 넘기는 증자안을 승인했다. 푸조는 증자를 통해 약 30억 유로를 조달한다. 둥펑과 프랑스 정부는 각각 8억 유로씩 출자한다. 나머지 증자는 추후 협상을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산업혁명 초기 창업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200년 넘게 이어져 온 푸조 가문의 지배 체제는 종식을 고하게 됐다. 급속히 글로벌화되는 자동차 사업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결과다.

푸조 가문은 1810년 커피콩을 가는 기계와 자전거를 만들다가 1896년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며 독점적 지위를 행사해 왔다.

푸조 가문은 ‘앞발을 든 사자’ 엠블럼이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써 왔다. 특히 푸조 가문은 오너가 나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했다고 잡혀 총살형을 선고받기도 하는 등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켜 온 명문가다.

푸조 가문은 현재 FFP라는 지주회사와 이 회사를 지배하는 EFP를 통해 푸조자동차를 지배하고 있다. 푸조 가문은 푸조자동차의 주식 25.4%와 의결권의 38.1%를 보유한 대주주다. 푸조 가문은 전통에 따라 일상의 경영은 가문 외부의 전문 경영인에게 맡긴다. 그 대신 이사회 이사 임명권을 가진 경영감독위원회를 장악해 회사의 중요 사안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현재 경영감독위원회 의장은 창업자의 7세손인 티에리 푸조 FFP 회장이 맡고 있다. 그러나 둥펑과 프랑스 정부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푸조 가문, 둥펑, 프랑스 정부의 지분이 모두 같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푸조의 최대 주주가 푸조 가문, 둥펑, 프랑스 정부의 삼각 체제로 바뀌게 된다.


여론 악화에 프랑스 정부도 출자
푸조가 프랑스 내 여론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에 손을 벌리게 된 것은 2008년부터 시작된 유럽 경기 침체 때문이다. 푸조 전체 판매량 중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푸조의 지난해 유럽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131만 대에 그쳤다. 유럽 시장 의존도가 60%에 달하는 푸조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었다.

푸조는 또 증자안과 함께 새로 임명된 경영진을 발표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이사회는 프랑스 최대 자동자 제조회사 르노의 2인자인 카를로스 타바레스를 푸조의 새 회장으로 임명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