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삼원가든·SG다인힐 부사장

서울 강남에서 고기 맛 좋기로 소문난 삼원가든. 지난해 연매출 650억 원을 넘기며 한국에서 성공한 외식 기업으로 손꼽히는 삼원가든이 해외 진출의 첫발을 뗐다. 2013년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롯데몰에 삼원가든 첫 해외 매장을 열었다. 이 중심에는 박영식(34) 삼원가든·SG다인힐 부사장이 있다. 출점을 전후로 자카르타 현장에 장기간 머무르며 시장조사를 하고 소비자 반응을 살핀 그는 삼원가든을 창업한 박수남 회장의 아들이다. 박 부사장은 삼원가든 현장을 직접 챙기면서 그가 직접 설립한 외식 전문 기업인 SG다인힐을 통해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선보이며 한국 외식 업계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크면 한국에서 가장 큰 외식 기업 사장이 되는 게 꿈이었어요. 평범한 고깃집 아들로 살긴 싫었거든요.”
[한국의 식당 부자들] 40년 지킨 3원칙…多 브랜드 전략으로 열매
블루밍가든 등 10여 개 브랜드 운영
박 부사장의 시작은 ‘맨손으로 일궜다’는 성공 신화의 주인공과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부친인 박 회장이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러나 40여 년간 지켜 온 삼원가든의 명맥을 이어받은 그의 어깨의 무게는 그 누구 못지않다. 더 넓은 시장으로의 도전 정신 역시 남달랐다.

“한국의 외식 시장은 포화 상태예요. 인건비나 건물 임대료도 감당이 안 될 만큼 올랐고요. 우리도 역신장했어요. 물론 SG다인힐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 전체 매출이 떨어진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매출이 떨어졌다고 보면 돼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을 하게 된 것이고요. 인도네시아에 이어 베트남과 중국에 삼원가든을 바탕으로 진출한 후 SG다인힐의 브랜드 매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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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7년 삼원가든과 별도 법인으로 외식 기업인 SG다인힐을 세웠다. 법인은 다르지만 한 사무실을 쓰면서 두 곳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SG다인힐에는 10개가 넘는 외식 브랜드가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블루밍가든’ ▷아메리카 스테이크 하우스 ‘붓처스컷’ ▷투 플러스 등급의 한우 등심 전문점 ‘투뿔등심’ ▷수제 버거 전문점 ‘패티패티’ ▷이탈리아 파인 다이닝 ‘부띠끄 블루밍’ ▷스페인 파스타 전문 ‘봉고’ ▷이탈리아 피자 전문점 ‘꼬또’ 등 브랜드마다 콘셉트를 달리한 25개의 매장이 있다. 여기에 2월 중 ▷‘오스테리아 꼬또’와 ▷피자 전문점 ‘핏제리아꼬또’를 선보일 예정이며 한식·중식·바비큐 전문 브랜드도 새롭게 론칭할 계획이다. 2007년 SG다인힐을 설립한 후 7년 만의 성적이 놀랍다.

본격적인 사업에 나서면서 그가 제일 먼저 내건 카드는 ‘수익 구조의 다원화’였다. 한국 외식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브랜드를 왜 그렇게 늘리느냐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제 전략입니다. 다(多)브랜드, 소(少)직영매장 운영이 원칙이죠. 소비자의 니즈가 세분화되고 다원화돼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브랜드보다 다양성을 추구하며 여러 브랜드를 관리해 나가는 게 좋아요. 외식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면서 한 브랜드의 수명이 4~5년 주기로 짧아졌어요. 브랜드 하나로 다점포 전략을 세운다면 그건 딱 망하기 좋은 케이스죠. 브랜드마다 차이는 있지만 브랜드당 3~4개 지점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SG다인힐을 알리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던 ‘블루밍가든’은 6년째 되는 지난해부터 매출이 꺾이기 시작해 점포 수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는 “희소가치와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더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는 3월 가로수길에 있는 블루밍가든을 폐점한다. 블루밍가든 청담동 본점 역시 새롭게 론칭하는 오스테리아 꼬또 매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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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개수보다 관리가 관건
이처럼 기업이 브랜드를 무조건 많이 갖고 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박 부사장은 “특히 브랜드가 많을수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놓치지 않았다.

“외식업은 기본적으로 맛·서비스·청결이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는 정말 철저하게 지킵니다. 1976년 시작해 40여 년간 명맥을 잇고 있는 삼원가든 한자가 석 삼(三)에 으뜸 원(元)자예요. 이름에도 기본에 신경 쓰자는 의미죠. 삼원가든이 장수 기업으로 올라서고 SG다인힐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특히 박 부사장의 맛에 대한 투자는 대기업 수준을 능가할 정도다. 그는 2010년 삼원가든 압구정 본점 신관에 메뉴 개발을 위한 ‘테스트 키친’을 마련했다. 이곳은 새로운 레시피를 시험해 보는 일종의 요리사들의 실험실 같은 곳이다. 중소기업이 테스트 키친 운영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내로라하는 실력파 셰프 영입에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2월 오픈하는 ‘오스테리아 꼬또’를 위해 지난해 말 뉴욕 미쉘린 3스타 레스토랑인 일레븐 메디슨 파크의 부주방장으로 근무하던 송훈 셰프를 영입했다.

“맛처럼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요. ‘고급화’가 SG다인힐의 모토이기 때문에 이를 위해 필요한 투자는 아끼지 않습니다. 저 역시 메뉴 개발 R&D팀원들과 한 해 수차례 해외로 나가 맛도 보고 시장조사도 하면서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나 신메뉴의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승승장구하는 그도 실패의 쓴맛을 맛봤다. ‘지나치게 앞서나간 메뉴’와 서툰 ‘사람 관리’가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대학교를 마치고 2005년 한국에 들어와 SG다인힐을 오픈하기 전까지 작은 일식집을 운영했었어요. 하루에 100명만 오면 금방 돈이 벌릴 것 같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공치는 날이 더 많았어요. 틈틈이 아버지 일을 도왔기 때문에 현장 경험도 많았고 제 딴에는 철저하게 준비하고 오픈한 것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허점이 많더라고요. 주방이나 직원 관리 노하우도 전혀 없었어요. 총체적 난국이었죠(웃음). 이때 많이 배웠어요. 경영 수업료 한 번 비싸게 치렀죠.”

이후 2008년 문을 연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블루밍가든’에서는 메뉴가 문제였다. 피자·파스타에만 익숙한 한국인에게 처음 접하는 스타일의 음식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다.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면 어쩐지 떨어져 보이고 수준을 높이면 고객은 찾지 않았다.

“이때 배운 게 바로 대중 속에서 차별을 찾는 거예요. 완전히 다른 새로움보다 고객이 이미 익숙하게 여기는 것에 알파를 더하는 게 더 매력적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성게알 파스타가 블루밍가든의 대표 메뉴가 됐잖아요.”

삼원가든과 SG다인힐의 700여 명의 직원 중 90%는 정직원이다. 정직원을 쓰면 그만큼 고객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믿음에서다.

“특별한 직원 관리 시스템은 없지만 사실 저와 손발을 맞춘 직원들이 많아 제가, 그리고 회사가 원하는 방침과 스타일을 정확히 알고 있어요. 일일이 묻지 않아도 이젠 알아서 잘 따라와 주죠. 그래도 현장을 돌며 언제나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오너가 현장을 지키느냐 또는 책임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그때그때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직원들을 교육하느냐,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