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씨엘쏭 컴퍼니 대표

투박하지만 맛깔스러운 손맛과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위세를 떨치는 작은 거인이 있다. 11년째 자신의 브랜드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송희(35) 씨엘쏭 컴퍼니 대표다.

‘도산공원 쏭사장’으로 통하는 그녀는 2004년 도산공원 인근에 원 테이블 레스토랑 ‘인 뉴욕’을 시작으로 외식 업계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2005년엔 이탈리아 비스트로 ‘그랑씨엘’을, 2009년엔 아메리카 캐주얼 다이닝 ‘마이쏭’의 문을 열고 연달아 히트, 도산공원의 터줏대감이 됐다. 그리고 작년 10월 한남동 꼼데가르송길에 이탈리아 타파스 요리를 선보이는 새로운 콘셉트의 ‘그랑씨엘’을 열었다. 레스토랑은 주로 힐링이 되는 공원이나 갤러리 등이 있는 지역에 터를 잡았다.

“지금의 남편(박근호 씨)과 연애하던 시절 둘이 500만 원을 들고 처음 사업을 시작했어요. 누군가에게 투자받는 건 남편과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조금 더디지만 우리가 직접 우리 스타일대로, 우리가 좋아하고 재미를 느끼는 대로 조금씩 레스토랑을 키워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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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 때마다 히트…도산공원 터줏대감
이 대표가 부침 심한 외식 업계에서 든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과 남편의 역할이 컸다. 사업가인 아버지와 살림꾼인 어머니를 보며 자란 그녀는 자연스럽게 요리와 사업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사진작가로 활동한 남편은 그녀의 든든한 조력자였다. 이 대표가 요리를 가르친 첫 제자이기도 하다.

이런 남편과 함께 꾸려 온 레스토랑이 인기를 끌게 된 비결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맛’이다. 특히 마이쏭의 ‘브런치’와 ‘레드 벨벳 케이크’, 그랑씨엘의 ‘안초비 파스타’는 씨엘쏭 컴퍼니의 간판 메뉴다. 지금은 레드 벨벳 케이크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타 업체에 납품하며 또 다른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올해 안에 강남역 부근에 ‘케이크 팩토리’를 만들 계획도 추진 중이다.

“사실 처음부터 인기 메뉴가 아니었어요. 레드 벨벳 케이크는 뉴욕에 한 달 동안 머무르면서 레시피를 연구해 내놓았는데, 정작 한국에서 선보였을 때 고객들의 반응은 ‘이게 뭐야’ 식이었죠. 1년 동안 버린 케이크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안초비 파스타도 고전했어요. 외국에선 인기가 많았지만 한국인에겐 그저 낯선 맛이었죠. 결국 외국인 손님들이 이 메뉴들을 찾기 시작하면서 인기가 높아졌어요.”

고객들에게 인정받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래도 그 사이 이 대표는 메뉴를 바꾸지 않았다. 꾸준하게 같은 메뉴를 선보이며 도리어 사람들의 입맛이 이 대표의 손맛에 길들여지게 했다. 뚝심 있는 셰프의 모습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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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의 입맛을 고려하다 보면 레스토랑 콘셉트 자체가 흔들려요. 사실 ‘인 뉴욕’이 좀 그랬죠. 남들 말, 한국 트렌드 좇다 보니 인 뉴욕만의 콘셉트가 사라지더라고요. 안 되겠다 싶어 차라리 보지 않고 듣지 않았어요. 그래서 흔들리지 않고 제가 추구하는 맛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며 고객들을 설득했죠.”

물론 메뉴 업그레이드도 열심이다.

“입맛도 트렌드가 있어요. 워낙 빨리 변하다 보니 그것을 맞추려면 저도 앞서나가야 하죠. 수시로 매장을 돌며 메뉴를 체크하고 맛을 연구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놀기 위해’ 이들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도 많다. 레스토랑에서 논다? 과연 무얼 하며 논다는 말일까.

“캠핑, 술래잡기, 영화 감상, 1950년대 쇼…. 매월 다른 콘셉트의 파티를 열었어요.”

사업을 시작한 지 6년 차 되던 해, 외식 업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예상치 못한 불황을 겪자 극복 방안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파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하는 이들 모두가 이 대표의 경영 철학처럼 ‘펀(fun)’할 수 있도록 레스토랑을 놀이터로 만든 것이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한번은 비가 너무 많이 와 신호등도 다 꺼진 날이었는데, 하필 그날이 캠핑 파티가 열리는 날이었어요. 레스토랑을 캠핑장으로 다 꾸며 놓았는데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간 파티 중에 가장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정말 놀랐고 감사했어요. 그때 느꼈죠. ‘내가 재미있는 일을 하자. 내가 즐거워야 나도 지치지 않고 남도 즐겁다. 그런 우리를 알리는 데 이만한 일이 없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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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톡톡 튀는’ 마케팅으로 극복
그때부터 씨엘쏭 컴퍼니만의 톡톡 튀는 이벤트가 시작됐다. ‘애프터 패션 위크 파티’가 대표적이다. 2011년 11월 첫 회를 시작으로 매회 서울 패션 위크에서 가장 주목받는 디자이너를 선정해 그의 패션쇼를 다시 한 번 그랑씨엘에서 선보이며 다과를 즐기는 행사다. 이제는 서울 패션 위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로 꼽힌다. 유명 디자이너들에게도 인기 파티가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이태원 그랑씨엘에 ‘발렌타인 팝업바’가 들어서기도 했다. 발렌타인 측에서 자신들의 신제품 론칭 행사 장소로 그랑씨엘을 지목해 진행한 행사였다. 그 덕분에 그랑씨엘은 ‘아시아 세계 최초 팝업 스토어’라는 닉네임도 얻게 됐다. 이 대표는 불황의 위기를 남다른 노력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극복했다. 정성어린 맛에 더해 진짜 재미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즐거움과 웃음을 전파하고자 했던 그녀의 진심이 통했다.

이렇게 성장하는 동안 2011년 8월, 지금의 ‘씨엘쏭 컴퍼니’라는 법인회사가 설립됐다. 외식 전문 기업으로, 총 30여 명의 직원이 레스토랑 외식사업부와 유통사업부를 맡아 운영한다.

“직원들을 보며 ‘저 친구들의 꿈을 키워 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식당보다 뭔가 번듯한 회사가 본인들의 꿈을 키우기에도 좋잖아요. 저도 이왕 하는 것 제대로 해하고 싶었고요.”

유통 사업의 첫 아이템은 ‘천일염’이다. 이 대표가 2년간 소금 연구에 매달린 끝에 신안군의 한 천일염 염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손맛이 뛰어난 엄마로부터 식재료의 중요성에 대해 굉장히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가장 기본이 되는 소금에 주목했죠. 좋은 소금은 일반인들도 잘 알고 사용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유통에 나서기로 했어요. 3~4월이면 신제품이 나올 텐데 이것도 뭐 1년은 기다려봐야겠죠?(웃음). 미국 수출도 계획 중이고요. 그리고 2탄은 아기들이 먹는 베이비 소금이에요.”

못하는 게 없을 것 같은 그녀에게 어려운 게 있다. 바로 ‘직원 관리’다.

“참 어렵더라고요. 친근하게도 대했다가, 화도 내 봤다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스물 넷 어린 사장의 말을 쉽게 따라주지 않았죠. 일에 완전히 몰입하는 제 스타일을 직원들에게도 강요하다 보니 서로 많이 힘들었어요.”

시간이 지난 오늘날, 그녀는 여전히 ‘이송희 스타일’을 고집한다. 스파르타식으로 엄하고 독하게 훈련하지만 직원들을 향한 믿음과 그 믿음에 따른 업무의 책임감을 직원들 스스로 느끼고 배우도록 한다. 그렇게 이 대표는 업무 내용과 해결 능력에 따라 담당자를 결정한다.

“최고경영자(CEO)는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많은 직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업무 스케줄을 잘 관리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직원의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능력에 따라 직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죠. 현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잘할 수 있어요.”

씨엘쏭 컴퍼니는 이제 막 오픈한 이태원점을 제외하고 연매출이 약 20억 원 수준이다. 수익률은 25% 정도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