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마이크로컨트롤러 보드로 출발…디자인 감성·오픈 소스 더해져 돌풍

강박적으로 ‘세계 최초’, ‘세계 최고’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거북선·측우기 등은 교과서마다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그러나 그런 ‘세계 최초 발명품’이 후속 기술의 진보, 사회의 변혁, 역사의 전환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묻게 되면 대답은 옹색해지게 마련이다. 고려의 금속활자가 찍어낸 ‘직지심체요절’은 그 내용을 아무도 모르는 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물이란 라벨만 붙어 박물관에 화석화됐지만 서유럽의 금속활자가 찍어낸 구텐베르크 성경과 루터의 95개 조 반박문은 종교개혁의 들불로 퍼져 나가 후세에까지 깊은 영향을 남긴 것만 봐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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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쉽게 전자 제품 기능 바꿀 수 있어
그렇다면 왜 그러한 차이가 벌어지게 됐을까. 문자 체계의 차이 등 여러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역시 신기술을 저렴하게 보급하고 사용자들이 훨씬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시장을 키우겠다는 마인드의 차이였다. 고려와 조선에서는 관 주도, 하향식 사업으로 활자를 만들고 국가의 공식적인 견해, 학설 보급을 위해 소량의 인쇄물만 찍어냈다. 반면 유럽은 다양한 사회 주체가 갖고 있는 표현의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민간 업자들이 달라붙어 나름의 활자와 인쇄기를 제작하고 이어 서로 기술을 베끼고 개량하며 공격적으로 인쇄물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혁신이 전 대륙에 걸쳐 연속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마인드와 실행 환경의 차이는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메이커(maker) 운동, 사물인터넷(IoT)의 시대로 숨 가쁘게 넘어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런 영향을 음미하기 위해 꼭 한번쯤 돌아보고 넘어가야 할 기념비적 발명품이 바로 손바닥 만한 마이크로컨트롤러 보드 ‘아두이노(Arduino)’다.

사실 ‘마이크로컨트롤러’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이것은 공학도들이나 관심을 가질 물건으로 치부할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의 벽두,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인근의 이브레아(Ivrea)라는 작은 도시에서 색다른 아이디어가 꿈틀대고 있었다. 이곳에는 2001년에 갓 신설된 조그마한 전문 대학원 인터랙션 디자인 전문학교(IDII)가 있었는데, 이탈리아의 풍부한 예술적 감성을 지닌 디자이너와 정보기술(IT)의 융합 인재 교육을 표방하고 있었다. 도전적인 목표를 내세운 신생 학교의 어려움은 여기서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학부까지 디자인 등 예술을 전공해 온 문외한 학생들도 많아 이들에게 공학 지식을 가르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당연히 기존에도 여러 전자 교육용 시험 제품들이 있었지만 상당수는 공대생들의 눈높이와 커리큘럼에 맞춘 제품이었고 값도 비싸 재원이 부족한 학교가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마시모 반지(Massimo Banzi) IDII 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주 기초적인 지식만으로도 쉽게 프로그램을 짤 수 있고 꼭 필요한 기능만 넣어 아주 값싸게 구입해 이용할 수 있는 마이크로컨트롤러 보드가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2005년에 수강생 한 명이 과제로 개발한 자그마한 회로 보드 하드웨어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컴퓨터 그래픽 개발용으로 만든 ‘프로세싱(processing)’을 변용한 개발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와이어링(Wiring)’이라는 시제품을 개발해 냈다.

하지만 이내 상황은 암울해졌다. IIDI는 결국 운영 재원을 유치하지 못하고 2005년 말 다른 학교에 흡수 통합 당할 운명이었다. 반지 교수와 동료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새로운 교육용 보드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그냥 사장당할 수밖에 없다고 낙담했다.

바로 이때 반지 교수는 발상의 전환을 한다. “이걸 오픈 소스로 만들자.” 사실 리눅스 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오픈 소스는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생겨난 용어이자 협업 모델이었다. 하드웨어에 대해서는 이러한 용어를 갖다 붙이는 것도 생소했고 그렇게 해서 제대로 완성도 높은 제품이 나오기가 어렵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인 때였다. 그러나 반지 교수는 처음에는 완성도가 낮더라도 저렴하고 개량과 사용이 손쉽다면 점점 더 많아지는 개발자와 사용자가 만들어 내는 자생적 동력으로 훌륭한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외주 제작을 통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30달러 남짓한 가격에 보드를 출시하고 누구나 갖다 쓰고 개량할 수 있게 하드웨어 설계 도면과 소프트웨어 소스를 모두 개방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부족한 제품이었지만 특유의 이탈리아적 감성을 입히는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11세기 초 이곳 이브레아를 거점으로 이탈리아 국왕을 지냈던 ‘아두이노(Arduino)’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를 지었다. 또한 멋없고 기능만을 중시하던 회로 보드의 선입견을 탈피하기 위해 짙은 녹색이나 갈색 일변도이던 회로 보드를 파란색으로 입혔고 보드 뒷면에는 이탈리아 지도를 프린팅해 넣었다.
[테크 트렌드] 이탈리아 변방에서 시작된 ‘아두이노 혁명’
이러한 발상의 전환의 결과는 놀라웠다. 별다른 마케팅과 광고가 없었는데도 인터넷 소문만으로 미국의 대학 교수들이 이 저렴하고 매력적인 교육용 보드가 있다는 사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하나 둘 구매하기 시작했다. 또한 아두이노를 이용해 너무나 쉽게 전자 제품의 기능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각종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 보드를 다양하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집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시는 수많은 동호인들이 있는데, 품질 좋은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발효 통의 온도를 정확히 맞추고 제때 저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발효 통에 온도 센서와 히터, 교반봉을 설치하고 비싼 기성품 항온기와 모터 제어장치 대신 저렴한 아두이노를 연결해 제어하는 식으로 활용한 것이다.


인텔도 관련 보드 내놓으며 관심
또한 설계도가 완전히 공개돼 있으므로 더욱 저렴한 복제품과 나름의 방식대로 개선한 파생 제품을 만드는 수많은 기업들이 생겨났다. 이들은 아두이노에 붙여 쓸 수 있는 다양한 부가 보드를 만들어 아두이노의 쓰임새를 더욱 넓혀 놓았으며 가격도 계속 떨어뜨렸다. 이미 저렴한 중국산 복제품은 개당 3~5달러면 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내려간 상태다. 이에 따라 최근 각광받는 3D 프린터, 드론(무인비행기), 각종 로봇도 아두이노를 채용해 전 세계에 뻗친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개량 아이디어와 코드가 쏟아지고 있다.

아두이노의 대성공은 결국 크리스 앤더슨이 그의 저작 ‘메이커스(Makers)’에서 조망한 새로운 소규모 제조자(메이커) 운동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한 땀 한 땀 공들여 필사하거나 목판을 파는 장인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인쇄 기술이 구텐베르크에 의해 활자를 틀에 모아 잉크 칠하고 포도주 짜던 프레스에 밀어 넣으면 되는 공인의 영역으로 내려왔을 때 세상은 바뀌었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나 전자공학자들의 영역에 머물러 있던 마이크로컨트롤러 활용 기술이 아두이노에 의해 평범한 일반인의 손에 쥐어지자 세상은 또 한 번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기기들에도 아두이노의 영향이 짙게 배어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 PC 하드웨어 업계를 지배해 온 공룡 인텔은 아두이노와 공동으로 아두이노 관련 제품들과 호환되면서 인텔 중앙처리장치(CPU)를 사용한 새로운 ‘갈릴레오’ 보드를 출시했다. 천하의 인텔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말 그대로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이런 ‘듣보잡’ 시장에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그만큼 PC 시장의 빠른 쇠퇴와 새로운 디바이스 시대로의 전환, 그 속에서 아두이노가 만들어 낸 플랫폼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다.

한민족은 우수한 자질과 기술, 스펙을 갖추고 있고 종종 ‘세계 최초’의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고루한 기술 힐링의 최면은 이제 끊어내야 한다. 아두이노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변방이라고 생각되던 구석에서도 개방과 참여를 통한 역동적인 시장의 불꽃을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열려 있다. 우리의 민낯을 직시하고 어떻게 더 싸고 쉽게 만들어 더 많은 개발자와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파이를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풍성해질수록 현재의 험난한 기술 트렌드를 헤쳐 나가는 꿈과 용기가 생겨나지 않겠는가.


채승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