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K9의 생존 전략…디자인 다듬고, 가격 낮추고
기아자동차의 ‘기함(flagship: 선단에서 총사령관이 타는 초대형 함선에서 유래)’ K9이 3년 차를 맞아 편의 사양을 늘리고 가격을 대폭 낮추면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2012년 출시된 K9은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인 후륜구동(FR)형 스타일링을 처음 적용한 모델이다. 1세대 제네시스(현대자동차)가 포니 이후 후륜구동의 첫 주자이긴 했지만 제네시스가 개발되던 2000년대 중반에는 ‘후륜구동 스타일’이라는 것이 특별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일본 차의 시대가 가고 독일 차의 전성시대가 되면서 트렌드는 극도의 롱 후드와 숏 오버행이 대세가 됐다. K9은 유럽형 스타일링을 반영한 현대·기아차의 첫 모델이다. 즉 기계적인 것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후륜구동의 모습을 비로소 갖춘 것이다.K9의 측면 비율을 보면 후드가 길쭉하고(롱 후드), 앞바퀴 위치를 가능한 한 앞으로 밀었고(숏 오버행), C필러가 트렁크까지 길게 뻗어(숏 데크) 후륜구동 디자인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린하우스(유리창으로 이뤄진 부분)가 작고 벨트라인(유리창 시작 부분)이 높은 것도 이 유행의 특징이다. 벨트라인을 높이다 보면 측면이 약간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데, BMW 5·7 시리즈나 2세대 제네시스는 측면에 날카로운 접힘을 주면서 이를 해소했다. 반면 K9은 도어 상단에 볼록하게 볼륨을 주고 플로어 쪽에 파인 굴곡을 주며 관능적 조형미를 ?薩맨杉? 역동성보다 우아함을 강조한 디자인이다.
진입 장벽 ‘4000만 원대’로 낮춰
2014년형 K9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외관상의 변화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세로형 절개에서 가로세로 격자형으로 대체된 것이다. 단순한 변화지만 인상에는 상당한 변화가 느껴진다. 헤드램프, 리어램프, 앞 펜더 크롬 장식에도 미세한 변화를 줬다. 쇼퍼 드리븐 카(chauffeur driven car:운전사를 두고 차주가 뒷좌석에 타는 차)로서의 편의 사양을 강조했다. 앞좌석 뒷면에 9.2인치 듀얼 모니터를 달 수 있는 옵션, 뒷좌석 별도 공조기 온도와 풍량 조절 기능은 그대로다. 최고급형에는 에쿠스와 신형 제네시스에 적용된 ‘고스트 도어 클로? ??적용됐다. 도어를 닫을 때의 불쾌한 충격을 없애줘 차에서 오래 있을 때 의외로 편리한 기능이다. 뒷좌석 슬라이딩 기능까지는 욕심내지 않았다. 3.8리터 람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성능은 나무랄 데 없다. 조용하면서도 스트레스 없는 가속력을 보여준다. 신형 제네시스는 역동적인 엔진 사운드 등 드라이빙 감성에 공을 들였지만 K9에서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럭셔리’를 지향한다.
가격은 대폭 인하됐다. 아무래도 신형 제네시스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2012년 출시 당시 K9의 최저가는 5290만 원(3.3 GDI)이었고 지난해에도 5228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4990만 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실질적으로 최저 사양 구매자는 많지 않겠지만 진입 장벽이 ‘4000만 원대’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배기량이 높은 3.8 GDI의 최저가는 출시 당시 5290만 원에서 2013년 라인업 변경으로 6600만 원부터 시작됐는데, 이 가격이 6260만 원으로 낮아졌다. 독일제 중형차들이 6200만 원대 언저리에 있는 것을 의식한 듯하다. 최고가??7830만 원으로, 파노라마 선루프와 뒷좌석 듀얼 모니터를 옵션으로 선택하면 8000만 원이 넘는다. 이 가격은 K9의 마지막 자존심일 것이다(이상 부가세 포함 가격).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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