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노리는 4대 경상수지 흑자국 중 가장 취약…연말 외화 유동성 위기 가능성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의 활력 자체가 떨어진 심각한 상황이다. 앞으로 일본의 재기는 영영 힘들지도 모른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점입가경을 맞았던 일본의 불과 4년 전 모습이다. 당시 뉴스에선 연일 침몰하는 일본호를 다루기에 바빴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것이 경제라지만 4년 후의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엔저’라는 강력한 무기를 등에 업은 일본은 자동차, 전기·전자 산업 등 한국과 경쟁하는 업종에서 이미 멀찌감치 도망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올라간 원화 가치는 한국 기업엔 치명타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양적 완화 출구전략을 본격화하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신흥국들도 자국의 환율 방어를 위해 피 말리는 전쟁을 준비 중이다.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올해를 글로벌 환율전쟁의 분수령이라고 말한다. 특히 유례없는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은 가장 치열한 전장이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환율 전문가인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과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이 총성 없는 전쟁을 전망했다.
2014년을 정책적 대전환기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두 분의 견해는 어떠신가요.
오정근 연구위원(이하 오 위원) 2008년 이후 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해 왔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위기에서 벗어났고 큰 전환기에 서 있죠. 1930년대에 대공황을 겪으면서 동시에 권력 이동(파워 시프트)이 일어났는데, 이번에도 5년에 걸친 위기 뒤에 다시 한 번 세계경제의 파워 시프트가 일어날 겁니다. 특히 아시아를 주목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아세안 5개국, 한·중·일·대만 등을 합하면 아편전쟁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가 미국과 유럽의 경제 규모를 앞지르게 됩니다. 그런데 한국은 이 같은 흐름에 탈동조화를 보이고 있죠. 올해는 대통령이 말한 ‘퀀텀 점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겁니다. 이를 위한 개혁에 성공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죠.
최공필 자문위원(이하 최 위원) 2008년 당시에는 양적 완화가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 이후로는 상당한 문제를 안게 됐죠.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거시 처방으로 일관하다 보니 유동성 문제가 부각된 겁니다. 특히 신흥 시장의 부담이 더욱더 가중됐죠. 미국 경제가 혜택을 본 것 같지만 양적 완화가 실제 고용 기반 확충으로 이어졌다는 사인은 없습니다. 반면 자본 유출 같은 후유증은 개도국의 몫이 돼버렸죠. 선진국의 위기 극복을 위해 신흥국이 과도한 부담을 진 거예요. 앞으로 닥쳐올 엄청난 위기 속에 한국이 취할 선택 폭도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오직 돈 찍어내기에만 집중한 결과 세계경제가 심각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죠. 한국도 일부 자산 가격 회복 움직임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본 유출 등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오 위원 양적 완화는 물론 이번에 5년 만에 출구전략에 들어간 것도 전대미문의 실험이에요. 미국 이후에는 유럽과 일본이 뒤따르며 글로벌 출구전략이 2~3년 정도 갈 것입니다. 이런 실험 가운데 신흥국 불안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되겠죠.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전 의장의 정책(양적 완화) 자체는 세계경제에 크게 기여한 게 사실이라고 봅니다.
결국 테이퍼링이 시작됐는데, 특히 환율과 관련해 글로벌 자금 흐름은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최 위원 테이퍼링으로 100억 달러를 축소하기로 했는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지침)로 충격파를 줄이려고 노력하겠지만 실제 고용 부문에서도 여건이 호전될지는 의문입니다. 미국은 현재 전통적인 통화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상적 투자가 어려운 상태예요. 제로 금리인 상태에서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모르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계속 남아 있죠. 앞으로 미국 경제는 고용 사정을 보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달러 의존도가 큰 신흥국입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2012년까지 신흥국으로 들어오던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전체적인 안정 기조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엄청난 부담이죠. 선진국이 돈을 무한정 찍어내도 인플레를 겪지 않은 것은 신흥국으로 돈을 수출했기 때문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테이퍼링 조절 부담을 한국이 다 떠안게 될 수도 있어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더 죽을 맛이죠.
출구전략의 시기가 잘못됐다는 판단인가요.
최 위원 Fed에서 양적 완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닛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완전히 거둬들이자는 의견이 대다수예요. 굉장히 불안한 상황이죠. 처음 이야기한 대로 양적 완화를 너무 오래 끌었다고 생각됩니다. 테이퍼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끌고 가기도 어렵게 됐어요. 분명한 것은 엄청난 조정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겁니다. 그 충격이 신흥국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란 거죠.
테이퍼링으로 인한 신흥국의 위기는 어떻게 보십니까.
오 위원 지난 5년간의 양적 완화 결과 유럽과 영국에서만 통화량이 5조 달러나 증가했어요. 그중 절반이 신흥국으로 유입됐습니다. 테이퍼링 이후에는 30% 정도 빠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신흥국 중 풀린 돈 때문에 자산 버블이 생기고 수입이 증가해 경상수지가 적자인 나라들이 많다는 거예요. 경상수지 적자이면서 외채가 많은 경우죠. 이렇게 되면 바로 외화 유동성 문제에 봉착할 겁니다. 전 세계 10여 개국 정도가 상당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도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일종의 점염 가능성이죠. 경상수지 흑자에 외화보유액도 충분하다지만 해외 주식, 채권 투자 등 숨겨진 빚이 많습니다. 대만과는 완전히 다르죠. 위기 점염에 각별히 대응하는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워야 해요. 선진국도 신흥국 사정을 고려해 줄 별다른 정책 수단도 없고 또 그럴 여유도 없어요. 결국 통화와 환율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흥국을 여유 있게 감쌀 상황이 아니죠.
금융과 실물이 연계되지 않아 생기는 자산 버블 부작용도 우려스러운데요.
최 위원 엄청난 위기 이후 부채 문제가 현실화됐죠. 지금은 부채 과잉 상태입니다. 가계 부문이 일부 조정됐다지만 실제로 부채는 더 늘었어요. 특히 공공 부문 부채가 엄청나죠. 채권 매입 규모의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이에요. 기본이 무너진 정책이 5년간 이어진 겁니다. 인류 역사에 큰 죄를 지은 것과 같아요. 브레튼 우즈 체제 이후 국제 금융계가 한 일이 결국 돈 찍어내기밖에 없다는 겁니다.
지금은 디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만 결국에는 초인플레로 갈 위험이 상당해요. 부채를 부채로 막았기 때문이죠. 초인플레이션이라는 부작용이 언제 닥칠지 아무도 모르지만 냉정하게 머리를 식히고 계산해 봐야 해요. 먼저 부채를 줄이고 부실을 없애 실물에 돈을 공급해야 합니다. 5년 동안 허구에 빠져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결국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짐이 될 게 빤합니다.
또 하나는 미 Fed가 유대인들의 장악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결국 유대계 핵심 자본을 위해 전 세계인들이 고생하는 꼴이죠. 중산층이라는 허리가 붕괴된 건 우리만이 아닌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환율전쟁이 과거의 양상과는 어떻게 다릅니까.
오 위원 미 재무부의 환율 보고서는 달러 강세 문제를 다루면서 경상수지 흑자국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독일·일본·중국·한국을 4대 경상수지 흑자국으로 분류한 거죠. 바로 신환율전쟁의 근거입니다. 지금까지는 선진국이 돈을 뿌려 신흥 시장의 통화가치가 고평가되면서 생긴 환율전쟁이었죠. 이번에는 양상이 다릅니다. 미국은 달러가 강세를 띠겠지만 올해 경상수지 적자만 5000억 달러가 예상됩니다. 이걸 놓아두고선 미국의 경제 회복은 요원하죠. 테이퍼링에 따른 달러 강세의 부담을 덜려면 환율 절상 압력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1986년 달러당 881원이었던 환율이 1989년 671원으로 떨어진 전례가 있습니다. 1990년에 들자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섰죠.
앞서 말한 4개국 중 가장 큰 압박을 받는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미국에 일본은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는 동아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예요. 아베노믹스를 인정하는 이유죠. 중국은 달러와 엔화에 흔들리는 것을 계기로 지역 내 결제통화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오히려 국제화 차원에서 절상을 추진하는 이유입니다. 독일은 2200억 달러의 흑자를 봤지만 남유럽과 유로존으로 묶여 있어 절상 자체가 아직은 위험합니다. 남은 게 한국이죠. 신환율전쟁의 가장 큰 피해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테이퍼링으로 기축통화의 강세가 예상되는데, 미국이 달러 패리티(parity:통화가치 등가교환)에 나서고 있다고 보십니까.
오 위원 미국은 1988년까지 원화와 엔화를 동조시했습니다. 지금은 원화와 위완화를 동조시하고 있죠. 미국으로선 일본이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한국은 이미 상당 부분 중국 경제권에 들어가 있다는 게 미국의 결론이죠. 그래서 올해 환율 방어가 더 중요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오히려 한국의 위치가 중국과 동조되지 않았다는 걸 국제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어요. 이런 문제는 정책적 접근보다 외교적으로 풀어야 합니다. 학문적인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일본을 보십시오. 미국 Fed나 재무부 인사들과 일본의 관료들이 다들 친구 사이예요. 우린 그런 네트워크가 턱없이 부족하죠.
한국이 이번 환율 전쟁을 방어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인데요.
최 위원 조정 압력이 우리에게 집중된 건 100% 맞는 얘기입니다. 마치 지진 단층에 모든 지각대의 압력이 몰려 있는 것과 같아요. 자본 유·출입과 관련된 통제 수단도 마땅하지 않습니다. 변동성이 커질 때가 언제인지, 어떤 정책을 써서 조정해야 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죠.
어떤 나라건 내부적인 구조조정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결국 환율 조정으로 대응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1985년의 플라자 합의 같이 달러 약세를 우리가 일괄적으로 조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절상 압력을 받는 국가끼리 새로운 합의를 통해 달러의 압력을 완화해 주는 게 지금으로선 차선책이자 환율전쟁의 희생자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봅니다. 일본을 보세요. 플라자 합의 이후 20년간 장기 침체를 겪지 않았습니까. 일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하루 빨리 차선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만 주저앉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쉽게 말하자면 물귀신 작전입니다. 한국에 집중된 압력을 이웃 국가와 나누는 지혜가 필요해요. 원천적으로는 미국 역시 자국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시아가 불안하면 미국도 불안해지는 게 현실이에요. 글로벌 솔루션을 찾아야 합니다. 일본·중국·한국이 힘을 합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사실 미국 때문입니다. 이걸 극복해야 해요. 민간 차원에서라도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달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엔·위안·유로 등 이종 통화 정책도 짚어주시죠.
오 위원 2012년만 하더라도 달러당 114엔까지 갔습니다. 똑같은 가격이면 일본이 20%까지 이익을 봤죠. 한국은 반대예요. 지난 3분기부터 수출 기업들이 본격적인 어닝 쇼크를 겪은 게 이를 증명합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1995년 4월에서 1997년 2월까지 원·엔 환율이 30% 절상됐어요. 그 결과 1995년에 80억 달러였던 경상수지 적자가 1996년 들어 230억 달러까지 늘었어요. 그러다 1997년에 위기를 맞은 거죠. 2004년부터 2007년까지도 마찬가지입니다. 2008년 이후 적자로 돌아선 이유죠.
이번에는 2012년 6월 고점 대비 47%가 절상됐어요. 2013년 1년 동안 24%가 절상됐습니다. 명동에 나가 보세요. 일본 관광객이 사라졌어요. 올해 중 10%만 절상돼도 1997년 위기 전과 같은 수준에 다다릅니다. 4월에 일본이 소비세를 인상하면서 그 충격을 줄이기 위해 더 강한 엔저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1월 말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발표되면 또 다른 압력이 가해지겠죠. 올해 1~2분기에 엔화 약세와 원화 절상이 맞물리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겁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외화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 위원 현재 직면한 상황이 위험하다는 데 100% 동의합니다. 한국은 외화보유액의 60%가 달러입니다. 기축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이죠. 환율에 골몰하다 보니 근본 문제를 놓치는 듯한데, 달러는 이미 준비자산의 기능을 상실했어요. 파국을 알면서도 생명을 연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극화된 체제로 빨리 가야 해요. 달러의 준비자산 기능 상실을 대체할 수 있는 아시아의 준비자산 문제를 논의해야 하는데,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금을 볼까요. 환율전쟁 와중에 금값이 폭락했죠.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계속 매입했습니다. 더 이상 달러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금 보유량을 보면 영국은 거지나 다름없습니다. 미국·중국·러시아 등이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한 나라들이죠.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준비자산으로서의 금의 가치가 급격히 높아질 겁니다.
플라자 합의 같은 게 불가능하다면, 일시적인 대안이라도 움직여야 합니다. 이종 통화 간 간극을 놓아두고 달러 중심의 정책만 편다면 정말 파국을 맞을 수 있어요.
오 위원 한국도 가장 급한 과제입니다. 환율 체제와 제도를 적합하게 바꿔야 해요. 싱가포르가 채택한 BBC(Basket, Band and Crawl: 관리 변동 환율제도의 하나. 복수의 국제 통화를 한데 묶은 후 이를 가중 평균해 기준으로 삼는다) 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자율 변동제로 바뀌면서 조금만 외환 수요에 변동이 생기면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각국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데, 복수 바스켓 시스템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오 위원 아시아 지역을 볼까요. 일본은 엔화, 중국은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삼고 싶어하겠죠.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싸움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습니다. 한국의 중간자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죠. 예를 들어 아시아 지역의 단일 통화인 ACU(Asian Currency Unit) 같은 걸 키우는 겁니다.
소위 금본위제도의 대안으로 제시되는데, 국제 교역량의 폭발적 증가, 다양한 결제통화, 금 생산량 문제 등이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최 위원 항상 강조하는데, 금 생산량은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생산량의 부족을 채우는 게 바로 가격입니다. 물론 금값이 엄청나게 오를 테지만요. 기존의 통화 체제는 더 이상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고 봅니다. 비트코인의 등장이 대표적인 예죠. 다시 말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양적 완화라는 잘못된 대안을 계속 끌고 온 거예요. 제가 주장하는 통화 체제 개편의 핵심은 아시아 준비 통화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지 않아요. 유럽처럼 50년 걸릴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날의 발달된 금융 기법으론 단기간 안에 가능합니다. 통화와 경제 격차 문제는 한·중·일부터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오 위원 중국이 금을 사들이는 이유가 뭘까요. 그들의 구상은 기본적으로 위안화의 국제화입니다. 이런 목표 하에 금 태환 가능성을 본 것이죠. 기축통화가 파운드에서 달러로 넘어간 것도 금 태환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 가운데 중심이 바로 금 매입입니다.
환율 방어 시 정책 당국이 항상 들고나오는 소위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 외화 건전성 부담금)의 한계를 지적하는 주장도 많습니다.
최 위원 3종 세트는 정책 처방의 문제점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본 유·출입의 변동성이 커지면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려운 정책이죠. 금융은 기본적으로 싼 자금을 끌어 쓸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는 리스크 컨트롤을 하지 않고 과도한 투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선물환 규제 같은 건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는 방법이에요. 잘 굴러가는 톱니바퀴를 다 망가뜨리는 정책이죠. 단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오 위원 3종 세트가 간과하는 게 있어요. 주식거래가 빠져 있죠. 요즘은 은행이 해외에서 단기 차입으로 돈을 빌려옵니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차입이에요. 이런 상태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고스란히 갚아야 할 부채가 되는 거죠. 관련한 데이터가 빨리 나와야 합니다. 또 해외 금융회사들이 빌린 돈, 해외에서 대기업이 신용으로 빌린 돈들도 문제예요. 은행과 기업은 벌써 저만치 3종 세트를 앞서가고 있어요.
최 위원 쓰나미의 교훈을 되새겨야 합니다. 방파제를 높이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층의 급격한 변동 문제부터 해결해야죠. 아니면 후손들이 고생해요.
2014년 환율전쟁의 심각성을 간단하게 정리해 주시죠.
오 위원 올해는 대외적으로 테이퍼링에 따른 신흥국의 위기가 현실화될 것으로 봅니다. 일본과 유럽이 뒤이으면서 출구전략 기조가 2~3년간 이어질 겁니다. 한국으로서는 신흥국 자본 유출 위기가 점염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죠. 정책 당국자들이 운명을 걸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태입니다.
최 위원 지금 한국이 당면한 상황은 국가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글로벌 전체가 당면한 도전이죠. 기본적인 문제 해결의 구도를 글로벌로 확대해야 합니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아시아 등 지역적인 솔루션이라도 찾아야 하죠. 이를 위해선 정책 당국이 좀 더 넓은 시각,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진행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정리 장진원 기자 jjw@kbizweek.com
대담자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1951년생. 1979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95년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외환연구팀장. 2009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2013년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현).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1958년생. 1980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1988년 버지니아대 경제학 박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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