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선 등 활성화 대책 쏟아져…투자 유입·유출 모두 ‘경고등’

박근혜 대통령이 1월 9일 한국의 외국 투자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공공 부문 개혁 등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 경제 구현, 내수 활성화 등 3대 전략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들어와 투자 및 생산·수출 등을 하는 외국 투자 기업들의 활동이 여느 선진국에 못지않도록 각종 규제를 개선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넘어 내수 또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인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 투자 기업 본사 임직원의 소득세를 영구 감면하는 동시에 경제자유구역 내 입주한 외국 투자 기업의 개발 이익 환수 부담도 완화해 줌으로써 글로벌 기업의 본사와 연구·개발(R&D)센터를 한국에 유치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일부에서는 ‘공장 유치’에서 ‘두뇌 유치’로 외국 투자 유입의 방향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공장 유치에 더해 두뇌 유치를 하겠다는 것이지 두뇌 유치만 하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국에 공장이 들어와 있는 글로벌 기업이 기왕이면 본사 또는 R&D센터까지 함께 오면 시너지 효과 등으로 일석이조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 중국이나 동남아 또는 동유럽 등지로 떠나가면서 그 회사의 본부나 R&D센터만 우리나라에 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YONHAP PHOTO-0933>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 참석한 박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오찬 간담회에서 외국인 투자 활성화 방안에 관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정책 발표를 듣고 있다. 2014.1.9

    dohh@yna.co.kr/2014-01-09 12:58:30/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 참석한 박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오찬 간담회에서 외국인 투자 활성화 방안에 관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정책 발표를 듣고 있다. 2014.1.9 dohh@yna.co.kr/2014-01-09 12:58:30/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사실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를 보면 실망스럽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던 외국인 직접 투자(FDI) 규모가 2008년 112억 달러를 고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2년에는 99억 달러를 기록, 전 세계 FDI 중 0.7%에 그쳤다. 한국 경제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6%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작은 규모다.


말뿐인 원스톱 서비스…경제 자유도 지수 세계 31위
그뿐만 아니라 2012년까지 매년 유입된 외국인 직접 투자의 총계인 FDI 유입 잔액의 GDP 대비 비중에서도 한국은 13.0%에 불과하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40% 안팎은 물론 전 세계 평균 31.6%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실제로 한국의 FDI 유입 잔액은 1472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33위를 차지하고 있다.

왜 외국인 투자가 한국에 유입되지 않는 것일까. 십중팔구는 각종 규제와 세금, 노동시장의 유연성 등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세계은행에서 발표하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순위에서 한국은 올해 7위를 차지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정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말을 듣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가 아닐까. 왜냐하면 외국 기업은 잘 들어오지 않고 한국 기업은 해외로 나갈 기회만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인천자유경제구역청의 해외 투자 유치 담당자로부터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필자가 “원스톱 서비스라면서 왜 이렇게 해외 투자 유치가 지지부진한가”라고 물었더니 “각 단계별로 원스톱 서비스일 뿐이다(One stop service at each step)”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그럼 도대체 몇 단계를 거쳐야 하느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원스톱 서비스는 말뿐이고 이런저런 복잡한 단계를 거치면서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포기하고 돌아선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글로벌 싱크탱크의 관련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하는 경제 자유도 지수에서 31위, 국제투명성기구에서 발표하는 부패지수에서 46위로 경제활동이 결코 자유롭고 활기차다고 할 수 없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규모 15위에 비해 덩칫값을 못하는 비효율적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한국 기업들의 설립·고용·투자·생산·판매·수출 등의 경영활동이 자유롭지 못한데 외국 기업이야 오죽할까. 이러다 보니 결국 한국에서도 글로벌 기업을 키우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글로벌 기업도 한국에 들어오기를 꺼리는 것이다.


폐쇄 고집하다 장기 불황 빠진 일본
미국의 경제 잡지 포천(Fortune)이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2013년) 중 한국 기업은 14개뿐이다. 1993년 12개에서 20년 동안 고작 2개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반면 중국은 1993년 글로벌 500대 기업이 하나도 없었지만 작년에는 무려 89개로 미국(132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010년 GDP에서 일본을 추월한 다음 2012년부터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도 일본을 제치면서 명실 공히 G2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또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중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이 490개가 넘는 반면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은 300개 남짓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500대 기업이 2004년 263개로, 처음 절반을 넘어선 후 최근까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즉 글로벌화도 크게 미흡하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로 산업 공동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인구 5000만 명의 작은 내수 시장의 벽을 넘어서는 동시에 1인당 소득 3만,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수출 엔진을 계속 가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 또는 해외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로 나가는 직접 투자가 2006년에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넘어선 후 2012년에는 33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제 규모 15위라는 위상에 비해 덩칫값을 못하는 비효율적 경제를 운용하고 있다. 이는 곧 한국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2012년까지 해외로 나간 외국인 직접 투자 유출 잔액의 GDP 대비 비중은 17.4%에 불과하다. FDI 유입 잔액의 GDP 대비 비중 13.0%보다 높지만 전 세계 평균 32.7%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낮은 임금과 규제 등 보다 생산하기 좋은 환경은 물론 메이드 인 코리아를 사주는 소비 시장을 찾아 나가야 하는 한국 글로벌 기업들의 속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더 많이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

특히 계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를 해외로 돌림으로써 보다 많은 해외 생산 및 소비 거점을 확보하는 능력과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한다. 이는 또한 한국 외환시장에서의 달러 공급을 줄임으로써 향후 원화 환율의 하락 압력을 완화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과 유출(해외 진출)이 필요한 것일까. 이에 대한 최적의 비율(optimal rule)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FDI 유입 및 유출 잔액의 GDP 대비 비중이 적어도 전 세계 평균인 30% 안팎까지는 높아져야 한다. 유입 및 유출이 너무 많아도 영국처럼 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 및 국내 산업(특히 제조업)의 공동화가 일어날 것이다.

반대로 일본과 이탈리아처럼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면 또한 국내 기업(특히 서비스업)의 경쟁력 약화로 장기적 침체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일본은 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 잔액 비중이 GDP의 3.4%로 G7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각종 규제와 내수 부진으로 외국인 투자가 거의 들어오지 않는 가운데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일본 경제가 20년 넘어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이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