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로테이션’은 단기 현상 아닌 빅 사이클… 한국은 ‘대형주 펀드’ 부상

저금리와 저성장으로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려워진 금융 환경은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2014년의 화두는 그레이트 로테이션(great rotation)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채권 등 안전 자산으로 쏠렸던 투자 자산이 위험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선진국 주식 자산으로 스마트 머니가 먼저 움직였고 글로벌 유동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Corey Prinz, center, and Mary Harris, right, of Bank United, applaud the closing bell at the NYSE Tuesday after the day ended at more than 15,000 for the first time, Tuesday, May 7, 2013. (AP Photo/The Record of Bergen County, Kevin R. Wexler) ONLINE OUT; MAGS OUT; TV OUT; INTERNET OUT;  NO ARCHIVING; MANDATORY CREDIT
Corey Prinz, center, and Mary Harris, right, of Bank United, applaud the closing bell at the NYSE Tuesday after the day ended at more than 15,000 for the first time, Tuesday, May 7, 2013. (AP Photo/The Record of Bergen County, Kevin R. Wexler) ONLINE OUT; MAGS OUT; TV OUT; INTERNET OUT; NO ARCHIVING; MANDATORY CREDIT
작년에는 일본 펀드 48%, 미국 펀드 35%, 유럽 펀드가 20%의 성과를 거두면서 선진국 주식 펀드도 전 유형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신흥국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양적 완화 축소와 신흥국 구조조정 문제로 성과가 부진했다.

한국에서는 일부 스마트 머니만이 글로벌 환경 변화를 감지하고 일본·미국·유럽 등 선진국 주식 펀드에 투자했다. 중국 펀드와 브릭스 펀드 등의 저조한 성과로 해외 주식 펀드 전체적으로 관심이 줄어들면서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선진국 펀드로 자금 유입이 제한되고 있다.

2014년에도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있는 선진국 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12년부터 선진국 주식시장 강세와 신흥국 주식시장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기간 흐름이 아니라 10년 정도의 큰 사이클로 이해해야 한다.

2000년대는 중국 등 신흥국의 투자 확대로 신흥국이 강세를 보이고 선진국은 정보기술(IT) 버블, 글로벌 금융 위기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유럽은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선진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중심 위치를 찾아오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20년간에 걸친 디플레이션 시대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수출 경쟁력과 내수 회복을 꾀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쟁력 회복으로 2010년대는 선진국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신흥국 등 고성장 국가는 기대 수익률이 높고 선진국 등 저성장 국가의 기대 수익률은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신흥국 국가들은 투자 과잉 해소를 위한 시기에 들어섰다. 반면 선진국 국가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다시 찾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 관점에서는 선진국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높다.


신흥국은 과잉투자 해소 단계 들어서
실제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글로벌 유동성은 채권에서 빠져나와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증시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은 셰일가스, 전기자동차, 빅 데이터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경제 동력을 찾았다. 미국의 민간 부문은 지난 2년 동안 2% 중반대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면서 미국 경제의 부활을 이끌고 있다. 2014년부터 정부 지출 축소의 영향이 해소되면 미국 주택 시장의 회복과 기업들의 설비투자 투자 회복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가계 부채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가계 부채 상환 비율은 30년 내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계의 순자산은 주가 및 주택 가격의 상승에 힘입어 가계 소비를 안정적으로 이끌 것?막?예상된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의 부활은 미국 증시의 연일 최고가 경신을 이끌고 있다. 최근 가격 부담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2009년부터 시작된 미국 증시의 상승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의 변화가 IT와 빅 데이터, 셰일오일 혁명 등의 모멘텀으로 경제 구조의 기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펀드 시장에서 미국 펀드는 9개가 출시돼 있다. 외국계 운용사인 얼라이언스번스틴·피델리티·신한BNPP에서 미러 펀드 형태로 출시된 펀드와 한국 운용사에서 출시된 펀드로 나눌 수 있다. 작년 미국 펀드에는 4000억 원 가까이 자금이 유입됐다.


일본 펀드는 반드시 ‘환 헤지’한 것 사야
2013년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로 국제적인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은 2013년 10조 엔의 경기 부양 정책과 20%가 넘는 엔화 약세로 오랜만에 높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2014년에는 소비세 인상과 2013년의 절반밖에 안 되는 경기 부양 정책으로 경기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가 일본 경제에 전체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면서 내년부터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가 예상되면서 소비세 인상에 따른 부정적 충격을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일본 올림픽 개최 결정도 투자 심리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일본 펀드는 거짓말하는 양치기 소년과 같은 존재였다. 2000년대 중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개혁 시절에 경제 회복 기대감으로 1조 원 넘게 자금이 들어왔지만 일본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일본 펀드의 규모는 2013년 3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기억으로 한국 투자자들은 일본 펀드에 투자하기를 꺼리지만 이번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본 엔화는 중·장기적으로 약세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일본 펀드에 투자할 때는 반드시 환 헤지가 된 펀드를 골라야 한다.
[SPECIAL REPORT] 향후 10년 선진국 주식에 베팅하라
작년 상반기까지 유로존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을 보여줬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제조업 구매자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넘어서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장기간 부양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럽 펀드로 글로벌 자금 순유입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증시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가격 메리트가 있는 유럽 펀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면도 있다. 한국에 출시된 유럽 펀드는 대부분이 외국계 운용사에서 출시됐으며 작년 유럽 펀드에는 1500억 원 정도가 신규 유입됐다.

선진국 경제의 회복은 한국 기업들에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2013년 상반기 한국 증시는 신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상승 폭이 더 컸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작년에는 대형주 펀드와 인덱스 펀드보다 가치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가 좋은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2014년은 선진국 경제의 부활로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비중이 높은 대형주 펀드가 중소형주 펀드보다 투자 메리트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후정 동양증권 펀드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