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자유화 흐름 타고 재테크 수익률 경쟁 나서

중국 진출 외국계 은행에도 봄은 오는가. PwC중국은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외국계 은행의 최고경영자(CEO) 3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보고서를 1월 15일 발표했다. “중국의 금융 개혁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반적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게 요지다. 외국계 은행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할 때만 해도 거대한 시장이 열린다는 기대에 군침을 흘렸다. WTO 양허안에 따라 2006년부터 외국계 은행에 중국인을 대상으로 위안화 예금과 대출 업무를 취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점 설치 제한 등 곳곳에 ‘만리장성’은 남아 있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은행들이 중국에 들어갔지만 자산 기준으로 외국계 은행의 점유율은 2%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이유다. 2013년 3분기에도 중국 내 은행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4.4% 늘었지만 외국계 은행의 자산 증가율은 5.5%로, 대형 상업은행(9.6%)은 물론 도시 상업은행(21.9%)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
[GLOBAL_중국] 금융 개혁 바람에 기대감 커진 외국계 은행들
하지만 중국이 금융 개혁에 박차를 가하면서 외국계 은행에도 점차 서광이 비치는 분위기다. 지난해 가을 출범한 상하이자유무역구는 금융 개혁의 가속화를 상징한다. 중국 금융 개혁은 국유 상업은행의 독점적 구도를 깨는 게 핵심이다. 민영 은행을 올해 허용하기로 한 것이나 금리자유화를 서두르는 게 그것이다. 금리자유화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안정적 예대마진으로 고수익을 누려 온 국유 상업은행에 도전이 된다. 반면 가격 리스크와 유동성 관리에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외국계 은행은 금리자유화로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빨라지는 위안화 국제화도 외국계 은행에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위안화로 무역 결제를 하고 보유 위안화로 투자하려는 외국계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의 기대를 부추기는 건 중국 당국이 금리자유화와 위안화 국제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 발표된 개혁안에는 “금리자유화와 위안화 자본계정 태환을 가속화한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그림자 금융 규제로 공정 경쟁 길 열려
중국에서는 금리의 완전 자유화를 앞두고 이미 수익률 경쟁이 가속화됐다. 지난해 대출금리는 규제가 풀렸지만 예금금리 규제는 일러야 내년이나 후년은 돼야 해제될 전망이다. 금리 규제를 피한 재테크 시장이 최근 수년 새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이다. 그동안 중국에서 재테크 시장은 토종 은행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올해 초 국무원이 그림자 금융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외국계 은행도 경쟁할 여지가 생겼다. 중국에서 재테크 상품은 대부분이 그림자 금융과 연관돼 있어 그림자 금융이 적절한 규제를 받으면 리스크 관리가 상대적으로 뛰어난 외국계 은행이 공정한 무대에서 경쟁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중국 금융시장의 수익률 경쟁은 인터넷 금융의 성장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의 간판 온라인 업체들이 거대한 가입자를 상대로 푼돈을 모아 펀드에 투자, 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난해 처음 출범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타오바오가 첫 테이프를 끊은 데 이어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가 관련 금융 상품을 내놓았다. 한국계 은행들도 온라인상 거래 업체나 모바일 메신저 업체 등과 손잡고 인터넷 금융에서 기회를 탐색해 볼만하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