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로 떠오른 해외투자…부동산 경기는 바닥 찍은 듯

연말연시는 항상 눈코 뜰 새 없이 지나간다. 이런저런 스케줄에 쫓기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면 어느덧 새해 1월 중순이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의 한국 사람들에게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은 음력 1월 1일, 즉 설이다.
이제 진짜로 시작하는 ‘청마의 해’. 심호흡을 한 번 깊게 하며 머리를 맑게 한 뒤 그간 살짝 잊고 있던 ‘올해의 재테크 전략’을 다시 한 번 복기(復棋)해 보자.
[SPECIAL REPORT] 설 이후 재테크 전략, 응답하라 ‘투자 1순위’
2014년 전 세계 자산 시장의 키워드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의 지속 여부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미국 통화정책에 따라 글로벌 투자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와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2013년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13년 한 해 동안 30% 가까이 올랐다. 한국에서도 미국 펀드 바람이 불었다. 북미 주식에 투자한 얼라이언스번스틴운용의 AB미국그로스펀드와 피델리티운용의 피델리티미국자펀드는 각각 38.87%, 37.68%의 수익을 냈다.

반면 채권 상품은 말 그대로 죽을 쒔다. ‘채권왕’ 빌 그로스가 직접 운용하는 ‘핌코 토털리턴펀드’의 지난해 수익률은 마이너스 1.92%다. 채권시장 최악의 해로 평가받는 1994년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다. 지난해 이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411억 달러어치(약 43조3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유출이다.
[SPECIAL REPORT] 설 이후 재테크 전략, 응답하라 ‘투자 1순위’
2014년에도 대다수의 한국 및 세계경제 전문가들은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단 2013년처럼 미국 주식에 한정된 게 아니라 유럽 및 중국 주식에도 이 현상이 나타날 것을 기대한다. 논리는 이렇다.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일어난 이유는 양적 완화가 진행되면서 채권 값이 떨어져서다. 이 와중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5년이 지났다. 경제의 큰 사이클 10년 단위로 보면 절반이 지난 것이다. 이 때문에 계속된 글로벌 경기 하락이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이제 경기 하락이 멈춘 것 같으니 양적 완화 규모를 점점 줄이겠다’는 테이퍼링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그레이트 로테이션은 더 빠르게 진행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만든 곳도 미국이지만 이를 막은 곳도, 그래서 제일 먼저 회복이 예상되는 곳도 미국이다. 그 사이 미국은 셰일가스를 통한 에너지 혁명 그리고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혁명의 진원지가 됐다. 그래서 미국 기업, 즉 미국 증시로 돈이 몰렸다. 특히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다. 그러니 미국과 많은 무역 거래를 하고 있는 유럽 경제도 살아나고 중국 경제도 살아난다는 논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1월 15일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주식 펀드는 지난해 12월 1개월간 74억3793만 달러어치가 순유출됐지만 올 들어 53억526만 달러어치가 순유입됐다. 유럽 주식 펀드는 올 들어 31억9307만 달러어치가 유입됐다. 유럽 주식 펀드는 지난해 5월부터 꾸준히 순유입 규모가 늘고 있다. 12월 한때 미국 주식 펀드에 순유출이 일어났던 것은 차익 실현 때문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면서 자금이 다시금 시장으로 유입된 것이다.

비교적 건전한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역시 글로벌 경기 상승의 수혜를 빨리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3년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올해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도 많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2014년 가장 유망한 투자 상품은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 주식 상품과 함께 중국 및 한국 주식 상품이다.

한경비즈니스가 10명의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2014년 유망주’를 조사한 결과 SK하이닉스가 4명으로부터 중복 추천을 받았다. 또 엔씨소프트가 3명, 삼성전자 및 네이버가 2명으로부터 중복 추천을 받아 IT 업종이 가장 많은 중복 추천을 받은 업종으로 나타났다. 또한 내수 경기 활성화 전망에 힘입어 하나금융지주(3명)·KB금융지주(2명) 등 은행주가 중복 추천을 많이 받은 업종이 됐다. 2명의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중복 추천을 받은 롯데하이마트도 전자제품 유통, 즉 내수주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은 2013년 많이 올랐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내에서도 ‘거품론’이 솔솔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유럽은 아직 남유럽 재정 위기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또한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중위험·중수익, 절세 상품 올해도 ‘인기’
특히 한국 경제는 이제 과거와 같이 고성장을 구가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주식시장의 가파른 상승이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4년 후에는 2.4%, 17년 후에는 1%로 떨어져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실 이 때문에 주가가 오르긴 오르더라도 아주 천천히 오르거나 크게 오른 뒤 크게 떨어지며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게 투자 전문가 사이의 ‘비공식적인 대세’다. 이 때문에 주목받는 게 ‘해외투자’와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해외투자는 펀드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좋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2014년은 선진국 주식형 펀드가 가장 유망한 상품이다. 아예 욕심을 더 내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내국인의 외화증권 직접 투자 잔액은 107억4800만 달러(약 11조3757억 원)로 나타났다. 2012년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롱숏 펀드가 인기다. 롱숏 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long)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미리 빌려서 팔아(short) 차익을 남기는 전략을 쓴다. 전략을 얼마나 잘 쓰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주가지수와 상관없이 수익을 내는 데 주력한다. 2013년 기준으로 롱숏 펀드는 평균 연 4% 정도의 수익을 냈다. 같은 기간 한국 주식형 펀드의 평균치인 마이너스 0.5%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이다. 물론 기존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의 대표 격인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도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밖에 기업의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하는 하이브리드 채권도 눈여겨볼 중위험·중수익 투자다. 연 4~8% 정도의 이자를 준다. 또 단기 3개월·6개월물 기업어음(CP)이나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은 연 4~5%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괜찮은 투자처다.

그러나 채권 상품 자체는 2014년 큰 매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유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이라는 2014년의 키워드 자체가 채권의 수익률 하락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또 원자재나 금도 주식 자산에 비해 매력이 떨어져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14년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과 완만한 금리 상승, 주식 선호 현상, 선진국의 상대적 강세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년 1월 기준 기준 금리는 2.5%다. 일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2.5~3%대다. 이런 저금리 환경에서 반드시 따져야 할 것은 ‘세금’이다. 1980~1990년대와 같이 높은 금리가 보장돼 많이 벌던 시절에 세금은 별 신경을 안 써도 됐을 문제다. 그러나 저금리로 많이 벌지 못하는 시대에 절세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길이다.

실제로 최근 재테크 시장의 화두는 절세다. 절세 상품의 대표 격은 물가 연동 국채다. 물가 상승에 따라 원금이 증가하는 상품이다. 물가 연동 국채는 2014년 발행분까지만 원금 증가분에 대해 비과세된다. 농·수·신협 등 협동조합의 출자금과 예탁금도 2015년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1인당 1000만 원 한도의 출자금 배당소득, 예탁금은 3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이 비과세된다. 장기 저축성 보험도 매월 5년 이상 적립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무제한 비과세다.

특히 2014년 새롭게 등장할 절세 상품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직장인은 장기 세제 혜택 펀드가 기대된다. 장기 세제 혜택 편드는 연간 총 급여 5000만 원 이하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주식형 펀드다. 5년 이상 가입하면 연간 최대 240만 원까지 소득공제해 준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 눈여겨봐야
3월 중에는 분리 과세 하이일드 펀드가 출시된다. 하이일드 펀드는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에서 발행하는 채권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손실 위험이 있지만 일반 채권 펀드에 비해 고수익도 기대할 수 있는 펀드다. 종합소득세율을 적용하지 않고 15.4%의 이자소득 세율만 분리해 적용한다. 한도는 5000만 원까지고 올해 말 가입분까지만 분리 과세된다.

재테크의 큰 축인 부동산은 빠른 반등이 어렵다는 분석이 대세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상승 그리고 정부의 내수 부양에 대한 필요성 등을 따져본다면 ‘바닥권’에 다다랐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아파트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데 이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까지 “과열 방지 장치가 시장 침체기에서 걸림돌이 됐다. 규제를 더 완화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택 구매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달라진 시장 분위기가 감지된다. 닥터아파트는 최근 집값 바닥이 언제냐는 질문에 “이미 바닥을 쳤다”가 34.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SPECIAL REPORT] 설 이후 재테크 전략, 응답하라 ‘투자 1순위’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가 되는 서울 강남권 주택 시장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분양 시장에서 ‘강남권 재건축’은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 삼성물산의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 대치 청실’, 12월 대림산업의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굵직한 물건들이 치열한 경쟁률로 순위 내 마감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신중한 태도로 상품을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한 투자 기대감보다 자금 여력에 맞춰 미래 가치를 봐야 한다”며 “올해는 시장이 다소 개선될 전망이지만 상품성에 따른 양극화는 여전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세다.

이에 따라 강남권 재건축이나 수직 증축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아파트 단지, 재개발 지역 지분 투자, 저평가 혹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 토지 등은 계산기를 두드려볼 필요가 생겼다.
또 개인 투자의 길이 열린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도 괜찮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공급이 과잉된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투자하는 것은 한번쯤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전문가 기고 =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김후정 동양증권 펀드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