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Book] 세상은 상처받은 다윗이 움직인다
말콤 글래드웰 지음│선대인 옮김│21세기북스│352쪽│1만7000원

처음부터 언더독(underdog)에게 호락호락한 건 없다. 팽팽한 긴장감으로 터져버릴 듯한 링 위에 올라야 하는 것도, 암전 속에서 챔피언의 등장 음악을 떠나갈 듯한 환호성과 함께 들어야 하는 것도, 심지어 링아나운서의 소개마저도 블루코너에 서서 먼저 치러내야만 한다. 의기양양한 챔피언에 비해 아무 것도 유리할 것 없는 신세, 그게 바로 언더독의 운명이다.

하지만 막상 공이 울리면 챔피언이든 언더독이든 링 안에서 부딪칠 건 두 주먹뿐이다. 이때 들러리, 그도 아니면 ‘떡밥’이란 모욕적 언사를 참아내야 했던 언더독이 승리의 영광을 가져갔을 땐 이야기가 달라진다. 챔피언의 이름을 연호했던 관중은 어느새 처절한 싸움에서 승리한 언더독에게 갈채를 보내며 새 챔피언의 시대를 반긴다.

누가 봐도 승산이 빤한 싸움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있다. 이른바 약자의 업셋(upset)이 일어나면 지켜보던 이들의 놀라움과 환호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업셋을 들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떠오른다. 2m가 훌쩍 넘는 블레셋의 거인에게 맞선 이는 스무 살이 채 안 된 양치기였다. 골리앗이 든 거대한 창과 방패 대신 다윗이 택한 무기는 조약돌 몇 개와 이를 날릴 수 있는 슬링(물맷돌)뿐이었다.

‘블링크’, ‘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말콤 글래드웰은 다윗과 같은 언더독의 약점에 주목한다. 그에 따르면 슬링을 떠난 돌이 골리앗의 이마에 박힌 건 거룩한 여호와의 기적 때문이 아니다. 고대에 잘 훈련된 투석병들은 35m의 거리에서 시속 120km가 넘는 속도의 돌로 사람의 머리를 맞힐 수 있었다고 한다. 움직임조차 둔한 중무장 보병 골리앗을 맞아 다윗은 고도로 훈련된 약자의 병술을 적절히 활용해 승리를 거둔 것이다.

거인과 소년의 싸움. 다윗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이 거인의 손을 들어주게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작고 약하다고 해서 무조건 불리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고대의 역사에서 시작해 농구팀, 교육 환경, 장애와 차별, 부와 가난, 권력과 남용 등 우리가 흔히 핸디캡이라고 여겼던 요건들이 실은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나간다.



이종우의 독서 노트
‘사람을 위한 경제학’
[Book] 세상은 상처받은 다윗이 움직인다
갈등 해결의 운명을 짊어진 경제학자들

경제학은 참 우울한 학문이다. 인문학 같이 인간의 가치를 따지는 것도 아니고 신학처럼 절대자를 경배하지도 않는다. 항상 부족한 자원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만 따진다. 그래서 경제학은 갈등을 먹고 자란다.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정교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19세기 후반 경제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산업혁명의 후유증으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갈등이 커져서다.

우울한 경제학을 따뜻한 학문으로 만들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앨프레드 마셜이 그중 한 사람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사회구조의 혁명을 제외하고 노동자의 몫을 늘릴 방법이 얘기했을 때 마셜은 생산성을 들고나왔다.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같은 시간에 많은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는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업주들에게는 능력에 맞는 임금 지급을, 노동자에게는 생산성 향상을 요구했다. 그가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 준 덕분에 자본주의는 혁명이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안정을 되찾았고 지금까지 발전해 왔다.

비트리스 웨브는 복지국가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이다. 최저 임금제, 안전 수준 보장 같은 개념들이 그녀에 의해 만들어졌다. 웨브는 당시로서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철도회사 소유주의 딸로 태어났지만 사회조사관이란 직업을 얻은 후 빈곤층에 애정을 갖게 됐다. 결혼을 미룬 채 사회 개혁에 헌신해 윈스턴 처칠과 함께 영국 복지 제도의 틀을 만들었다. 빈곤층에게 교육과 보건을 제공하는 게 경제성장의 장애물이 아니라 견인차라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증명해 낸 것도 그녀다.

어빙 피셔는 또 다른 관점으로 경제학 발전에 기여했다. 화폐의 중요성에 주목해 정부가 통화정책만 잘 펴면 경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금이 노동자 수에만 좌우되는 게 아니라 화폐의 양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본 것이다.

세상은 상상하는 사람에 의해 발전한다. 인간을 위한 경제학을 추구한 사람들은 지독한 가난과 노역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은 경제학을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도구로 생각하고 개인들이 자유롭고 풍요로운 세상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 결과 인류는 100년 만에 열 배나 풍요로워졌고 극빈층의 비율도 80%나 줄었다. 문제가 있으면 그걸 해결하려는 게 경제학자들의 운명인 모양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한국경제, 벽을 넘어서
[Book] 세상은 상처받은 다윗이 움직인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경제의 분수령으로 2014년을 주목하는 학자들이 많다. 미국은 금융에서 양적 완화 축소를 본격화할 전망이고 제조업 부흥을 통해 실물경제 강국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일본 역시 독자적인 모델을 찾아 경제적 모험을 단행하려고 한다. 경제성장과 근대화·민주화 모두 압축의 길을 걸어온 한국도 올해는 난관을 돌파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2014년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와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그 해결 방안에 주목한 책.

니어재단 엮음│21세기북스│324쪽│2만 원



농가 70% 중산층, 장수군의 비밀
[Book] 세상은 상처받은 다윗이 움직인다

전북 장수군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오지에 가까웠다. 인구도 적었고 변변한 특산물이랄 것도 없었다. 지금은 어떨까. 연간 1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농가만 537곳이나 된다. 도시 식으로 비유하자면 억대 연봉이니, 이 정도면 중산층보다는 상류층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5000만 원 소득, 3000가구’로 대표되는 5·3 프로젝트는 장수군이 민선 3기에 세운 정책이다. 장수군의 성공 사례 분석을 통해 우리 농업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황태규·박수진 지음│굿플러스북│328쪽│1만6000원



당신은 사업가입니까
[Book] 세상은 상처받은 다윗이 움직인다

부푼 기대로 시작한 사업. 하지만 창업 대박의 꿈은 어느새 사라지고 사업 포기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게 부지기수다. 비즈니스 전략과 거래 협상, 다양한 칼럼과 방송으로 유명한 저자가 ‘당신은 준비돼 있나’를 진지하게 물어본다. 저자는 보스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 훌륭해 보이는 사업 아이디어, 돈과 명성 같은 생각으로 사업에 뛰어들면 후회와 패배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성공적인 사업을 위한 전략서라기보다는 ‘사업에 나서면 안 되는 유형과 기질’을 가려내는 진단서에 가깝다.

캐럴 로스 지음│유정식 옮김│알에이치코리아│372쪽│1만5000원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