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부문서 괄목할 성과 올려…삼성·KDB대우 ‘순위 상승’

인간은 삶을 살아가면서 수없이 많이 시험에 든다. 이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한 단계 성장하며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실패한다면 그 자리에 머무르며 재도전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한경비즈니스를 비롯해 여러 평가 기관에서 진행하는 ‘베스트 증권사·리서치센터·법인영업·애널리스트 조사’를 ‘하나의 시험’에 빗대기도 한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간 뛰어 온 노력이 ‘성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비유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번 ‘시험’을 통해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2012년 하반기 조사에서 처음으로 베스트 리서치센터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1위 등극은 ‘이변’으로 평가됐다. 10년이 넘는 조사 역사상 KDB대우증권·삼성증권·우리투자증권 등 ‘빅 3’ 증권사가 아닌 곳이 베스트를 차지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3년 상반기 조사에서 한국투자증권에 베스트 리서치 센터를 내주고 2위에 머무름에 따라 이변은 이변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이번 조사를 통해 이런 우려를 기우에 그치게 만들었다. 다른 리서치센터를 압도하는 성적으로 화려하게 베스트 리서치센터의 왕좌에 재입성한 것이다.
[2013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하나대투·IBK·미래에셋 ‘눈에 띄네’
신한금융투자의 ‘괴력’은 리서치센터 평가의 가장 확실한 잣대라고 할 수 있는 최상위권 애널리스트들의 숫자로 잘 알 수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는 34개 부문에서 진행된다. 이 가운데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무려 8개 부문에서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대략 전체 4분의 1에 달한다. 또 신한금융투자의 뒤를 이어 가장 많은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한 리서치센터가 4개 부문이니 이의 두 배나 된다.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구성도 잘 조화돼 있다. 산업 부문은 휴대전화 등 첨단 산업과 조선·화학 등 경기 산업을 아우른 것은 물론 제약·지주·스몰캡 등에서도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나왔다. 또 거시경제 및 신용 분석 등 투자 전략과 채권 부문에서도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신한금융투자의 맨 파워는 단지 베스트 애널리스트의 숫자로만 엿볼 수 있는 게 아니다. 2위권 애널리스트 6명, 3위 애널리스트 8명, 4위 애널리스트 3명, 5위 애널리스트 1명 등 각 부문별로 5위 이내에 진입한 애널리스트의 숫자가 무려 26명이나 된다. 이 역시 5위권 내 애널리스트의 숫자로 치면 14명이 진입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즉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몇몇 ‘스타’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전체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는 뜻이다.


‘리서치 재건’ 닻 올린 하나대투
‘베스트 증권사·리서치센터·법인영업·애널리스트 조사’는 항상 증권사 간에 격전이 치러진다. 특히나 이번 조사는 그 강도가 대단했다. 이유는 증권업의 업황이 최악의 상태이고 증권사 간 인수·합병(M&A) 이슈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 및 애널리스트들이 ‘살아남기 위해 더 뛰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경쟁에서 살짝 비켜나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아예 “‘이번 시험’은 ‘쉬어 가는’ 게 어떨까”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는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가 타 리서치센터를 압도하는 성적을 낸 성과는 높이 살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의 화려한 1위 재탈환이 부각되긴 하지만 이번 조사에 또 하나 눈여겨볼만한 결과는 하나대투증권·IBK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의 선전이다. 이 중 가장 좋은 결과를 낸 곳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다.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3년간 리서치센터 조사에서 10위 안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2011년 하반기에는 22위까지 추락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는 순위를 9위까지 끌어올렸다.

아직 갈 길이 멀긴 하지만 1위부터 8위까지의 리서치센터들이 지난 3년간의 조사에서 단 한 번도 10위권 밖으로 밀려 본 적이 없는 강자들이라는 점을 따져본다면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로서는 상당히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좋은 성적은 아무래도 시스템의 변화로 볼 수 있다. 2012년 6월 하나대투증권의 수장에 오른 임창섭 사장의 모토는 ‘재건’이었다. 임 사장은 2008년 하나증권과 대투증권의 합병 후 한때 빅 5 증권사를 노렸지만 2010년대 들어 경쟁력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린 하나대투증권을 제대로 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임 사장의 플랜은 자산 관리를 중심으로 브로커리지·투자은행(IB) 등 여러 부서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2013 하반기 베스트 증권사·애널리스트] 하나대투·IBK·미래에셋 ‘눈에 띄네’
그리고 1년이 지난 2013년 8월 마침내 증권사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리서치센터에도 그 작업이 시작됐다. 대표적인 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의 영입이다. 조 센터장은 조선·자동차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이자 가치 투자와 중국 투자 전문가다. 그의 영입은 조직 내부는 물론 외부에 보내는 ‘확실한 메시지’였다. 동시에 자산 관리 부문을 개척한 신동준 애널리스트(채권 부문)을 비롯해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보강됐다. 그간 한 발 물러나 있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를 본격적으로 재가동하겠다는 의미다. 더불어 기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들 역시 제자리를 탄탄히 지켰다. 그 결과 하나대투증권은 3명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배출함과 동시에 7명의 애널리스트를 5위권 안에 진입시켰다. 7명 이상의 애널리스트를 5위권 안에 진출시킨 증권사는 10곳에 불과하다.


‘류승선 체제’ 확립과 ‘달인’의 한 수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와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가 이번 조사를 통해 낸 결과도 주목해야 한다. IBK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리서치센터 조사에서는 1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그러나 개별 애널리스트들이 낸 성과 즉 맨파워는 지난 조사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이번 조사에서 6명의 5위권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IBK투자증권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중형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맞먹는 숫자임과 동시에 2013년 상반기 조사에 비해 두 배나 늘어난 결과다. 특히 6명의 애널리스트 중 나중혁(경제)·안지영(유통 및 교육·화장품) 애널리스트를 뺀 박진형(은행)·박애란(음식료)·이충재(석유화학)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경력 4~7년 사이의 비교적 젊은 애널리스트들이다. 즉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애널리스트들이라는 의미다. 이런 신진 애널리스트의 성과는 증권업계에서 ‘신인 애널리스트 육성의 달인’으로 거론되는 임진균 리서치센터장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맞물려 향후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기대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지난 상반기 조사에서 5위권 안에 불과 3명의 애널리스트를 진입시켰다. ‘자산 관리의 명가’ 답지 않은 숫자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이보다 두 배 늘어난 6명의 애널리스트가 5위권 안에 진입했다. 미래에셋증권 소속 5위 이내 애널리스트들의 특징은 전략 부문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것이다. 류승선(전략)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박희찬(거시경제)·이재훈(시황)·이진우(계량 분석) 애널리스트 등 4명의 애널리스트가 최상위권에 올랐다. 투자 전략 부문이 산업 부문에 비해 애널리스트 간의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따져본다면 지난 6월 리서치센터장 자리에 오른 류승선 센터장의 ‘류승선 체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고 파악된다. 이 밖에 이학무 애널리스트가 유틸리티 부문에서 단숨에 2위에 올랐으며 은행 부문의 강혜승 애널리스트도 5위권 안에 진입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