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하이트진로 영업부문 부사장

[포커스] 현장 영업 발군… 20년간 현장 회의만 238회
사원으로 입사해 한 회사와 40년을 동고동락한 직원이 있다. 하이트진로의 이성수(58) 영업부문 부사장이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맥주 사업을 시작한 지 80년이 됐으니 이 부사장은 회사 역사의 절반을 함께한 셈이다.

이 부사장은 40년간 주류 영업에 몸담고 있는 ‘영업의 달인’이다. 경기상고를 졸업하고 1973년 19세의 어린 나이에 하이트진로(옛 조선맥주)에 입사해 말단 사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영업으로 자리를 옮겨 전국 주요 사무소와 지점을 거치며 현장 실무를 익혀 나갔다. 상인들을 파고드는 현장 영업에 발군이었던 그는 영업 관리 임원으로 발탁, 지난해 5월 하이트진로 영업부문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임원이 된 이후에도 그의 성향은 빛을 발했다. 매월 1회 있는 ‘영업회의’를 1993년부터 지금까지 20여 년 가까이 238회 참석한 것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현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하이트진로 직원들이 그를 만나는 곳 역시 집무실이 아닌 영업 현장이다.

“현장에 나가 시시각각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이걸 여과 없이 회사의 최고경영진에게 그대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를 토대로 살아 있는 대책이 신속하게 마련되거든요. 수시로 피드백이 오가야 합니다. 그래야 사후 대책이 아닌 상황 예측을 통한 예방 차원의 업무 추진이 가능해요.”

40년 영업맨으로 살고 있는 이 부사장. 그의 최대 장점이자 영업 철학은 술잔을 기울이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의 넉넉한 마음만큼이나 시종일관 밝은 웃음과 편안한 말투가 일품이다. 업계에서 ‘큰형님’이란 별명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다.

“술 실력도 좋지만 분위기도 잘 맞추죠.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보면 놀랄 겁니다. 이렇게 술 한잔 마시고 나면 거래처 사람들과도, 직원들과도 흉금을 터놓는 친구가 되곤 하죠. 영업맨은 회사의 얼굴입니다. 그래서 영업은 가슴으로 해야 하는 겁니다. 신뢰를 줘야 하죠.”

이 부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동안 따로 영업을 하던 맥주와 소주의 영업망을 통합한 것이다. 사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해 하이트진로로 출범한 것은 2005년이지만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의 합병 승인 조건으로 5년간 공동 영업, 공동 마케팅, 조직 통합 등이 늦춰졌다. 최근 뒤늦게 영업망을 통합했지만 시장에서의 효과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영업 파트가 섞인 직원들 역시 서로의 영역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고충을 겪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이면 통합 영업이 완성될 것입니다. 올해 1년간 돌려본 영업 라인을 바탕으로 맥주와 소주의 영업이 겹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사각지대를 줄인다면 기존보다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의 영업이 가능합니다.”

지난 9월 하이트진로가 직접 개발해 첫선을 보인 에일 맥주 판매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를 계기로 맥주 시장 1위 자리 탈환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국내는 물론 앞으로 해외 법인 등을 통해 영업망을 확충하고 글로벌 시장 판매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기본에 충실한 노력과 열정이 하이트진로를 톱티어 반열에 올려놓지 않겠습니까.”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