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IT·벤처와 전통 산업의 융합이 필요하다. 전통 산업의 경제활동 촉진과 매출 증대가 우선이다.



일자리는 한국 경제의 해법이자 미래다. 청년층 일자리는 내수 활성화의 시작이다. 여성층 일자리는 출산율 증가의 시작이다. 노년층과 빈곤층 일자리는 생산적 복지의 시작이다. 또한 정규직 일자리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의 시작이다.

일자리 창출이 경제정책의 목표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애쓰고 있다. 정책과 예산만 늘리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이 아쉽다. 그 안에 세 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먼저 창조 경제에 대한 해석이다. 정부는 창조 경제를 여전히 산업 정책으로 이해한다. 정보기술(IT)·벤처 창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IT나 벤처는 새로운 산업이 아니다. 경제의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IT·벤처와 전통 산업의 융합이 필요하다. 전통 산업의 경제활동 촉진과 매출 증대가 우선이다. 거기서 일자리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둘째, 고졸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다. 경기도 양평군에는 전문계 고등학교가 하나 있다. 졸업생이 연 50명을 넘지 못한다. 그러나 양평군 내에 종사자 5인 이상의 제조업체는 5개뿐이다. 졸업생이 일하려면 양평군을 떠나야 한다. 이들이 받는 연봉은 많아야 1800만 원이다. 이들의 취업은 그 연봉에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아홉 살짜리 아들이 그 연봉에 부모에게서 떨어져 살아야 한다.

과연 부모 입장에서 이를 허락할까. 그래서 취업보다 진학을 택한다. 반값 등록금은 이들을 유혹한다. 대학 졸업생은 중소기업 취업을 더욱 꺼린다. 청년 인력의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 인력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 인식 개선 사업은 여전히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셋째, 여성의 취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출산율과 여성 취업률이 비례 관계다.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올라간다. 과거 두 변수의 관계는 반비례였다. 여성이 일하게 되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말이다. 불과 30년 만에 비례 관계가 됐다. 선진국일수록 육아와 탁아에 대한 지원이 많다. 그 결과 여성이 일을 해도 마음 놓고 출산할 수 있다.

한국에선 여성 인력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그중 절반가량이 도소매와 식당에서 일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만 어린이집을 지어야 한다. 법이 그렇다. 정부도 낮은 금리로 지원한다.

식당이나 가게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들 여성을 위해 육아와 탁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육아 보조금 증액은 실효성이 없다. ‘로또’ 유치원을 대신할 공립 유치원을 늘려야 한다. 교육의 질은 나중 문제다. 먼저 돈이 덜 들어가는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청년과 여성은 한국 경제의 결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대한 대비책도 청년과 여성에서 비롯된다. 청년들이 노인 부양을, 여성들이 출산율 증가를 높일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경제 산책] 일자리에 관한 3가지 불편한 진실
오동윤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1969년생.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 2000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2004년 롯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6년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