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의 해… 스웨그·40대 신중년 뜬다

'트렌드가 너무 많은 게 트렌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변화가 빠른 요즘, 전문가가 콕 짚어주는 트렌드 강의는 또 하나의 트렌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07년 이후 매해 연말이면 이듬해 트렌드를 제시해 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2014 트렌드 코리아'를 발표하고 지난 11월 19일 코엑스 오라토리움에서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한 해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일의 전략에 영감을 줄 10개 키워드를 만나보자.
[SPECIAL REPORT] 김난도가 본 ‘2014 트렌드’
2014년 갑오년 ‘말’의 해를 맞아, 소비 시장에서도 이른바 다크호스(DARK HORSES)의 해가 될 전망이다. 김난도 교수는 2007년 이후 매해 동물의 알파벳으로 한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고 있다. 2011년은 ‘두 마리 토끼(Two Rabbits)’, 2012년에는 ‘드래곤볼(Dragon Ball)’, 2013년에는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였다. 그리고 2014년의 선택은 ‘다크호스’다. 경마 용어인 다크호스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결말이 가까워올수록 뜻밖의 성과를 내는 우승마를 뜻한다. 갈수록 박차를 가해 결국 우승을 외치는 한 해가 되기를 희망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Dear, got swag 참을 수 있는 ‘스웨그’의 가벼움
2014년 한 해를 관통하는 대표 트렌드는 바로 ‘스웨그’다. 김 교수는 가장 첫 번째 알파벳을 그해의 전체 분위기를 조망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로 꼽고 있다. 스웨그는 ‘건들거리다’, ‘잘난 척하다’, ‘멋지다’, ‘뻐기다’라는 느낌을 표현하는 단어다. 자기만족성이 강하고 본능적 자유로움을 찾고 기성의 것과 선을 긋는 행위를 뜻한다. 일부 대중문화 현상에서 시작했지만 2014년 문화·사회·정치·경제 등 각 분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교수가 스웨그에 주목한 것은 우리 사회의 연성화 현상 때문이다. 스마트폰 뉴스 검색에서 정치 경제의 굵직한 뉴스와 연예 가십이 동등하게 취급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것보다 가벼운 뒷얘기에 클릭 수가 더 높은 게 현실이다. 상품도 ‘스웨그한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 좋은 명품을 사서 꾸준히 입기보다 가벼운 제품을 사서 한 시즌을 입고 버리는 경향이 짙어지고 진품의 이미지를 프린팅해 손쉽게 디자인한 ‘페이크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가벼움의 철학이 2014년 더 많은 상품과 서비스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 교수는 “스웨그는 양날의 검”이라며 “창의적이고 발랄하고 경쾌한 장점이 드러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nswer is in your body 몸이 답이다
정적인 힐링은 이제 더 이상 매력이 없다. 만지고 느끼고 움직이고 싶은 열망이 사회 곳곳에서 관찰된다. 지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트렌드로 ‘몸’이 꼽힌다. 최근 금융회사 광고에서 달라진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정장 차림에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광고가 전통적인 금융 광고의 특징이었다면 최근에는 춤을 추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원초적 자기표현인 춤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목공 및 도예 등 손을 쓰는 작업과 음악에 맞춰 추는 춤으로 몰입을 경험하고 소통의 갈증을 해소하는 트렌드는 전략과 처세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치유가 될 전망이다.


Read between the ultra-niches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니치에서 초니치로, 틈새시장이 더욱 정교하게 세분화되고 있다. 니치 마켓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앞으로 더 잘게 쪼개질 전망이다. 일례로 과거엔 남성용 화장품이 니치 마켓이었다면 그 안에서도 ‘군인용 화장품’이 또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시장에서 작은 니치를 찾아내는 노력이 많아질 것이고 이곳에서 정체돼 있는 시장의 신사업 계획이 탄생할 것이다. 브랜드마케팅그룹의 이장우 박사는 상품과 서비스 안에 의미를 담으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데서 초니치 상품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ddie 40s ‘어른아이’ 40대
2013년 30대 중반의 엄마에 집중했던 김 교수의 시각은 2014년 ‘어른아이 40대’로 옮겨왔다. ‘철없는 마흔’이라고 불리는 21세기형 중년, 대한민국 남자 40대가 소비 시장의 주역으로 일어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는 ‘X세대’로 불렸지만 어느새 마흔 줄에 들어서며 ‘잊힌 세대’가 된 40대는 그동안 표출하지 못한 욕망과 본능을 소년 감성으로 분출하는 ‘어른아이’로 되살아나 소비 시장과 문화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이들의 놀이 본능, 미적 본능, 문화 본능은 생활 스포츠 분야에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장난감·로봇·피규어 등 키덜트 산업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다. 이들을 겨냥한 유통 업체들의 중년 남성 ‘모시기’ 경쟁도 한층 가열되며 전용 소비 공간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Hybrid Patchworks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이제 동종과 이종의 경계를 넘어 더욱 기발하고 혁신적인 ‘손잡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패치워크’다. 각기 다른 기업과 브랜드가 각자의 핵심 역량·제품·서비스를 창의적으로 조합함으로써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변화된 소비자 욕구를 해결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2014년 기업들은 첫째, 기존의 제품 서비스에 변형을 가하지 않은 채 단지 ‘배치’를 달리하거나 둘째, 다양한 산업 간 특성을 하나의 제품 서비스로 ‘결합’하거나 셋째, 각 영역의 특성이 뒤섞인 ‘잡종’ 제품을 선보임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Organize your platform 판을 펼쳐라
‘플랫폼 경제학’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모든 판을 주도하는 게 ‘판 1.0’ 시대였다면 기업이 최소한의 인프라를 깔면 소비자가 알아서 변화시켜 나가며 새로운 판과 플랫폼을 만드는 자생적인 ‘판 2.0 시대’로의 진화가 예상된다. 박혜란 SK텔레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상무는 사례 발표를 통해 “플랫폼은 플레이그라운드”라며 “2012년 롱텀에볼루션(LTE) 시장과 영(Young) 타깃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이들을 위한 데이터 기반의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데이터 혜택을 많이 주는 게 아니라 합리적 보상과 놀이라는 보상을 도입해 즐겁게 데이터를 스스로 만들어 쓰게 했고 그 노하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Reboot everything 해석의 재해석
과거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복고를 넘어 익숙한 것에 낯선 시각의 재해석을 더하는 움직임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통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탄생시키는 경향이 강해지고 시간의 재해석뿐만 아니라 익숙한 제품을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용도의 재해석’, 서로 공존하기 어려운 역석적인 가치가 혼재하는 ‘사고의 재해석’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Surprise me, guys! 예정된 우연
김 교수는 “우연인 듯하지만 탄탄한 시나리오가 있는 예정된 우연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는 신진 디자이너의 유행 상품을 한 박스에 모아 70~8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바이박스’로 사례 발표를 했다. 바이 박스 안에는 간 교수가 매월 스타일링한 패션 아이템이 들어 있고 소비자들은 간 교수의 안목을 믿고 매월 놀랄 준비를 하고 있다. 간 교수는 “정보 과잉의 시대, 전문가의 안목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나 많다”며 “바이박스는 경제적 가격과 전문가의 스타일링이라는 가치가 만나 광고나 마케팅 없이 온라인에서 입소문만으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yes on you, eyes on me 관음의 시대 ‘스몰 브러더스’의 역습
빅 브러더가 지배하던 세상에서 스몰 브러더스가 편재한 세상이 오고 있다. 과거에는 빅 브러더의 감시와 통제 사회였다면 요즘에는 보이지 않는 눈들이 도처에서 서로가 서로를 지켜보는 시대가 됐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진다.


say it straiht 직구로 말해요
김 교수는 “변화구보다 직구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며 “대놓고 말하고 쉽게 말하고 낱낱이 공개하는 직설화법의 시대가 온다”고 진단했다. 최근 제품과 광고에서 사용하는 단어는 비유나 은유보다 직설 화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함께 비방형 직구, 폭로형 직구도 늘고 있다. 김 교수는 '소비자학 교수가 된 후 가장 중요하게 느끼는 바는 무엇이든 소비자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다며 소비자 불편을 어루만지는 관점 디자인이 절실한 때다고 강조했다.



돋보기 | 다시 보는 ‘2013 10대 소비 트렌드’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
City of hysterie 날 선 사람들의 도시
OTL…Nonsense! 난센스의 시대
Bravo, Scandimom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Redefined ownership 소유나 향유냐
Alone with lounging 나 홀로 라운징
Taste your life out 미각의 제국
Whenever U want 시즌의 상실
It’s detox time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Surviving burn-out society 소진 사회
Trouble is welcomed 적절한 불편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