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랜드를 높이는 활동 자체는 무의미하다.
최근 업무 차 방문한 중동의 한 국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한국과 관련된 질문 공략이 쉼 없이 이어졌다.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문화는 어떤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잘사는 대한민국’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뭔지, 특히 경제와 기업 그리고 문화에 대한 궁금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많은 중동의 젊은이들은 이 나라의 수장인 박근혜 대통령과 글로벌 브랜드가 된 삼성과 LG 그리고 ‘한류’ 문화의 중심에 있는 가수 빅뱅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런 수많은 질문과 관심을 받으면서 나는 ‘한국이 이렇게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뿌듯했다.
한국에 다시 돌아와 한국인 친구와 저녁을 함께할 때였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가 아는 친구 이야기를 하게 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친구는 전 남편의 부인에게서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 보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남편이 해고당한 뒤 금전적 여유가 없어 더 이상 아이들을 기를 수 없다는 게 전 부인의 입장이다. 현재 그녀는 직장도 없고 일을 구할 처지도 아닐 뿐더러 그녀의 부모도 딸의 이혼 사실을 숨겨 아이들을 돌봐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흠칫 놀랐다. 왜 이 엄마는 입양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왜 그녀의 부모는 딸의 이혼 사실을 숨겨야만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젊은 여성이 왜 자신이 일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대외적으로 다른 나라로부터 그 영향력과 눈부신 성장에 대한 부러움을 사고 있는 한국의 ‘집 안’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못내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란 정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말 존중할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도 베트남•우크라이나•콜롬비아•에티오피아와 함께 해외로 입양을 많이 보내는 국가 중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미혼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부양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내 입양은 혈연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많은 이들이 반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국의 이혼율은 현재 서구 국가들과 같은 수준이지만 이혼 자체가 터부시되고 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더욱 복잡하다.
우리는 지금 세계적으로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잠시 멈춰서 우리 내부의 문제를 바라봤으면 한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의 노력 없이 해외에서 한국 브랜드를 높이는 활동 자체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반면 그 문화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적이면서 유교 중심적 사고를 바꾸는 것은 물론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더욱 중요하게 한국의 미래를 이끌고 설계할 다음 세대를 무시할 수 없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자리 잡기 위해 우리는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문제를 고쳐야 하며 한국의 가족과 한국인의 변화하는 요구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가족’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마가렛 키 버슨-마스텔러코리아 대표
1973년생.
1996년 미국 워포드대 영문학•사회학과 졸업.
1999년 연세대 국제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1999년 현대산업개발 해외재무팀
2009년 에델만재팬 사장.
2010년 버슨-마스텔러코리아 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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