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간 FTA 전방위 추진…미국 주도 TPP에 맞불 전략

중국이 세계무역 질서 재편에 적극 참여하고 나섰다. 중국은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국제통화 질서 재편에서 신흥국 지분을 높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어 봇물처럼 쏟아지는 다양한 지역 무역협정 협상에서도 ‘대국 역할’을 해내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복수국 간 서비스무역협정(TISA) 등 이름도 생소한 다양한 무역협정이 타결되기 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거나 견제하는 모습을 숨기지 않는다.
新华社照片,斯里巴加湾市,2013年10月10日
    李克强出席第八届东亚峰会
    10月10日,国务院总理李克强在文莱斯里巴加湾市出席第八届东亚峰会。这是会前,与会各国领导人或代表合影。
    新华社记者 刘建生 摄
新华社照片,斯里巴加湾市,2013年10月10日 李克强出席第八届东亚峰会 10月10日,国务院总理李克强在文莱斯里巴加湾市出席第八届东亚峰会。这是会前,与会各国领导人或代表合影。 新华社记者 刘建生 摄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10월 브루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2년 내에 RCEP 협상을 마무리 짓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인도?호주?뉴질랜드 등 주변 6개국 등 16개국을 포함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들 국가는 지난 5월 2016년 전까지 포괄적 FTA를 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리 총리가 조기 체결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를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RCEP로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맞불을 놓으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TPP는 2005년 뉴질랜드?싱가포르?칠레?브루나이 4개국 간 FTA로 출발했지만 2008년 미국이 가세하면서 일본?호주?베트남 등 12개국으로 협상국이 늘었다. 레이먼드 융 ANZ 애널리스트는 “리 총리가 RCEP를 강조한 것은 중국이 역내 경제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중국은 TPP가 먼저 체결된다면 동아시아 지역에서 경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리 총리의 발언 사흘 전 인도네시아 발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아태 지역 내에 존재하는 여러 자유무역협정이 다른 규칙과 기준으로 파편화됐다”고 지적한 대목도 TPP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중국은 TPP를 적대시하지만은 않는다. 중국 인민은행의 진중샤 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은 반드시 주도적으로 TPP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며 “이것이 중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적 노력에 기여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만난 익명을 요구한 연구원도 “중국 당국의 TPP 입장은 과거에 비해 긍정적”이라며 “강한 개혁?개방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TPP의 요건과 국유 기업 개혁 등 중국의 경제 개혁과 연계돼 있다”고 말했다. TPP가 타결된 이후 가입한다면 회원국들과 일일이 개별 협상을 해야 하는 등 치러야 할 비용이 많다는 점도 중국이 TPP 타결 이전에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이유다.

중국은 지난 9월 말엔 미국이 참여 중인 TISA 협상 참여를 선언했다. 미국?한국?일본 등 22개국이 협상을 진행 중인 이 협정은 서비스 무역의 FTA로 불린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을 견제하지만 벽을 쌓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불거진 무역과 투자 보호주의의 최대 피해자가 중국이라는 인식이 중국 내에서 커지고 있는 것도 중국이 적극적으로 지역 협정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는 배경이다. “세계무역 질서 재편에 참여하지 않으면 새 질서의 변방에 머무를 것(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변방이 되지 않으려면 한국도 중?장기 무역협정 전략 로드맵을 짜야 할 때다.


베이징 =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