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임원 A 씨의 바뀐 펀드 투자 전략

지난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신용 등급 강등과 서유럽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재정 위기부터 선진국발 양적 완화 정책과 조기 축소 논란 등 우리가 지나온 여러 변동성 장세를 돌아보면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인식 및 판단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교과서적인 고정관념과 그간의 경험에 의거한 투자 판단은 자칫 실기를 범할 수 있는 ‘커다란 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기업의 임원인 A 씨는 1980~1990년대 젊은 시절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해 2000년대 들어서는 펀드 투자로 쏠쏠한 수익을 올려 왔다. 하지만 2005년 이후 당시 유행하던 ‘국내성장주펀드’와 ‘중국 펀드’가 연이어 큰 평가 이익을 거두자 ‘브릭스 펀드’, ‘러시아 펀드’ 등 이머징 마켓 펀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가입하며 해외 주식형 펀드로 일관된 투자에 나섰고 포트폴리오는 점점 균형을 잃었다. 이후 2008년 금융 위기를 경험하며 해당 펀드들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쳤고 중국 펀드 및 기타 이머징 마켓 펀드들의 수익률은 2013년 하반기인 지금까지도 마이너스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인의 소비 회복에 베팅하는 ‘컨슈머 펀드’
현재 A 씨가 가지는 심리 상태는 두 가지다. 과거 ‘펀드 붐’ 시기에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가지는 ‘막막함’과 ‘자포자기’ 그리고 ‘이머징 마켓의 성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다. 물론 향후 이머징 마켓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와 투자도 필요하지만 현재 보유한 펀드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냉철한 분석도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다우지수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최근에도 한때 2만을 넘었던 홍콩 H지수는 1만을 간신히 지지하고 있는 형편이다. 브라질 및 기타 나머지 시장도 금융 위기 이전 지수의 70% 수준에서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폭발적인 지수의 상승은 요원한 상황이다.
[新자산 배분 전략] ‘막연한 기대’보다 ‘가시적 회복’ 주목해야
해당 펀드들의 운용 성과 또한 지수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위험한 단위에 대한 투자 성과를 비교하는 샤프지수 또한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머징 마켓에 집중한 포트폴리오로 일관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니다. 막연한 기대감에 향후 10년, 20년간 손실을 감내하기보다 현재의 포트폴리오를 실제 경제 상황에 맞춰 재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에 따라 A 씨는 그동안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던 이머징 마켓 펀드와 상대적으로 성과가 부진한 국내 펀드의 비중을 과감히 축소했다. 그리고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 창출할 수 있는 인컴 자산과 투자자산을 분리해 자산 배분을 진행했다. 인컴 자산은 연 7% 내외의 성과를 지속 추구할 수 있으며 비과세 혜택이 돋보이는 월 지급식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다. 이때 매월 지급되는 이자는 향후 시장 변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보정할 수 있는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산은 두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는 현재의 성과와 미래의 기대감을 함께 충족시킬 수 있는 ‘글로벌 컨슈머 펀드’에 투자하게 했다. 둘째는 나머지 자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유지하고 국내 레버리지 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진행했다. 글로벌 컨슈머 펀드는 글로벌 소비재 종목에 투자하는 유형으로, 미국 주식을 약 60% 내외 편입하고 있고 미국 주식 및 소비재의 특성상 경기변동에 상대적으로 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 1년 수익률이 약 30%에 이른다,

국내 투자에서는 박스권 상단을 두드리는 최근 지수대가 부담스러워 거치식 투자보다 적립식으로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한편 레버리지 효과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펀드’는 일반적으로 지수 변동성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시장의 상승 국면과 하락 국면의 변동성을 활용할 수 있다.


김영만 미래에셋증권 삼성역지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