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형 K5 2.0 터보 GDI 모델(이하 K5 터보)을 시승했다.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는 터보엔진에 조금씩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벨로스터 터보와 K3쿱에 장착된 1.6리터 GDI 터보엔진은 꽤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줬다. K5 터보는 2.0리터 GDI 터보엔진을 장착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K3쿱 터보와 마찬가지로 그치지 않고 쭉쭉 힘을 뽑아낸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쿠페 200 터보와 제원상의 성능은 거의 비슷하다(다만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이라는 차이가 있다). 속도계의 두 번째 백 자리 숫자에 도달하는데 별다른 저항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소음과 진동이 잘 억제돼 있다. 기왕 K5를 살 것이라면 터보엔진은 꽤 유혹적이다.
[카&라이프] 기아자동차 K5 2.0 터보 GDI, 우월한 가속력? 억제된 소음 ‘기대 이상’
드라이버 감성 자극할 혁신 아쉬워
국내 메이커의 터보차저 기술은 그간 저평가됐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 제조업체들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터보엔진은 이제 웬만한 메이커는 다 만들 수 있을 만큼 보편화돼 있다. 그런 만큼 관련 부품도 전 세계 부품 업체 어디서든 다 구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터보엔진을 만들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다. 하늘에서의 희박한 공기 밀도를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에 장착되는 터빈 기술을 가졌던 사브(Saab)의 터보엔진은 이제 그다지 특별한 게 아니게 되어 버렸다.

터보엔진은 배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압력으로 흡기 공기를 빨아들이는 장치다. 주택가 가스 폭발 사고를 보면 주위 집들의 창들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강력하다. 머플러를 떼어 버린 조그만 스쿠터가 엄청난 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5톤의 자동차를 고속으로 추진하려면 실린더에서의 엄청난 폭발력이 필요하고 그 배기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배기구 터빈의 속도는 10만~20만 rpm(분당 회전수) 수준이다. 초당 1500~3000회전이다. 배기구의 뜨거운 열기와 초고속의 회전을 견딜 만큼 견고하고 오작동이 없는 부품을 만드는 것이 관건인데, 이것을 글로벌 부품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소재 기술의 발달로 10년 전에 비해 터빈은 훨씬 더 가벼워지면서 견고해졌다. 가벼워진 터빈은 ‘터보 랙(지체 현상)’을 어느 정도 없앨 수 있었다.

기아자동차 정도의 실력이라면 준수한 터보엔진을 장착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드라이버의 감성을 자극할 만한 혁신이 없다는 것이다. 터보 모델을 만들어 놓고 이에 대한 마케팅이나 홍보는 이상하게 소극적이다. 자연 흡기 엔진 버전이 너무 잘 팔리고 있고 터보 모델 가격(프레스티지 2795만 원, 노블레스 2995만 원)이면 위 급 K7 가격(2.4 가솔린 기본형 2953만 원)과 별 차이가 없다 보니 그렇다. K3쿱처럼 별도 모델을 만들기는 가격이 모호하다. 세계 5위의 자동차 메이커지만 대중형 양산차 업체의 한계이기도 하다.

4기통 가로 배치(전륜구동) 엔진이라 트윈 터보가 사치일 수도 있지만 트윈 터보를 달아 볼보 S60에 버금가는 반응성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메가 팩토리’에서 본 파가니 후에이라(Pagani Huayra)처럼 터보엔진의 ‘떡진’ 배기음을 개선하기 위해 호른(악기)의 원리를 응용한 특수 머플러를 제작하는 것까지 기대하긴 힘들겠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보일 수는 없었을까. 다만 벨로스터와 K3쿱에서 터보엔진 사양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은 향후 현대?기아차의 행보에 미약하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부분이다.


우종국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