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 경제의 모습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각 연구 기관은 내년 경제를 전망하고 기업은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좋아질까.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금의 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이후로는 경제성장이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슈 인사이트] ‘상고하저’ 예상…장밋빛 전망은 금물
내년 경제 전망을 하기 전에 올해 경제를 되돌아보자. 지난해 이 무렵 한국은행 등 주요 기관이 올해 우리 경제가 3%대 초·중반 성장하고 소비자물가는 2.7%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리고 경상수지는 2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올해 우리 경제는 예상보다 낮은 소비 증가세로 2.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수정해 전망되고 있다. 실제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보다 낮은 것은 올 한 해만의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한국은행이 매년 말에 다음 해 경제 전망을 하는데,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경기 이후 2010년을 제외하면 실제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았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경제 예측 모델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잠재 성장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가운데 물가도 안정되고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가 2.7% 오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1.2% 상승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원화 가치 상승과 원자재 가격 하락이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물가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한국은행이 2013~2015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를 2.5 ~3.5%로 설정했는데, 물가 상승률이 하한선에서 벗어난 것이다. 물가 상승률 목표를 수정하든지 아니면 통화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험을 통해 보면 국제수지 전망은 다른 경제 변수 예측보다 더 어렵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올해 경상수지가 25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미 지난 8월까지 423억 달러 흑자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올 연간으로는 6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 폭이 이처럼 커진 것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에 따라 수입이 줄어든 때문도 있지만 높은 환율 영향도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5%가 넘을 정도로 많이 나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우리 원화 가치가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상보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물가 상승률로 금리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고채(3년) 연평균 수익률이 3.1%였지만 올해는 2.8% 정도에 그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8%로 예상돼 2012년 2%에 비해 높아졌지만 물가 안정이 금리를 떨어뜨린 것이다.


한은, 경제 예측 모델 새로 만들어야
각 연구 기관에서 내년 경제 전망치를 계속 발표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 전망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행 전망을 기초로 내년 우리 경제 모습을 그려본다. 한국은행은 내년 우리 경제가 올해(2.8%)보다 높은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민간 소비도 올해 1.9%에서 내년에는 3%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원화 가치 상승에 따라 수출보다 내수 중심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따라가게 된다.
[이슈 인사이트] ‘상고하저’ 예상…장밋빛 전망은 금물
경제가 잠재 수준으로 성장하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사라지고 물가가 오르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에서 내년에는 2.5% 정도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내수 회복으로 수입이 증가하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올해 630억 달러에서 2014년에는 45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내년에는 한국은행이 예상하는 것만큼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 잠재 성장 능력을 따져 보자. 최근 국회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추정해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2013년에서 2017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3.5%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노동과 자본 증가로 성장했지만 앞으로 노동은 거의 늘지 않고 자본만 소폭 증가한다는 것이다.


부실해진 가계 자산, 해결책 필요
이 밖에 총요소 생산성이 개선돼야 잠재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는데, 이것이 단기간에 향상되기는 쉽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01~2012년 총요소 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1.8%였지만 지금부터 5년간 2.2%로 추정하면서 잠재성장률을 3.5%로 잡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이 정도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잠재성장률이 그 이하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우리 경제가 연평균 2.9% 성장했는데, 그만큼 성장 능력이 떨어진 것이다.

물론 단기 경기순환 측면에서 보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기 저점에 비해 5~6개월 선행하고 있는 통계청의 선행 지수 순환 변동치가 올해 4월부터 비교적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이로 미뤄보면 우리 경제가 이미 바닥을 치고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회복세가 지속되려면 소비와 수출 증 수요가 늘어 기업의 재고가 감소하고 생산이 증가해야 한다.

우선 수출 측면에서 보면 다소간의 긍정적 측면이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수출의 58%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도 좋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 이어 수출 증가율은 내년에도 한 자릿수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양적 완화라는 명목으로 대규모로 돈을 찍어냈다. 그래서 주가와 집값이 오르면서 이들이 가계의 소비 증가에 상당히 기여했다. 그러나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이 목표로 하고 있는 ‘실업률 6.5%’를 달성할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 출구전략이 단행될 것이다. 최근 출구전략이 언급되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건설 업종 주가가 급락하고 건설 경기가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 하락에 따라 내년에 내수가 수출보다 경제성장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기여하겠지만 높은 가계 부채를 생각하면 소비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지난 6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개인이 갖고 있는 금융 부채는 1182조 원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행스럽게도 2009년부터 개인의 금융 자산이 부채보다 조금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부실해진 가계가 점차 건전해지는 과정이지 소비를 늘릴 정도는 아니다.

수출과 소비 여건을 고려하면 내년도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 연구 기관의 경제 전망이 낙관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화 가치가 더 빠르게 상승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다.

내년 금리는 올해보다 높은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연구 기관의 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었던 것처럼 내년에도 그 가능성이 높고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단기 경기순환상 경기 회복과 원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외국인 매수로 내년 초까지 상승세를 더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에는 환율이 떨어지고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주가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