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파이낸셜, ‘ 수익성’에 매수자 ‘ 북적’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매물로 손꼽히는 우리금융지주의 증권 계열 예비 입찰이 지난 10월 21일 마감됐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제2 금융권 계열사 매각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은 KB금융·농협금융지주·파인스트리트그룹의 3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부실채권 투자 전문 회사 우리F&I와 여신 전문 금융사인 우리파이낸셜이 예상외로 다수의 입찰자가 몰리면서 인수전 최고의 인기 매물로 떠올랐다. 우리투자증권의 강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던 대신증권마저 우리F&I와 우리파이낸셜에 인수 의사를 밝혀 ‘실리를 택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비즈니스 포커스] 우리금융 증권계열 매각의 숨은 알짜 매물
10월 23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이번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매각 입찰을 마감한 결과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은 우리 F&I로, 대신증권·KB금융지주·BS금융지주·금융지주·IMM프라이빗에쿼티·한앤컴퍼니·나무코프와 외국계 사모 펀드 등 무려 10곳 이상이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좋아지면 부실채권 돈 된다’ 인기
2001년 설립된 우리F&I는 국내 1호 민간 부실채권(NPL) 투자 전문 회사다. 주 수입원은 금융사로부터 부실채권을 할인 매입한 후 정상화해 얻는 매각 차익이다. 향후 경기 회복 전망에 따라 부실채권이 ‘돈 되는 투자처’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리F&I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수하고 싶은 ‘알짜 매물’로 거론됐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리F&I의 높은 인기는 수익성과 희소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리F&I의 평균 투자 회수율은 120%, 투자 원금 회수 기간은 2년 내외로 설립 이후 양호한 실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459억 원, 올해 상반기 269억 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고 최근 4년간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약 17~21%에 달한다. 경기 침체로 수익 원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충분히 군침을 흘릴만한 매물인 셈이다. 예비 입찰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F&I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은 3조4000억 원 규모다. 이 중 10%만 회수해도 3500억 원 상당의 매출이 기대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F&I가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함께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는 등 업계 내 시장 지배력도 상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일문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우리F&I는 유암코와 각각 30, 5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는 등 과점 구도를 형성해 시장의 지위가 안정적이어서 투자 매력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KB·BS 등 금융그룹을 비롯해 다수의 사모 펀드도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최근 잇따른 기업 구조조정으로 향후 부실채권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도 우리F&I의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말 약 16조 원이었던 국내 부실채권 잔액은 올 2분기 말 약 25조 원으로 증가, 부실채권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F&I 인수전에 일부 업체들이 중복 입찰한 만큼 ‘정말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진정성에 의문이 생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수 의사를 밝힌 BS금융과 JB금융지주는 이미 경남은행·광주은행 인수에도 참여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KB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 비은행 부문의 모든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매수자가 대거 몰리자 우리F&I의 인수가는 당초 3000억 원 수준에서 최근 5000억 원대로 오르는 등 몸값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다소 과열된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실제 운영 능력을 갖춘 업체에 유리한 결과가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수 업체 내에 부실채권에 대해 제대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업종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며 “사모 펀드가 그간 어떤 분야의 일을 해왔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은행이 대출 심사 업무 등을 비롯해 기업 관련 경험이 많아 우리 F&I가 사들인 부실채권 매물에 대해 보다 정확한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상위권 캐피털사인 우리파이낸셜도 인기가 뜨겁다. 우리파이낸셜 예비 입찰에는 KB금융지주·현대캐피탈·KT캐피탈·대신증권·메리츠금융지주와 외국계 사모 펀드 등 6~7곳이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파이낸셜은 지난해 기준 총자산 3조5000억 원으로 지난해 531억 원, 올해 상반기 24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현대캐피탈·아주캐피탈·롯데캐피탈·현대커머셜에 이어 65개 캐피털사 중 자산 기준 5위로, 특히 자동차 금융, 개인 소액 대출 분야에 강점이 있다. 현대캐피탈이 현대·기아차 고객을 대상으로 한 캡티브 마켓(전속 시장)을 활용해 시장 경쟁력을 키워 온 사례와 달리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전속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동차 금융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이어간 것에 대한 평가가 높은 편이다.


우리파이낸셜, 업계 5위로 실적 굿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일단 파이낸셜 회사는 매물로 잘 나오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하고 싶은 금융그룹이나 몸집을 키우고 싶은 동종 업계 내의 하위 주자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파이낸셜은 현재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고 은행 계열이어서 기존 고객층의 신용도도 깨끗한 편인 만큼 구미가 당기는 매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파이낸셜 예비 입찰과 관련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 곳은 자동차 할부 금융을 중심으로 한 국내 캐피털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이었다. 그간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 별다른 관심을 내보이지 않던 현대캐피탈이 급작스레 우리파이낸셜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우리금융 증권계열 매각의 숨은 알짜 매물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측은 “현대캐피탈과 우리파이낸셜은 사업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인수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중고차 사업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파이낸셜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KB금융지주는 금융그룹 내에 유일하게 캐피털사가 없었던 만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와 함께 이번 인수전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대신증권 등은 같은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인수 후에 고객 관리 면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3월 메리츠캐피탈을 설립하고 여신업에 큰 관심을 내보인 메리츠금융지주 측은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5년여의 기간을 두고 메리츠캐피탈을 이대로 키우는 게 나을지, 우리파이낸셜을 인수하는 게 더 나을지 고민하던 중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이라고 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메리츠금융지주가 외국자본으로 이뤄진 만큼 국내의 영업 기반을 확산하기 위해 이번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우리파이낸셜의 인수가를 3000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실사 후에는 예상보다 몸값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은 우리투자증권 계열 4개사와 우리F&I, 우리파이낸셜에 대한 최종 입찰 대상자(숏리스트)를 이르면 이달 말께 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숏리스트가 확정되면 실사와 본입찰을 거쳐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우선 협상 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